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7. 11:41ㆍ여행
36. 문명의 비교
동서간의 문화의 우수성을 논하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무엇이 우수한지는 각기 필요성과 배경에 따라 다르므로 어떤 곳이 우수하다고는 말하기 곤란하다. 다만 대표적 서구문명의 장점은 거론할 수 있다고 보겠다. 우선 앞서도 말했지만, 영국의 문화에 있어서 장점은 교양 있는 개인들의 삶, 여유, 유연성, 유머러스한 분위기,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는 노력,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관행 등등이 장점으로 거론될 수 있겠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무얼 말해주는가?
여유
유머
본질적인 인간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고 과거나 현재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촛불과 전등이 다르지만 촛불은 더 운치가 있고, 전기난로와 장작 난로가 편리성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장작의 화력이 더 따뜻하고 나무에서 풍기는 향이 있어 좋은 것 같다. 전화가 있고 이메일이 있어서 편하지만, 편지 쓰는 것은 주고받는 사람간의 정이 도타워 더 포근하다. 처음에 영국에 와서 이 작은 도시에 와서 마주치는 남녀는 늘 웃음으로 화답한다.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이 사람들이 약간은 정신병자가 아닌가? 바보가 아닌가? 그리고 저 여자는 내가 좋아서 뭔가 기대를 하고,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그러는가? 이런 와중 거울을 보고 그들의 미소와 나의 굳어진 얼굴을 비교해보니 나는 마치 화난 사람처럼 보이는 게 영 경직되고 굳어져있는 전형적인 한국사람 이었다. 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았다. 왜 같은 지구에 살면서 저 사람은 늘 웃고 상냥하게 살고 나는 이렇게 굳어져 있는 것일까? 하는 것에도 의문이 일었다. 마치 왜 저 사람은 눈이 파랗고 나는 갈색인가 하는 것처럼...신은 왜 이렇게 다르게 인간을 만들어 놓았을 까? 사람들의 이러한 젠틀맨싶 문화는 그들이 끌고 다니는 개를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영국 개는 좀처럼 짓지도 않고 매우 상냥하고 사람들이 미소 짓듯이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고개를 숙이고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교태를 떤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영국에서 개를 소유하는 경우 가정에서 기를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 것-즉 훈련을 받아 짖거나 물지 않는 것-예방주사를 접종하고 혈통을 등록한 것 등(영국에서 개는 보통 자신의 혈통과 정보를 칩으로 저장하여 목에 걸고 다닌다)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개는 압수당하여 훈련을 시키거나 훈련을 시켜도 말을 듣지 않는 경우 사회에서 도태시켜 죽인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개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오히려 한 가족같이 말을 잘 듣는다. 개를 기르는 사람은 개가 죽으면 몇 날 며칠을 슬퍼한다. 보신탕을 하여 먹지 않고 묻어주고 기억하고 평소에 사진을 찍어 가족처럼 기념한다.
이야기가 딴 데로 흘렀는데, 본질적으로 사람 사는 것은 같다. 약간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편리성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라는 것을 느낀다. 먹고 자고 사랑하고 기억하고 일하고... 어떤 편협한 하나의 기술적 측면을 가지고 인간의 삶의 본질을 바꾸는 일은 결코 없다. 열차가 속도가 빨라졌을 뿐, 옛날의 스팀기관차나 다름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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