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5. 09:51ㆍ과학,기술

인공지능(AI)과 대공황급 위기 극복: 순환론적 시각의 심층 분석
서론: 시스템적 불안정성과 새로운 기술의 시험대
1929년의 대공황은 단순히 경제 지표의 하락을 넘어, 자본주의 시스템의 취약성이 극단적으로 발현된 역사적 재앙이었다. 과잉 생산과 신용 팽창, 그리고 이로 인한 부채 디플레이션이 결합하여 수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쓸었고, 기존의 경제학적 해법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깊은 상흔을 남겼다. 경제 순환론자들은 이러한 대규모 위기를 우연한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거품과 붕괴, 즉 자본주의 시스템에 내재된 불안정성의 필연적 결과로 파악한다.
오늘날 우리는 AI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술 혁신의 정점에 서 있으며, 이 기술이 다음번 ‘메가 크라이시스(Mega-Crisis)’의 쓰나미를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과 초인적인 예측 능력을 제공하며 스스로를 만능 해결사로 제시하지만, 순환론의 관점에서 보면 AI는 근본적인 경제 법칙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불안정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증폭시키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AI의 잠재적 구원 능력과 동시에 시스템적 위험 증폭자로서의 역할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공황의 교훈을 통해 인간의 거버넌스가 여전히 결정적 요소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본론: AI가 경제 순환의 궤적에 미치는 영향
경제 순환은 단순한 상승과 하락의 반복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금융 거품, 그리고 그 거품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시스템의 정화 과정이다. AI는 이 순환의 세 가지 핵심 단계(거품 생성, 거품 예측 및 대응, 위기 전파 및 사회적 충격)에 걸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1. 거시적 순환과 AI의 '불멸의 거품' 가능성
대공황은 1920년대의 번영기 동안 쌓였던 과도한 신용과 자산 시장의 투기적 광기가 폭발한 결과였다. 순환론적 관점에서 볼 때, 기술 혁신은 종종 비합리적인 기대와 과도한 자금 유입을 유도하여 새로운 형태의 거품을 만들어낸다.
AI는 현재의 기술 주도 거품을 형성하는 핵심 동력이다. AI 자체가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이러한 기대는 비합리적인 자본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과 인력은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에만 쏠리게 되며, 이는 금융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AI 혁신이 진정한 가치 창출을 하기 전에 기대 심리만으로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AI 거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I는 금융시장의 속도를 초가속화함으로써, 거품이 꺼질 때의 충격파를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고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다. 즉, AI는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더 빨리 터지는 거품"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2. AI의 기여: 시스템적 위험 예측과 생산성의 재편
AI의 가장 큰 희망은 바로 '예측' 능력에 있다. 과거 위기가 인간의 제한된 인지 능력과 데이터 처리 한계로 인해 조기에 포착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AI의 조기 경보 시스템(EWS)은 대공황급 재앙을 막을 가장 유력한 방어선으로 여겨진다. AI는 단순히 몇몇 거시경제 지표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변수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포착한다.
다차원 데이터 분석: AI는 복합금융압력지수(CFPI) 등 정량적 지표는 물론,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활용하여 수많은 뉴스 기사, 전문가 보고서, 심지어 소셜 미디어의 감성까지 분석하여 인간 분석가가 놓치기 쉬운 정성적 심리 변화를 수치화한다. 한국은행 등에서 개발된 ML 기반 조기 경보 모형이 기존 통계 기법보다 뛰어난 예측력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다차원 데이터 활용 능력 덕분이다.
시스템 리스크 모형: AI는 행위자 기반 모형(Agent-Based Model)이나 금융 네트워크 모형(Network Model)을 구축하여 개별 금융기관의 이질적인 행동이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전이 위험(Contagion Risk)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는 위기 시 가장 취약한 '핵심 노드'를 식별하고 선제적으로 규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장기적 생산성 혁신: AI는 노동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공급망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며, 예방 정비 등을 통해 기존 자본의 감가상각을 늦추는 등 장기적인 경제 성장 잠재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효율성 증가는 위기 후 회복력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힘이 된다.
3. AI의 역설: 시스템적 불안정성의 증폭자
순환론적 시각에서 AI의 기술적 우위는 오히려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역설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위기가 본질적으로 인간의 비합리적 집단 행동(투기, 패닉, 쏠림 현상)에서 비롯된다면, AI는 이 행동의 속도와 규모를 증폭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알고리즘적 쏠림(Algorithmic Herding): 대다수의 금융기관이 비슷한 AI 모델이나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유사한 데이터에 기반해 동시에 매도 또는 매수 결정을 내릴 경우, 이는 시장에 급격한 '알고리즘적 쏠림' 현상을 유발한다. 과거 인간이 패닉에 빠지는 속도보다 AI는 수천 배 더 빠르게 집단 행동을 실행에 옮기며, 이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와 같은 시장 붕괴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확산시킬 수 있다.
블랙박스(Black Box) 리스크: AI 모델의 복잡성과 비투명성(특히 딥러닝 모델)은 위기 발생 시 그 원인과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규제 당국이나 인간 정책 입안자가 AI의 예측이나 결정의 근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적절한 규제 개입 시점을 놓치거나 잘못된 대응책을 선택하여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노동 시장의 파열음과 수요 부족: 대공황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대규모 실업으로 인한 수요 부족이었다. AI로 인한 광범위한 자동화와 일자리 대체는 대공황 시기의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을 현대적으로 재현할 위험이 있다. AI가 생산성은 높이되 노동 소득의 분배를 악화시킨다면, 대중의 구매력 감소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결국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과잉 상태가 초래되어 시스템적 수요 부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4. 대공황의 교훈과 분배의 문제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과 사회 안전망 강화는 단순히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을 넘어, 자본주의 시스템의 분배 구조와 거버넌스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시도였다. AI 시대에 재앙을 막는 핵심 열쇠는 결국 이 '분배'와 '거버넌스'에 있다.
AI가 창출하는 부(富)와 생산성 이익이 극소수에게 집중되고 대다수의 노동자가 소외된다면, 이는 곧바로 시스템의 불안정성으로 전환된다. AI를 통한 기술 혁신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기본 소득, AI 기반 생산성 증대에 대한 과세, 재교육 시스템의 대규모 투자 등 분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AI 자체의 능력만으로는 시스템에 내재된 불평등의 역학을 해결할 수 없다.
결론: 기술적 필연성과 인간적 선택의 교차로
경제 순환론자의 시각에서 볼 때, AI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불안정성, 즉 인간의 탐욕, 비합리적 기대, 그리고 부의 불균형한 분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AI는 이러한 시스템적 결함을 증폭하고 가속화하는 최첨단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위기의 규모와 전파 속도를 키울 잠재력을 안고 있다.
AI의 예측 능력은 전례 없는 수준이지만, 위기 예측이 곧 위기 예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규모 경제 위기는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와 집단적 패닉이라는 인간적 요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AI는 우리가 더 정확하게, 그리고 더 빨리 경고를 들을 수 있게 해줄 뿐이다. 경고를 듣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 정책 입안자이며, 그들의 결정은 정치적 용기와 사회적 합의에 달려있다.
결론적으로, 인류가 AI와 힘을 합쳐 대공황급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AI의 기술적 우수성이 아니라, AI가 창출하는 막대한 부와 효율성을 어떻게 민주적이고 공평하게 분배하고 통제할지에 대한 인간의 거버넌스 능력에 달려 있다. 기술적 진보와 함께 사회적, 정치적 진보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AI는 파멸적인 순환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 AI 시대의 순환론은 우리에게 "기술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임을 역설하고 있다.
참고문헌 목록 (References)
(AI와 경제대공황: 순환론적 시각의 심층 분석서적)
Kondratiev, Nikolai D.1984 The Long Wave Cycle. New York: Richardson & Snyder.
Minsky, Hyman P.2008 Stabilizing an Unstable Economy.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Schumpeter, Joseph A.1942 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 New York: Harper & Brothers.
(학술 논문 및 연구 보고서)
Acemoglu, Daron, and Pascual Restrepo 2019 Automation and New Tasks: How Technology Complements Labor. Journal of the European Economic Association 17(6):1553-1582.
Eichengreen, Barry, and Kevin H. O’Rourke 2012 A Tale of Two Depressions: What Do the New Data Tell Us? Economic Policy 27(69):239-307.
[정책 및 기관 보고서]
Bank of Korea (한국은행) 2024 데이터 기반 금융·외환 조기경보모형. BOK 이슈 노트. 서울: 한국은행.
Carney, Mark 2015 Breaking the Tragedy of the Horizon—Climate Change and Financial Stability. Speech at Lloyd's of London. London: Bank of England.
Financial Stability Board (FSB) 2020 Artificial Intelligence and Machine Learning in Financial Services: Market Development and Financial Stability Implications. Basel: Financial Stability Board.
[웹/기타 자료]
World Economic Forum (WEF)2023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3. Geneva: World Economic Forum.
https://www.weforum.org/reports/the-future-of-jobs-report-2023/ (2025년 11월 25일 접속).
'과학,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0) | 2025.12.28 |
|---|---|
| 태양계의 이상한 방문자들: '아이손 혜성'과 '오무아무아' 미스터리 (0) | 2025.10.13 |
| 인공지능의 미래 (0) | 2025.10.11 |
| 케데헌 인기 몰이 '까치 호랑이와 호작도(虎鵲圖, 鵲虎圖) (0) | 2025.10.08 |
| AI확대에 따른 정부의 역할과 구조 변화 (0) | 2025.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