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죽음은 두렵지 않다' 그녀의 미소에 숨겨진 가면 우울증

(수필) 죽음은 두렵지 않다' 그녀의 미소에 숨겨진 가면 우울증

2025. 10. 11. 22:13일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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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죽음은 두렵지 않다' 그녀의 미소에 숨겨진 가면 우울증

 

"토요일 오후. 몸에 지병을 앓는 나에게 집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집중과 관조 속에서, 나는 고통을 역으로 해석하는 법을 배웠다.

'고통'은 통제의 부재가 아니라,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쾌락의 변주(變奏)**였다.

이처럼 삶을 나의 통제 하에 두려 애쓰던 바로 그 때,

불현듯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2주전, "전철역, 백석역 이었다.

지하1, 난생 처음 보는 그녀가 대뜸 내게 속삭였다.

'저 죽고 싶어요.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그녀는 웃고 있었다.

"단아한 얼굴, 고운 피부, 얌전한 몸매.  

미소 짓는 50대 중반의 그녀는 외견상 완벽한 평온이었다.

하지만 프로파일러의 시각으로 볼 때,

전혀 모르는 나에게 가장 은밀한 '자살 충동'을 스스럼없이 고백한 것은

**'구조 요청의 역설(Paradox of Cry for Help)'**을 넘어선,

이미 세상을 떠나기로 결정하고 고통을 세상에 선언하는

극단적 자기-파괴 충동의 징후였다.

그 미소는 깊은 우울을 감추는

 **'가면 우울증(Masked Depression)'**의 전형이었다."

 

그녀의 고통은 복합적이었다.

위중한 폐암 말기인 남편의 투병 고통,

그리고 미숙아 병동 간호사인 딸이 전하는

자폐 유아들의 높은 사망률에 대한 간접적 트라우마.

'고영희'라는 이름은, 그 모든 고통을 상징하는

암호처럼 내 뇌리에 박혔다."

"**'하나님께 기도하면 병은 낫는다'**

성경의 말씀을 얼떨결에 말해주며

나는 그녀의 짐을 잠시 외면했다.

덧붙여 'MS교회' 교인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했다.

그 큰 교회에서 왜 그녀는 홀로 무너지고 있었을까?

1주일 후,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백석역에서 30분을 서성였다. 그녀는 없었다.

"또 다른 1주일. 무심했던 후회가 나를 덮쳤다.

**'해야 할 전화 한 통화가 한 생명을 구할지 모른다'**는 충동.

나는 MS교회 사무국에 다급하게 연락해

그녀의 안위를 확인해달라 종용했다.

전화기를 놓는 순간, 내가 행동했다는 안도감에 젖었다."

"그렇게 며칠 후, 교회에서 연락이 왔다."

'데이비드 님. 고영희 성도님,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다만 남편이 1주일 전에 사망하셔서 상을 치르느라 힘들었답니다.'"

"안심했다.

남편의 죽음. 그녀의 고통의 원인이 사라졌으니,

이제 그녀의 삶도 회복 되리라 믿었다.

고영희는 내 기억 속에서 무미건조한 일상처럼 잊혀졌다.

"그리고 또 며칠 뒤, 뜬금없이 교회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데이비드 님. 고영희 성도님 말입니다.

엊그제 자살을 시도하셨습니다.

안도감은 산산이 부서졌다.

나의 조언도, 나의 전화도, 남편의 사망으로 인한

표면적 '해방', 그녀를 살려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의 '해방 욕구'는 결국 극단적 행동으로 폭발한 것이다."

"사무국 직원의 다음 말은

나를 다시 긴장감의 천장으로 끌어올렸다.

다행히 아파트 7층 베란다에서 몸을 던지셨지만,

주차된 승용차 위로 떨어져 목숨을 구하셨습니다.'

이석증 환자가 듣는 환청처럼

직원의 설명이 웅웅 거렸다.

 

고영희씨 전화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번호를 받아 잠시 진정하고, 나는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되었고,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나는 믿는다. 나의 첫 전화와 염려가

그녀를 완전히 놓지 못하게 만든

**'생명의 관성'**을 유지 시켰을지도 모른다고.

내 전화가 소중한 생명을 구했을 수도 있다는 안도감은,

이 오후의 빗방울처럼 나의 온몸에 스며든다."

고통을 쾌락으로 변환하며 삶을 통제하려 했던 나.

그리고 벼랑 끝에서 기적적으로 돌아온 그녀.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삶의 통제권을

되찾으려 몸부림치고 있다.

**'승용차 위의 기적'**,

내게 또 다른 생의 통제이자, 고통의 역설적인

기쁨으로 기록되었다. 앞으로 그녀의 삶은,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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