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20] 술집

2024. 10. 10. 16:57여행

20. 술집

 

전통 영국 중소도시나 시골지역의 술 문화는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혹은 펍에서 이루어진다. 중심가의 펍은 젊은이를 위주로 고객을 만들면서 디스코나 부르스를 출 수 있는 음악과 공간을 만들어 준다. 한국과 같은 룸싸롱 문화는 볼 수가 없었다. 물론 런던의 유흥가에는 벼라별 물 좋은 곳이 있을 수 있으나 지방으로 가보면 술집은 펍 하나이다.

바텐더로부터 한 푼 내고 한잔 사서 서서 혹은 앉아서 마시면서 흔들고 떠드는 것이 그들의 모습이다. 이 펍은 술집으로서 마시고 춤추고, 이야기하고 퀴즈놀이 혹은 공동체가 마련한 다양한 이벤트를 연출한다.

 

대부분의 공공시설이나 학교 병원 등 사람이 있는 곳에는 작은 바가 달린 펍이 있고 특히 학교는 규모가 큰 펍을 반드시 운영하는데 여기서는 젊은이의 축제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주로 무도회나 혹은 코미디로서 거의 반라 차림으로 스트립 쇼를 하기도 하고-물론 무희가 아니라 참가자가 연출하는-가라오케가 벌어지기도 한다.

 

펍 에서 사는 술은 맥주나 보드카, 혹은 포도주나 위스키가 가 주종을 이루는 것 같다. 시골이나 변두리의 펍은 이보다는 조용하고 신사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신다.

영국의 음주 인구 중 청소년 음주인구가 유럽 각국에서 가장 높다고 TV 보도가 지적하였는데, 대학교 구내에 펍이 있고 이 펍은 한밤중까지 운영되니 그럴 만도 하다.

 

펍에서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밤 11시 5분전이면 펍 주인이 종을 울리는데 마지막 주문을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11시가 지나면 술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슈퍼에서는 밤 10시가 지나면 술을 일체 팔지 않는다. 설사 9시 50분에 와인을 한 병 집어 들어 10시 3분에 계산대를 통과하는 경우에도 10시가 지났다는 이유로 그 술을 바구니에서 집어내어 계산을 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14년 전에 런던에서 밤 10시에 작은 슈퍼를 한번 들린 적이 있는데, 술이 있는 선반의 셔터를 내리고 열쇠로 걸어놓았다. 이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여 왜 술 선반에 열쇠를 채워놓았냐고 물었더니, 법에 의하여 10시가 지나면 술을 팔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왜 그런 법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정상인이라면 밤 10시 넘어서 술을 사서 마시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비 정상인만 사는 사람인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영국의 술에 대한 이런 정책은 매우 좋은 정책이다. 가정의 복지와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하여. 왜 우리나라는 밤12시가 넘도록 술을 파는가? 술 만드는 회사 돈 벌게 하려고? 룸싸롱 근무하는 여급들 고용과 복지에 봉사하고 매춘을 조장하려고? 아무리 생각해도 밤 12시 넘겨 술을 파는 것은 좋은 점 보다는 나쁜 점이 많다. 피곤하고 돈 들고, 사고 나기 쉽고.. 그런데 왜 이렇게 하였는지 모를 일이다. 영국의 술집은 Pub 하나로 고정되어 있다. 현명한 문화다.

 

우리는 끈기 있는 경제활동으로 국부를 창출하나 상당한 부분이 이렇게 술과 관련되어 유흥으로 노동력과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타깝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해는 간다. 억눌린 문화, 그리고 스트레스를 주는 분단국가의 처지에서 그리고 닫혔던 사회로부터의 탈출을 갈망하는 많은 이상주의자나 현실주의자들의 도피처는 술이 아니면 무엇이었겠는가? 자정 넘어 술을 파는 것을 규제하는 것을 규제 완화하라고 걸고 넘어져 이를 풀어달라고 하여 풀었다면 이건 어불성설이다. 술을 한밤에 규제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건전한 사회와 미풍양속의 유지를 위하여 국가에서 관여하여 규제하여야 할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흔히 비즈니스맨들은 심야 룸 싸롱에 가서 접대를 잘 해야 계약 성사에 지장이 없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그래야 하는가? 제품이 경쟁력이 있으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는 쪽에서 식사를 대접해가면서 계약을 하자고 할 텐데..

 

펍 에서는 모든 종류의 술이 있다. 맥주, 포도주, 사이다 (과일주), 위스키, 럼, 브랜디, 보드카, 마티니.....자기가 먹고 싶은 대로 1파운드부터 시작하는 술을 싼 값에 한잔씩 사서 마신다. 혼자서도 홀짝거리고 둘이서 이야기 하면서 마신다. 한국의 싸롱 문화에 비하여 마시고 싶은 것을 골라서 싼 값에 그것도 조금씩 마시므로 몸에 해롭지 않고, 예를 들어 너무 과음을 하는 경우는 주인이 팔지 않는 경우도 있고...11시를 넘기지 않고..

 

술 이야기가 나왔으니 담배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지금은 끊었지만 공부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영국에서도 담배를 피웠다. 영국의 담배는 보통 20개피 들이 한 갑에 약 한화 만원정도이다. 우리나라에 비하여 5-6배 정도의 가격인데 매우 비싸다. 그래서 흡연인구의 약 30-40%는 말아 피우는 봉초를 이용한다. 나도 한 때 돈이 없어 말아 피우는 봉초를 사서 피운 적이 있는데 즐겨 피우는 봉초는 황금처녀(Gold virgin) 라는 제품으로 이 봉초 25 그램짜리가 2파운드 23펜스를 하고 담배를 말기 위한 종이가 20센트이다. 이 한 봉지로 약 50개를 말아 피우니 시가보다는 훨씬 절약이 되는데 맛은 좋으나 매우 독하여 때때로 120개들이 63페니짜리 필터를 따로 사서 담배를 마는데 사용하여야 하였다.

 

술 담배에 관하여 이런 것들은 사람에게 유익하기보다는 해롭다는 인식아래 정부의 규제는 세금을 많이 부과하여 담배가격을 비싸게 하거나 술의 판매시간을 제한하는 것과 같이 국민의 보건과 복지증진을 위하여 정부는 강하게 개입하고 있다. 이것은 합리적인 조치요 잘하는 정부라고 보여 진다. 누구하나 여기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못 보았다. 우리도 담배 값을 천문학적으로 올려서 국민들이 담배를 끊게 하고 술집도 12시 이후에는 문을 닫도록 하면 어떨까? 비즈니스 접대를 위한 외국인 전용술집을 한군데 몰아넣어 격리시키자. 그리고 비즈니스 접대도 점차로 없애자. 어느 기업 하는 사람이 말했다는, 외국인이 계약할 때, 별도 계약서에 ‘물 좋은 XX’ 도 빠짐없이 들어갔다는데, 12시까지 규제하면 이런 것도 다 없어진다. 능력으로 승부하여 접대하는 비용으로 기술과 제품의 질을 높이는 연구와 직원의 사기를 앙양하는 데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