어느 작별
어느 작별 어느 날 위쪽의 앞니 하나를 뽑게 되었다. 그런데 입의 정중앙에 자리한 앞니를 뽑는다고 생각하니 무언가 매우 서운했다. 안면 중앙에 자리 잡아 얼굴의 모양을 잘 잡아주고 안면의 균형을 잡아주던 앞니를 뺀다고 하니 영 서운한 게 아니었다. 젖니를 뽑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어릴 적 흔들리는 이를 묶은 실을 문고리에 붙들어 매고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문을 잡아당기면 금방 뽑히지만 갑자기 놀라게 했다고 울고불고 하던 생각이 난다. 영 서운한 생각에 치과에 가기 전날 밤 눈을 감고 앞니의 공헌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장시간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했다. 앞니야 너와 한평생 같이 가려했는데 먼저 보내 미안하다. 잘 돌보지 못하고 관리에 부주의한 내가 미안하다. 그동안 60여 년 간 나를 위해 얼마나..
20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