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19] 지역 공동체

2024. 10. 10. 16:50여행

 

19. 지역 공동체

 

지역공동체란 말은 우리가 가진 두레나 계와 유사한 것인데 우리네 삶의 패턴과는 약간 다르다. 영국인의 지역공동체 정신은 그 기원이 신을 섬기는 교회와 기독교 문화로부터 유래하는 것 같다. 기독교 문화는 조상이나 민족 혹은 개인보다는 더 높은 차원의 원대한 목표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것은 기독교에서의 신이 명령한 삶을 살아가는 것인데, 이런 문화는 보다 개인적인 중심의 삶보다는 신의 목표를 이루려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를 중시한다. 영국은 많은 영연방(commonwealth) 국가를 거느리고 그동안 많은 중동, 아프리카 및 아시아 국가들을 지배해온 경험이 있다. 영국 땅에서 많은 민족과 국가들의 삶을 영상자료를 통하여 비교하여 보면 문명이 덜 깨인 국가일수록 그들의 눈에 있어서는 이기적이고 개인 중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명국가였던 유럽 제 국가들은 이보다는 덜 이기적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단적인 말로 반문명적인 것은 공동체를 일구는 정신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영국에서의 Community는 국내의 지역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영연방공동체의 결속을 의미하는 용어로도 흔히 사용된다. 그러므로 이 공동체는 광범위한 국제적 유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지역위주의 개발이 흔히 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오직 서울을 중심한 정책위주로부터 탈피하여 자립심을 갖자는 것만을 추구하므로 성공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국제적으로 다른 나라와 광범위한 유대관계를 가져야 성공할 확률이 많다. 만약 부산이 서울로부터 격리되고 자립한다면 어디서 경제적, 사회적 유대와 관계를 찾을 것인가? 부산 내부적인 관계설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오히려 서울로부터 격리되면서 더욱 고립과 낙후를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지역이 발전하기 위하여는 국제적으로 앞선 나라의 지역들과 많은 유대와 교류를 가지는 가운데 지역개발을 하여야 한다.

 

지역 내의 공동체 개발에는 인적 물적 자원과 기금이 필요하다. 하나의 예를 보면 영국에는 많은 자선단체가 있고 여기서 운영하는 charity shop(자선상회) 이라는 것이 있다. 자선단체에서는 각 가정에 하얀 봉투를 넣어주면서 버릴 물건 중 쓸 만한 물건이 있으면 매주 수요일 그 봉투에 넣어서 문밖에 내놓기를 요청한다. 옷가지, 읽고 난 책, 기타 중고품을 수집하여 자선단체에서 운영하는 상점으로 보내 돈을 만들어 기금으로 활용한다. 영국은 섬나라라서 해안선이 많고 사람들이 요트나 서핑을 일년 내내 즐기기 때문에 또한 어느 지역이나 항구가 많아 작은 항구도시인근에는 반드시 응급구조 본부가 있다. 규모가 큰 항구는 해양경비대가 운용하는 구조본부가 육상으로부터 헬기 등의 지원을 받거나 보트를 이용하여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비하지만, 작은 규모의 포구 같은 곳은 구조본부가 있으나 요원들은 평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응급 시에는 연락을 받고 출동하여 장비를 가동하여 구조에 들어간다.

 

지역공동체는 파벌과 각 기관의 독자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광범위한 공동목적의 유대관계를 나타낸다. 지역공동관심사에 대하여 상호의견교환이나 참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학교의 경우, 각 지역에는 촌락을 중심으로 community college 가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단계에서 전문대학의 기능을 하는데 정규 교육의 제공은 물론 각종 지역관련 교육기능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그 지역의 초등학교교사의 연수프로그램 담당, 지역 경제사업체를 위한 web site 제작 유료제공, 야간 성인 반에서 각종 일반 관심사를 충족시켜주는 과목을 제공한다. 이러한 교육은 GNVQ나 NVQ라는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을 거쳐 자격을 주므로 직업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 엑시터 같은 지방주의 수도는 엑시터 대학 같은 큰 대학이 있는데, 대학의 시설은 도시의 곳곳에 산재하고 막대한 기능을 한다. 하나의 대학은 종합지식 산업체로서 그리고 각종 첨단 시설을 관공서나 방송국 그리고 고도의 훈련장소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엑시터 대학에 있는 주요기관만 해도 지방 방송국이 하나, 군 장교훈련소(사관학교), 경찰훈련대학 등 여러 기관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의과대학도 인근의 플리머스와 합쳐서 반도의과대학(perninsular medical school)이라는 기관을 설립하여 통합 운영한다. 대학별 병원을 가지고 운영하면 이중조직운영과 이중 장비 운영으로 인하여 낭비가 큰 만큼 이런 기관들이 통합되어 지역의 구별 없이 공동체를 위하여 기여한다. 왜 한국은 경찰대학이 따로 존재하며 사관학교는 별도로 세워야 하며, 방송국들은 따로 건물을 가져야 하며, 그리고 방학 때는 그 큰 대학 건물들이 텅텅 비어야 하는가? 영국의 대학은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휴가 때를 포함한 단기 휴가를 제외하고는 방학 중에도 강의실이나 도서관 문을 닫는 일이 없다. 심지어는 기숙사도 방학 중에는 영어공부를 위한 외국 초중등 학생과 연중 학회를 유치하여 숙소를 제공하는 등 쉴 날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기반 생활 공공시설이나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기 위하여 개인의 삶의 구조가 기본적으로 그를 소화 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여 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조직, 응급서비스를 제공하는 999구조대, 경찰, 병원 등은 밤 근무를 하지만 그 외의 기관은 아침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5시면 마치고, 토요일은 공휴일이다. 한국처럼 밤늦게 문을 여는 상점도 없고 토요일 근무하는 기관도 없다. 이런 노동시장 구조가 개인의 삶을 풍요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넉넉하게 공동체 정신을 향유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주일을 일하고 심지어는 일요일도 일을 해야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 개인들이 쉴 여유가 없었다. 따라서 당연히 몸이 괴롭고 개인의 일신의 보전을 위한 일에 전념을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우리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개인의 신체를 염려하고 보신을 하는 경향 일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의 공부는 해보면 그 과정이 매우 단순하다. 과목도 예를 들어 석사학위의 경우 1년이면 마치게 되어있고 대신 1년이 3학기이며 학기 당 2내지 3과목이다. 한국에 비하여 약 50%의 정도의 공부를 하는데 과목들은 대강 전공은 정해지지만 학문 간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매우 포괄적이고 통합적이다. 한국과 같이 전공학부 학과를 나누지 않는다. 다만 교수를 중시하므로 어느 교수가 어느 분야에 정통하므로 그에게 지도를 잘 받으면 된다. 물론 강의는 기본적으로 들어야 하는 분야가 있지만. 학부는 3년이다. 여름 방학은 2달가량 되지만 나머지 학기 간(Term) 방학은 2주 내외이다. 요지는 중요한 것들을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해 치우고 휴식과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사회구조이다. 대학교를 3년에 마치므로 청년들은 우리나라보다 1년을 버는 셈이다.

 

논지에서 빗나갔는데 하여튼 공동체 정신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쉴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쉬는 시간을 가지고 조용히 인생을 돌이키고 지역관심사에 참여하고 그리고 개인들이 세상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아침 새벽 별을 보고 출근하여 밤 12시에나 귀가하는 한국의 가장들, 그리고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문화에서 우리는 쫒길 뿐이지 얻는 것은 없다. 돈을 몇 푼 얻을지언정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관계를 잃는다. 2003년 한국으로 귀국직후 재계와 노동계가 토요근무에 대해 찬반논쟁이 붙었는데, 기본적으로 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도 어느 정도 개인들이 일에 쫒기는 것 보다는 삶의 질을 충실히 높이는 것을 통하여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