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7. 11:29ㆍ여행
35. 옛것과 새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새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물건도 첨단 제품으로, 새 집, 새 제도, 새 사람 등등. 영국 사람들은 오래된 것 쓰던 것, 옛 것을 좋아하고 이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엑시터에 정착하면서 마쉬바튼(Marsh Barton) 이라는 동네의 가축시장바닥에 매주 일요일이면 아침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중고 알뜰시장이 열리는 것을 알고 초기에는 매주 출근하다 시피 했다. 관광 삼아서. 그런데 처음 가보니 이건 쓰레기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고장난 문고리, 녹이 벌겋게 슨 망치 못, 나사부터 싼 비프(고기), 달걀, 입던 속 옷(입던 여성용 팬티와 브라지어), 오줌 싼 이불, 아이들 장난 감(이건 그래도 양호 한 편), 30년이 넘었을 것 같은 나무로 만든 골프 채 등등.. 그래도 메이커 있는 접시 세트, 예를 들어 웨이지 우드제품 같은 것은 몇 백 파운드에도 팔리고 있었다. 모든 제품은 원가의 약 10분지 1정도의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옛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옛 것을 싫어하는 사람의 차이는 그들의 잠재의식에서 유래된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의 경우 최근세의 일제의 문화로부터 발전한 청산해야 한다는 강한 자의식의 발로에서 무조건 버리고 우리 것으로 그리고 개선해야 한다는 강압감에 시달려 온 근세사는 오래 된 것은 버려야 한다는 의식을 키워왔는지 모르겠다. 영국은 이에 비하여 화려한 빅토리아 시절을 그리면서 그 시절을 그리는 마음에서 빅토리아풍의 건물을 선호한다든지 아니면 그 당시에 만든 자기를 산다든지 하는 마음이 발달 되어온 것 같다. 그런데 옛것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옛날의 모든 것이 잘못 되었더라도 이를 돌이켜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영국에 가이폭스데이 라는 기념일이 잇는데, 매년 11월 5일 날 영국인들은 이날을 기리며 이날 전후로 많은 불꽃을 하늘로 쏘아 올리며 즐긴다. 가이폭스는 1605년 국왕 제임스1세와 정부요인을 폭탄을 폭발시켜 암살하기 위하여 은밀히 가이폭스가 의사당 지하에 왕이 의회에 오는날 폭발시키려고 화약을 잔뜩 저장하였는데 36통의 화약과 장작을 의사당 건물의 지하실에 숨겨두고 거사 일을 11월5일로 잡고 기다렸다.
그런데, 익명의 자가 몬티글 의원에게 11월 5일 날 의회에 가지 말 것을 알렸는데 이를 조사하다가 마침내 화약음모가 드러나 가이폭스가 체포되고 이듬해 1월 31일 날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이 음모에 연루된 사람들은 모두 체포되어 사형되었는데 매년 11월 5일이면 가이폭스의 인형을 끌고 다니며 놀리다가 불태우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불덩어리를 넣은 오크 통을 장갑을 끼고 일정 거리까지 운반하는 대회가 지역에 따라 열린다. 매년 가을 가이폭스데이(Guy Fox day)에는 화약으로 만든 제품을 밤새도록 쏘고 터뜨리고 하면서 가이폭스를 기렸다. 이 풍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매년 연례행사이므로 학교에서는 이날이 다가오면 화재 안전수칙이나 화약을 다룰시 주의사항을 적은 인쇄물을 나누어 주면서 화재가 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가이폭스데이 불꽃놀이]
그런데 그런 화재예방보다는 설사 왕을 암살하려 했다는 그 사건을 이토록 기리는 것은 왜 중요할까? 그것은 왕이나 통치자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이며 국민을 위하여 올바로 정치를 하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왕도 잘못하면 누구에게서든지 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이 날을 기린다는 것도 옛것을 기리는 풍습의 하나다. 무조건 바꾸고 무조건 없애고 하는 것은 합리적인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성년, 아니 장년의 사고는 물론 굳어지고 일방적일 수 있으나 그 경험을 통한 사회의 이해는 청년보다 낳을 수 있다. 한국은 변화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변화는 새로운 것을 도입하고 사람의 가치관과 마음의 변화를 가져온다. 변화에서 뒤진 사람과 거기서 낙오된 사람은 어떻게 하나. 이런 점에 부작용이 있다. 기술의 발전 특히 정보통신의 분야에서 한국은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이런 분야에서 뒤진 장년들은 어떤 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자괴감을 가질지 모른다. 그런데 변화를 통한 기술적 해결을 통한 신문화의 창조만이 유일한 우리의 앞길은 아닌 가 싶다. 보다 바람직한 변화는 보다 근본적인 마음과 사고 작용에 있어서의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깨달음의 변화 이것이 더 중요한 가 싶다. 한국에서 신문을 보면 인터넷 신문 화면의 하단에 독자 의견이 실려 있는데, 이것을 보면 오히려 이런 섹션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운 욕설이 난무하고 이것이 매일 반복되는데, 이런 것이 공히 조선, 중앙, 동아라는 세 주요 신문에서 그러한데 다른 신문에서는 어떠할 까 그리고 사람들이 이제 매일 그걸 보고 아 저런 욕설을 써야 이야기가 되는구나. 라고 오판을 하면서 일상이 그렇게 되면 얼마나 유치하고 덕이 없는 사회가 될 것인가? 흔히 인터넷을 보면 조중동을 보지 말자라는 이야기가 난무한 적이 있었다. 영국에도 주요 신문이 가디언, 데일리 텔리그라프, 미러, 타임즈 등등의 주요 신문이 있는데 각각의 신문마다 색깔이 다르다. 어떤 신문은 강경 보수우익 지향이고 어떤 신문은 과격하고 좌익성향의 신문이며 또 어떤 신문은 중립적인 경향을 나타내는데 신문마다 정치적 색깔이 뚜렷하고 공개적으로 그 신문이 지향하는 이데올로기와 맞는 정당을 지원하고 그에 맞는 기사를 확대하여준다. 그리고 절대로 어떤 신문을 보지 말자. 라는 운동은 하지 않는다. 성숙한 문화는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안보면 그만이다. 남도 나처럼 느끼면 남도 안볼 것이고, 그러면 회사는 손해를 볼 것이며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바람의 문화다. 남에게 까지 영향을 주는 바람의 문화이며 이런 문화는 변화의 선호라는 것과 맞물려 이 바람을 부채질 한다. 그런데 단점은 이렇게 변화를 선호하여 그 다음에 우리에게 남는 정체성은 무엇인가 라는 측면에서 새것을 선호하고 옛 것을 버리는 문화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에게도 과거는 있었고 있을 것이며 현재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어떤 변화든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중요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며 우리 모두는 세대를 불구하고 이런 변화를 통하여 우리가 지향하는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그리고 상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측면이 있고 우리는 이것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집안에서 혹은 나라 안에서 계층간, 세대간 경쟁을 상호 쫒아내기 식으로 흐른다면 이는 변화를 통하여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뿐이지 그것이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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