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7. 23:35ㆍ단상(모노로그)
내가 좋아하는 공간
어릴 적 시골에 살 때 나는 동굴 탐험을 무척 좋아했다. 특히 넓게 터진 공간보다는 골방같이 답답하고 후미진 어두운 공간을 좋아했다. 그런 동굴에서 수정이 박힌 바위를 찾아 수정을 캐면서 그 반짝임에 무척 기뻐했다. 자그마한 바위 동굴에 가보면 그 안엔 새가 부화한 흔적, 뱀이 허물을 벗은 말라붙은 뱀 껍질, 그리고 알 수 없는 동물의 뼈 조각, 흐르는 물, 그리고 검게 이어지는 동굴의 깊슥한 내면으로 이끄는 출입구 반대편의 안쪽을 난 굴이 있다. 내가 굴을 좋아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안에 내가 알 수 없는 존재들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그럴 것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머니 뱃속의 자궁에 있을 때의 느낌을 친근하게 여기며 고향처럼 여긴다고 하낟. 그래서 어둠에 싸인 좁은 자궁속의 느낌을 주는 환경을 아늑하게 느끼고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동굴은 단순히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안에는 나만의 상상과 탐험, 그리고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미지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동굴을 걸어 들어가면 들려오는 물소리와 메아리는 마치 나를 다른 세상으로 초대하는 듯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수정이나 각양각색의 흔적들은 나에게 자연이 만들어낸 작은 예술 작품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나 자신이 세상의 모든 비밀을 풀어낼 수 있는 탐험가처럼 느껴졌고, 동굴 속은 나의 무대가 되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느껴지는 적막감은 오히려 나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세상의 소음과 분주함이 닿지 않는 이곳에서는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동굴의 차가운 공기와 습한 냄새, 손끝으로 느껴지는 거친 벽의 감촉은 마치 나를 감싸 안는 듯했다. 어쩌면 이 공간은 나에게 일종의 피난처였을지도 모른다. 바깥세상의 복잡함과 소란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이처럼 동굴은 단순히 자연의 일부를 넘어 내 마음속 고요함과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다양한 장소를 경험하고, 여러 공간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동굴이 주는 그 특별한 느낌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화려한 건축물과 넓은 공원을 접할 때도 나는 여전히 동굴 속의 고요함을 그리워했다. 어두운 곳에서만 느껴지는 아늑함,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느꼈던 호기심과 설렘은 다른 공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감정이었다.
사춘기를 경험하거나 또는 나의 성장에 대한 나 개인저인 느낌을 떠올릴 때면 그것은 나의 삶의 노선을 따라 나의 기억에 말라붙어 있는 뱀 허물같이 나에게 변화되기 이전의 기억이 바윗돌 같은 뇌리의 신경 뉴런 사이 사이에 말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친다.ㅇ
또한, 동굴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추억을 넘어 내게 중요한 삶의 교훈을 전해주기도 했다. 동굴 속에서 길을 잃을 뻔했던 경험은 나에게 항상 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만 끝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인내를 가르쳐 주었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수정은 가장 힘든 순간에도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동굴을 탐험하는 나]
이제는 동굴을 찾아가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지만, 나는 여전히 동굴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나만의 공간이자 나만의 비밀, 그리고 나만의 안식처였다. 내가 어릴 적 느꼈던 그 감정들은 지금까지도 내 안에 살아 숨 쉬며, 종종 복잡한 삶 속에서 나를 위로해 준다. 비록 내가 지금은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 그 동굴의 어둠과 고요, 그리고 미지의 이야기를 담아두고 있다.
언젠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시 동굴을 찾아 떠나고 싶다. 그곳에서 새로운 흔적들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의 호기심과 설렘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동굴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나는 여전히 어두운 곳에서 희망을 찾고, 고요한 곳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그곳이 주는 작은 위안을 감사하게 여기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동굴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마음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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