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39] 양육의 문화와 번영

2024. 10. 18. 09:29여행

39. 양육의 문화와 번영

 

과거에 영국이 지배한 식민지 치고 지금 아주 후진국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스리랑카나 아프리카 몇 개 국가에서는 후진성을 볼 수 있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을 위시한 아시아 국가를 비롯하여 영국이 개척한 미국, 캐나다, 호주 등등 모두 전 세계에서 쟁쟁한 선진국가의 대열에서 영국의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번영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문득 어느 날 아침 영국의 내가 사는 동네의 길을 지나면서 잘 가꾼 정원을 바라보면서 바로 이것이 영국의 전통적인 삶의 철학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어디나 푸르게 자라는 잔디, 그 주변으로 우거진 아름답게 다듬어진 정원수과 정원의 한 편을 나란히 가꾸어서 피워놓은 울긋불긋한 꽃들, 그리고 시내 복판에서도 하늘을 찌를 듯이 자라는 수목, 누구나 사랑하는 강아지와 이를 자기 자신처럼 여기면서 돌보는 사람들. 모두가 바쁜 일터로 간 시간이나 저녁 퇴근시간이나 사람들은 어디선가 바쁘지만, 집 한 켠 에서도 정원 그 자체는 바쁘다. 수목들이 자라는 소리와 사람과 함께 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쩌다 불이 나거나 천둥에 나무가 부러져서 치우거나 자르거나 혹은 도시개발에 의하여 도시의 한 쪽이 차단되고 공사를 하는 일이나, 집수리를 위하여 빔을 세우는 일이 있지만 그 외에는 참으로 조용하고 어디서나 한가한 풍경이다.

 

그들은 이렇게 아름답게 가꾸고 양육하는 것을 생활 화 하는데 자연을 그냥 두지는 않는다. 옛 부터 유명한 정원을 사람들이 다투어 관람하고 정원 콘테스트가 있고, 그리고 정원을 더럽게 관리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도록 내팽개쳐 두지는 않는 것 같다. 정원을 가꾸지 않으려면 돌을 깔고 잔자갈을 펼쳐놓아 깨끗하게 관리를 하면서도 거기에 정원 목 하나를 심거나 화분을 늘어 놓는다. 그래서 슈퍼나 백화점에도 정원과 관련한 씨앗, 화분, 뿌리를 갓 내린 화분 등이 꼭 있다. 이러한 일상은 수목을 기르고 아름답게 번영하게 하는 일상이 반영되고 거기에 삶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잘 자라도록 관리하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모양을 내고 기름지게 양분을 주고, 수시로 가지를 치고.. 이런 삶의 자세는 파괴적이고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는 파괴성 보다는 기존의 삶을 유지하고 이를 잘 자라도록 유도하고 아름답고 풍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철학은 일반직장, 단체, 클럽 등의 공동체의 정신에 반영되고 국가의 운영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원관리에 신경을 쓰고 잔디를 깎고 꽃을 심고 다듬는다. 이러한 일상은 그들이 접한 다른 문화에도 적용되어 국가정치체제에 영향을 미치고 그 번영의 결실을 가져오는 것 같다. 기본적인 커다란 삶의 철학이 이럴 진데, 그것이 다른 정치, 경제, 국제관계에 주는 영향이 전혀 없으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영국인들은 특히 측은지심이 강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강한 편이다. 무언가 매우 잘못되고, 가련하거나 불공정한 것에 대하여는 강한 관심을 가진다. 영국에서 영국의 TV가 한국에 가장 강한 관심을 보인 것은 미군에 의하여 여중생 2명이 사망하고 부시대통령의 사과가 있었을 때,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가 있었던 때 뉴스는 매일 그 경과와 현황에 대하여 장시간 보도를 하였다. 한국이 아무리 수출이 많고 세계경제에서 10위권에 놓여 있고, 한국의 공장이 아무리 영국에서 많은 제품을 인기리에 판매하여도 관심이 없던 영국이 인간의 측은지심과 관련한, 그리고 인권과 관련한 사람의 본심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무엇에 대하여는 매우 관심이 높다. 이들의 방송은 재미없는 심각한 경제적 경쟁보다는 이처럼 극적인 드라마 같은 한 편의 소설 같은 문제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을 가진다. 물론 어떤 사람은 촛불 시위를 인간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운 행위로 보고, 어떤 사람은 반미시위, 성조기를 찢는 행위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이것을 보면 영국의 시각에서 기본적으로 한국은 아직 인권보장이 불비 하고 서구사회가 지향하는 민주자유사회로 보기에는 미흡하게 보이는 것 같다. 최소한 그들의 기준에서.. 특히 BBC에서 경의선을 연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남북의 소년과 소녀가 만나 장미를 교환하고 부등켜 안는 장면은 진정한 데탕트의 청산을 위한 상징적 장면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중요한 사람이나 사건의 기념일이나 장소에서 촛불을 켜두고 이를 기념하는 이들의 습관에서 한국의 촛불시위는 매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촛불로 침묵시위를 하는 것은 사람들의 이성적인 아름다운 마음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야성적이며 파괴적인 상황의 연출에서는 그러한 일이 있을 수 없으므로..

 

[촛불시위]

 

우리는 많은 촛불 모임을 보아왔다. 동서베를린 벽의 붕괴, 밀로세비치의 축출 후 모인 사람들의 희생자 추모모임, 미국의 쌍둥이 빌딩 붕괴 후 추모모임 등, 그 많은 사람이 모인 한국의 촛불 행사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서구의 눈은 물론 어떤 눈은 의심스런 눈으로 남북관계를 보지만, 그 동안의 최근 20-30년 내에 일어난 대사건을 상기하면 여기서의 눈은 한국도 이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는구나. 라고 하는 강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변화는 사실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야 극적인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인데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하여 사람들은 매우 걱정을 하고 있다. 한쪽에선 민중의 촛불로 연민을 연출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핵무기로 무언의 위협을 가하는 폭력성이 숨겨져 있는데, 이 모순되고 교묘한 현실을 우리는 잘 극복하고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이번 우리세대에 놓인 제1차적 도전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