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 담배와 승진(단편소설)

남색 담배와 승진(단편소설)

2025. 7. 27. 14:43문학/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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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색 담배와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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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는 평범한 IT직원이었다. 말수가 적고 눈치가 빠르며, 자기표현보다는 조용한 성실함으로 살아가는 성격이었다. 회사에서 큰 존재감은 없었지만, 상사인 김유미 팀장의 눈에는 유독 깔끔하고 정직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학벌도 스펙도 평범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꼼꼼했다. 그는 매일 7시에 출근했고, 9시까지 책상 앞을 지킨 후 조용히 퇴근하는 루틴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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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는 완벽에 가까운 여성이었다. 뛰어난 학벌, 국내외를 오간 경력, 한때 잘나가던 남편과 이혼하고도 두 아들을 혼자 양육하며 커리어를 이어온 강인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냉철했고, 프로페셔널했다. 그 누구도 그녀를 가볍게 대할 수 없었다. 그녀의 책상은 항상 정돈되어 있었고, 회의 중에는 날카로운 지적을 서슴지 않았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상사로서 일과 사생활 모두에서 완벽에 가까운 균형을 유지했다. 사내에서 '강철 장미'라 불릴 정도로 그녀는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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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재는 중간관리자로 권력욕이 강했다. 연줄과 대학 동문 네트워크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고, 표면적으로는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인물이었다. 그는 김유미를 어떻게든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 했다. 팀장의 위치에서 그녀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동시에 그녀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는 김유미에게 식사를 제안하거나, 회식 후 귀가를 돕겠다며 접근했지만, 김유미는 언제나 정중하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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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는 반기재의 태도를 간파하고 있었고, 오히려 그로 인해 더 경계심을 높였다. 그녀는 가능한 한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맡았고, 보고 체계에서도 반기재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반기재는 점점 좌절했지만, 겉으로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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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정재는 김유미와 함께 부산으로 2박 3일 출장길에 올랐다. 긴 시간의 동행 속에서 그는 김유미의 말과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그녀는 여전히 완벽했고, 이정재는 존경과 두려움 사이에서 그녀를 대했다. 기차 안에서 조용히 서류를 정리하며 브리핑을 연습하는 그녀의 모습은 이정재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실수를 줄이고, 김유미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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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호텔 회의실에서 고객사와의 첫날 미팅을 마친 밤, 김유미는 홀로 남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 담배 하나 있었으면…" 이정재는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접대용으로 챙긴 담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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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민 작은 금빛 케이스 속에서 김유미는 유심히 하나를 집었다. 남색 표지의 담배. 선(禪)이라는 브랜드였다. 그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이거… 어떻게 알았죠? 이 담배 피는 거?" 이정재는 고개를 저었다. "우연히… 그냥, 향이 좋아서요." 그녀는 미묘한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약간의 피로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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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 모금 깊게 빨더니 처음으로 가볍게 웃었다. "이 담배… 나 혼자만 피는 줄 알았는데." 그 순간, 이정재는 처음으로 그녀가 인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상사이기 이전에, 고단한 인생을 살아온 누군가라는 것을. 그 밤, 그들은 조용히 같은 테이블에 앉아 업무 이야기를 나눴고, 이정재는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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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에서 돌아온 뒤, 회사에서는 큰 프로젝트를 두고 격렬한 내부 회의가 이어졌다. 반기재는 이정재를 곧장 저격했다. "자네는 IT 전문가도 아니잖아. 지원부서로 옮기는 게 어때?"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이정재는 손에 든 펜을 꼭 쥐었다. 김유미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날 이후,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에게 복종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증명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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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늦게 퇴근했고, 더 많이 읽었고, 더 치열하게 준비했다. 주말에도 사무실에서 개발 환경을 테스트했고, 수많은 보고서를 정리했다. 그는 회사의 시스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김유미의 책상 위에는 언제나 남색 담배 '선'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피웠고, 이정재는 그것을 준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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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재는 점점 초조해졌다. 이정재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기술 회의에서 주도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김유미가 그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본 후부터였다. 그는 더 직접적으로 이정재를 비하했지만, 이정재는 그럴수록 더 조용히, 더 깊게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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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대형 프로젝트의 성공과 함께 이정재는 본부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회사는 실력 중심의 평가 체계로 개편 중이었고, 그의 진중함과 전문성은 누구보다 돋보였다. 회사 안팎에서는 그가 김유미보다 먼저 승진한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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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재는 좌천되었다. 내부 감사 결과, 그가 지시한 일부 예산의 유용이 문제로 드러났고, 인사팀은 조용히 그의 사표를 받았다. 그는 짐을 싸며 마지막으로 김유미에게 말했다. "당신은 이정재를 너무 과신해. 언젠간 실망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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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이정재의 사무실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날 저녁, 그녀는 그를 찾아왔다. "그 담배… 계속 피우게 된 이유가 있어요. 그 향기, 그리고 그걸 챙겨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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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는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 발 다가오며 속삭였다. "사랑해요, 이정재 씨. 그동안 묵묵히 있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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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해 겨울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많은 이들이 놀랐다. 하지만 이들의 결합은 누구보다도 단단했다. 서로를 향한 존중과 감사를 바탕으로 한 사랑이었다. 김유미의 두 아들도 점차 그를 아버지로 받아들였고, 가족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그들 앞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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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날, 이정재는 정장을 입고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담배, 이젠 안 펴도 되겠죠? 당신이 있으니까." 김유미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가끔은… 그 향이 그리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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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서로의 삶에 등불이 되었다. 위계 속에 숨어 있던 감정은 존경과 신뢰를 넘어 사랑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권력 위에 놓이지 않았다. 담담하고 단단하게, 매일 쌓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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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이정재는 CEO가 되었고, 김유미는 그 곁에서 조용한 조언자가 되었다. 회사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들은 지치지 않았다. 커피잔 옆에 놓인 남색 담배 한 개피가 여전히 그들의 과거를, 그리고 현재를 이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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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재는 한 지방도시에서 작은 회사의 고문으로 남았다. 언젠가 회의에서 그가 말하던 대사, "자네는 전문가가 아니잖아."는 이제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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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다시는 과거를 말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마주보며 함께한 시간들을 기억했다. 조용한 새벽, 김유미는 작은 메모를 남겼다. "당신이 준비해준 그 담배 덕분에, 나도 사람이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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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향기 속에서, 그들은 늘 같은 속도로 늙어갔다. 부드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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