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22] 영국의 크리스마스

2024. 10. 10. 17:22여행

22. 영국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 인의 명절인데 영국에서 세 번이나 크리스 마스를 보내면서 제대로 이를 보낸 것은 3년째이었다. 첫해에는 한달 전부터 시작되는 아동들의 각종 크리스마스 캐롤송, 연극 등을 비롯하여 사회단체 친구, 교회에서 초청하는 크리스마스 정찬(meal)에 초대되어 먹어보는 알지 못하는 크리스마스 밀이라는 이름이 붙은 음식, 그리고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미친 듯이 돈을 써대는 시민들, 그리고 연일 광고로 나타나는 크리스마스 세일, 등등. 이것은 한국에서 보는 크리스마스와 유사하게 보이지만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 것만 같았는데 잘 알 수 가 없었다. 그동안 많은 친구들, 직장에서 고객들을 만나고 접하면서 알아본 크리스마스는 정말 철저하게 확립된 삶의 관행 속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내가 사는 소도시(엑시터)의 하이스트리트(중심가)에서 크리스마스 한달 전에 메리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전광판 혹은 전등불 장식의 점등식과 동시에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는 시작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우선 친구나 친척에게 보낼 카드를 준비하고 선물을 준비한다. 여기도 선물은 보통 내리 보내는 선물이 주종인데(윗사람이 아래 사람에게), 크리스마스이브에는 20살이 넘은 청장년도 양말을 걸어놓고 잘 정도로 윗사람으로부터 선물을 기대한다. 이런 비용은 일년간 번 돈 중에서 상당부분을 아낌없이 지출하는 관행으로 이어지는데 한국에서 추석이나 구정을 지내는 마음과 다를 바가 없다.

 

대개 교회나 학교 공공기관은 점심이나 저녁을 이용하여 크리스마스 밀을 제공한다. 이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하여 구운 터키(칠면조)와 캐비지, 그리고 하얀당근(파스닙스)를 곁들인 음식을 먹는데, 이 음식은 크리스마스 날 모든 가정이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오전 4시부터 크리스마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다음날까지 주요 상점은 다 문을 닫는다. 심지어 주유소도 문을 닫으므로 기름이 필요한 운전사는 고속도로에 있는 주유소로 나가야 할 정도로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크리스마스카드와 선물은 크리스마스 전 2-3주전부터 교환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츄리를 만들고 장식을 하며 그 나무 밑에 선물을 쌓아놓는다. 그리고 받은 크리스마스카드는 집에 장식을 하는데 세워놓거나 실을 늘어뜨려 걸어놓거나 벽에 붙이거나 하여튼 갖은 방법으로 서로 간에 마음을 전하고 이를 확인한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Boxing day라고 하는데 이날은 불우한 이웃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위하여 ‘모금함’을 뜯는 날이라고 하여 복싱 데이(Boxing day) 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주요 상점은 Boxing day에 일제히 반값 세일에 들어간다.

 

[런던 본드스트리트 쇼핑가 ]

 

 

대부분의 쇼핑객이 크리스마스 쇼핑을 마쳤으므로 이제 재고로 간주되는 물건은 과감하게 반값에 팔아치우는데 무서울 정도로 값이 파격적이다. 영국의 이런 세일은 양심적인 세일이라고 간주하는데 그 이유는 세일기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가격으로 전환하는데 세일하는 제품이나 원래 파는 가격의 상품과 조금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에는 꼭 필요한 제품, 특히 침대, 소파 등 고가의 제품을 사면 매우 파격적으로 싸게 살수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사용되는 크랙(Crack: 크리스마스 음식을 먹기 전에 잡아당겨서 축하하는 얇고 반짝거리거나 색이 풍부한 종이로 만든 둥그런 봉 비슷한 것), 크리스마스카드 등도 세일을 하는데 내년도 크리스마스를 위해 왕창 사두는 사람도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쇼핑은 선물은 물론 2-3일간 먹을 음식도 사두는데 특히 크리스마스 날을 위하여 터키, 크랙(Crack), 크리스마스 푸딩, 야채(특히 캐비지, 흰 당근, 감자 등), 토핑 재료 (칠면조를 구울 때 뱃속에 넣어 쓰는 양념), 크리스마스 케익, 브랜디, 와인 등은 필수적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TV는 각종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방영하고 크리스마스 날은 여왕으로부터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듣는다. 나는 3년 중 2년차 까지는 칠면조를 구워보려고 아내와 상의를 했는데 핀잔만 받았다. 그걸 구워서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둥.. 그러나 3년 차에는 반드시 한번 성공해보리라 마음먹고 시도한 결과 성공적이었다. 태우지 않고 잘 익힌 칠면조는 참 맛있었다. 우선 쇼핑에서 냉동칠면조보다는 냉동시키지 않은 신선한 놈으로 3.7Kg짜리를 샀는데 설명서에는 2시간을 구우라고 했는데 사실은 4시간이 걸렸다. 구우면서 조바심이 나서 꺼내서 열어본 시간이 상당히 걸렸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일찍 터키를 냉장고에서 꺼내 냉동이 안 된 것을 확인하고 물로 깨끗이 씻어서 은박지로 싼 다음 요리용 쇠접시(tray)에 넣고 섭씨 190도로 미리 열을 충분히 가한 오븐에 넣어 터키요리를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디너 : 오븐에서 구운 칠면조]

 

 

토핑은 쇼핑 시 사온 것을 조심스럽게 굽기 전에 터키의 배를 채워 넣어 마무리 했다. 3시간 정도 구우니 육즙과 기름이 트래이에 충분히 흘러나와 이를 소스를 만들기 위해 별도로 따라 놓고 일부는 터키의 외피에 발라 굽는 색깔이 곱게 나오도록 만들면서 감자, 스프라우트 등의 야채는 굽는 터키 옆에 놓아 익게 만들었다. 터키가 다 구워진 다음 야채와 터키를 분리하여 야채는 서빙을 위하여 담아놓고 미리 받아놓은 육즙은 그래이비(Gravy)라고 부르는 소스를 섞어 약한 불에 끓여 맛있는 소스를 만들었다. 야채는 서빙하기 위하여 접시에 놓고 터키는 오븐의 불을 끈 채 40분 정도 놓아두다가 꺼낸 후 다시 10분 정도 식힌 다음 칼로 얇게 썰어 3-4조각씩 접시에 서빙을 하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육즙으로 만든 소스와 터키 그리고 여기에 곁들여 먹는 삶은 야채가 잘 조화가 되어 참으로 맛있었다.

 

터키요리를 먹은 다음 크리스마스 푸딩을 먹는데 이것은 주로 슈퍼에서 파는 것을 사먹는데 그 맛은 한국의 씹어 먹는 한약 맛 비슷하게 쓰고 지나치게 단 그리고 허브 향이 강한 음식인데, 처음 먹는 사람은 씹어 먹는 한약재를 먹는 느낌이 드는데 3년 차에 먹을 때는 맛을 제대로 느끼는 것 같았는데 그 이유는 브랜디를 곁들여 먹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푸딩 ]

 

프랑스산 브랜드를 푸딩에 뿌리고 불을 붙이면 한동안 불이 붙어 타다가 꺼지는데 브랜디 향이 배어 있는 것을 먹으니 조금 다른 맛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사실은 프랑스산 브랜디의 쓴 맛이 영국의 크리스마스 푸딩 맛과 그 향이 비슷하므로 조화가 되는 것 같았다. 하여튼 어떤 분들은 크리스마스 푸딩과 브랜디를 곁들여 마시면 가장 좋다고 하여 그렇게 해보니 과연 좀더 깊은 푸딩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단연코, 브랜디의 씁쓸한 향과 크리스마스 푸딩의 맛이 비슷하여 잘 조화가 되는 것 같았다.

 

그 다음에 먹는 것이 크리스마스 케익인데, 정말 배가 불러서 못 먹을 지경이었다. 보통 가정은 크리스마스에 먹고 마시고, 놀고, 그리고 먹고 또 마시고 놀고 ..한다는 것이 크리스마스란다. 그래서 쇼핑할 때 보면 사람들은 충분한 양의 술과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먹고 남은 터키는 잔 부스러기를 모아 스프를 끓이는데 이는 한국의 된장국과 비슷한 맛이 나는데 물론 된장의 깊고 구수한 향은 없지만, 마른 야채 덩어리 소스를 섞어서 된장국 비슷한 맛이 나는 스프의 맛은 또한 일품이다.

 

3년 만에 일반 영국가정에서 먹는 터키를 성공적으로 요리한 심정은 아 하, 이 맛이구나. 였다. 늘 먹던 것과 다른 육즙으로 만든 소스의 구수한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영국에서 크리스마스에 터키를 먹는 관습은 인구에 회자되기를 터키는 귀한 음식으로 구하기가 어려워 크리스마스에만 특별히 먹는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는 것이다. 여하튼 터키는 닭 요리와는 다른 특별한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 향이 더 구수하고 깊이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백숙을 먹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먹는데 고기의 즙을 다 뺀 다음, 얇은 조각으로 썰어서 스테이크와 비슷하게 칼과 포크로 먹는 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터키를 살 때 보통 뱃속에 넣어놓은 간과 염통은 별도로 비닐에 싸여 있는데 다 구운 다음 꺼내어 썰어먹는 터키의 염통과 간은 또한 일품이었다.

 

야채 중에 특이한 것은 스프라우트라고 하는 양배추같이 생긴 것인데 그 크기가 엄지손가락만한 것인데 이것은 스프라우트라는 나무줄기에 열리는데 작은 배추 같은 것이 나무줄기에 열리는 것도 이상한데 그 모양이 작은 양배추 같아서 특이하다. 향은 양배추를 삶은 것과 비슷한데 터키와 같이 익혀서 하나씩 소스에 찍어 먹는데 맛이 부드럽고 터키와 잘 조화가 되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와 복싱 데이를 지나면 바로 대형세일 이 시작된다. 모든 크리스마스 용품, 선물용품, 그리고 비싼 가전제품, 침대 쇼파 등 고가의 제품들이 세일에 들어가는데 적게는 20-30 %에서 최고 50%까지 세일을 하므로 사람들은 주요 가전품 등을 이 때 구입한다. 28일부터 도시는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차량도 많아지고 대형 창고매장들은 사람들로 붐빈다. 아마도 1년 중 번 돈은 크리스마스와 이 바겐세일기간에 다 아낌없이 소비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