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6] 생활환경

2024. 10. 8. 17:05여행

6. 생활환경

 

영국의 생활환경을 한마디로 하면 아름답고 소프트한 터치(Beautiful and soft touch) 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매우 자연 친화적인 것 같다. 먼저 자연 친화적인 것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거의 모든 집은 작더라도 잔디정원을 가지고 있다. 늘 녹색의 공간을 집에 끼고 사는 것이다. 이 녹색의 공간은 한국 같으면 정원이 있어도 사시사철 가꾸기 힘들지만-겨울이 오면 잎이 다 시들어 버리므로, -여기는 남부지방이라 그런지 겨울도 상당히 온화하다. 사시사철 정원 관리하기가 매우 좋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영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비 때문이다. 나는 사실 이 나라의 날씨에 반했다. 한마디로 가끔 비치는 햇빛의 가치를 실감나게 하고, 일년 내내 내리는 비로 인하여 온갖 식물이 잘 자라므로 어딜 가나 숲과 고목이 우거지고, 비는 수시로 먼지와 공해를 흡수하여 늘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만들고 잔디는 연중 늘 녹색으로 빛나고, 꽃도 씨만 뿌려놓으면 정원 어디서나 아름답고 앙증맞게 잘 자란다. 물론 날씨 때문에 밀농사 외에는 농산물이 거의 잘 되지 않아 건초를 키우고 양을 치는 것 이외에 시골에서 벌어먹고 살 것이 별로 없는 것이 흠이지만. 한국에서 장마철 생각이 난다. 비가 내리면 밖에 나가서 비는 맞기 싫고, 따뜻한 아래 목을 차고앉아서, 부엌에서 구운 고구마를 양재기에 담아 따뜻한 방안에서 껍질을 까먹고, 그리고 생각은 자꾸만 어린 아기가 엄마 가슴을 파고들듯, 밖으로가 아닌, 나 자신을 생각하는 시인처럼 생각이 안으로 오므라들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여기서도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내부지향적인 생각이 오래되고 길다. 왜냐하면 늘 비가 오므로.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내부 지향적이 되면 특히 비가 오는 날과 더불어 우울해 지기 쉽다. 이것을 벗어나기 위하여 실내에서 즐기는 파티문화, 칼라풀한 의복과 화장, 실내에서 작은 공간에서 머리를 많이 쓰는 게임 등이 특히 발달되어 있다. 작은 대도시도 자연과 매우 가깝다. 여기서 자연은 잔디나 초목을 말하는데, 어디가도 사람과 가까이 있다. 잉글랜드 시골은 산이 없고 구릉지대의 연속이다. 낮은 언덕이 길게 이어지고 저지대가 나타났다가 다시 언덕으로 이어지고 마치 제주도의 돌을 쌓은 농장지대 같은 풍경이 연속된다. 여기도 땅의 경계는 주로 돌을 쌓거나 나무를 심어 표시를 한다. 그 언덕들은 전부 일년 내내 파랗게 잔디가 덮여있다. 그 속에서 양이나, 소, 말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는 것이 영국의 시골모습이다. 그런데 그 농장 안을 거닐어보면 양이나 소 말 똥이 널려있어 낭만적으로 산책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여겨지나 하여튼 동물의 배설물을 바탕으로 건초가 잘 자라고 그걸 수확하여 동물의 먹이를 마련하고..그렇게 사는 것 같다.

 

[영국의 스토웨 정원(Rotunda at Stowe Garden (1730-38)]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작아 처음의 선입견이 우리처럼 오밀조밀 살겠구나. 라고 생각하였는데 이와는 정반대였다. 시골을 보면 대 여섯 집 혹은 많아야 몇 십호가 사는 곳이 태반이고 너른 들에 집하나 덜렁 있는 곳도 많다. 면적을 매우 넓게 사용하고 있었다. 하나의 상상에 불과하지만 이걸 보니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을 수립하는 경우, 우리나라에 널린 산을 잘 이용하는 것도 주택문제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산지를 잘 개발하여 주택지를 개발하고 좀 더 넓게 탁 트이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시골경치를 보노라면 마음이 편해진다. 산이 가로막고 있지 않아서, 너른 들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내 삶이 편해지리라 등과 같은 편한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 사람들은 사회생활이나 학문이나 정치나 매우 편하게 한다는 느낌이 든다. 서두르거나,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아니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그리 눈에 띄게 고민을 하는 것 같지 않다. 그야말로 순리대로, 매우 지성적으로 사는 것 같다. 우리 눈에 보기에는 실천에 옮기기 불가능한 것 같지만 이들은 실천하는 것은 놀랄 만하다. 도로의 라운드어바웃 (Roundabout) 같은 제도는 참으로 실행하기 복잡한 제도 같으나 기가 막히게 효과적인 교통통제 시스템인데 이들은 실천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자연 친화적으로 사나, 일단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있어서는 우리보다 몇 번씩 생각을 더 많이 하는 역동적이며 인공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사회조직의 운영에 있어서, 하나의 기업이 성공을 하면 우리나라는 유사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기만, 여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나의 성공한 사회시스템은 서로 밀어주고 영웅을 만들고 하는 것과 같은 공동체 정신이 잘 발달 되어있다. 예를 들어 국내고속버스 시스템은 국립고속 하나인 것 같다. 이 회사는 유럽까지 커버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것 하나이다. 많은 회사를 만들어 출혈 경쟁을 하지 않는다. 회사가 많아지면 고용이 늘고 경제에 기여를 하겠지만, 개별회사가 버스시간을 관리할 인력, 정비시스템 등 중복 투자가 많으므로 그만큼 국가적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중요한 기업은 하나로 족하다. 슈퍼를 보면 영국 내에는 두 개의 큰 수퍼가 전국을 장악한다. 영국인의 자본으로 1869년 John James 와 Mary Ann Sainsbury에 의하여 런던의 173 Drury Lane에서 시작된 생스베리(Sangsberry)라는 곳과 유대인 자본인 테스코(Tesco) 이다. 한국의 이마트와 비슷한 곳이다. 보통 영국 시민들은 이 둘 중 하나를 이용한다. 물론 냉동식품 전문 슈퍼인 아이스랜드(Iceland), 규모는 작지만 생스베리와 비슷한 섬머필드 (Summerfield) 같은 곳이 있지만 그 큰 두 매장이 어지간한 영국인의 일상품과 식탁의 식품을 다 공급한다. 또 하나는 단계적 복지제도처럼 빈부의 차를 감안한 슈퍼마켓의 마켓팅의 센스있는 판매 전략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문제가 없지만 없는 사람들이 문제. 저소득층을 위하여 식품 마켓팅이나 일상공공요금의 운용에서 보면 배려가 보인다. 어느 식품매장에나 이코노미가 있다. 저소득층이 배고프지 않도록. 여길 보면 식빵 1개가 1파운드짜리부터 15펜스짜리까지 있는데 15 펜스짜리가 이코노미다.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에 입맛을 맞추기 위하여 식빵을 하나 샀는데 한 통에 1,800원이었다. 이 빵은 매우 고급스럽게 만들었는데 영국에서도 한통에 1,800원하는 빵을 사 먹어보질 못했는데 집사람이 한 조각만 구어서 주길래 하나 더 구어 달라고 했더니 너무 비싸서 한 조각만 먹어야 한다고 해서 사정사정해서 아침에 두 조각을 먹었는데 우리나라 빵집에는 싼 빵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물가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10만원을 들고 나가보아도 그리 마음에 들게 식품쇼핑이 되지 않는다.

 

전화요금도 조금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싼 회선도 있다. 영국의 보편적인 전화회선은 국영전화회사인 브리티시 텔레콤 (BT)인데, BT로부터 전화사용 시간(time)만을 사서 이를 실수요자에게 BT 가격보다 싸게 파는 유로벨(Euro bell)같은 회사가 있다. 그런데 이 회사의 회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 회선을 설치하고 집의 전화번호도 조금 복잡하다. 싼 대신 조금 불편을 감수하여야 한다. 여하튼 사회조직의 운영에 있어서 영국인은 좀처럼 남이 성공했다고 이를 복사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고유한 무엇을 가지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는 실제적으로 사회조직운영의 효율화에 크게 기여하고 자원의 낭비를 방지한다. 그리고 사기업의 경우에도 상품의 판매에 있어서 다양한 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한 가격대를 통하여 적어도 질은 낮더라도 굶어죽게 만들지는 않는다. 삶의 행태에서 인간이 예부터 가져온 습속 중 하나가 여기서의 영웅 만들기다. 축구선수 베컴이 영국에서는 영웅이다. 얼마 전 위대한 영국인을 투표하는데 처칠, 벡컴 등 5인의 명단에 베컴이 올랐다. 베컴은 물론 축구영웅이나 영국의 자산이다. 얼마 전 한국의 2002 월드컵 때 영국내 TV에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기준은 얼마나 청소년들이 베컴을 알고 있으며 사랑하는지 였다. 일본의 어느 학생의 방을 TV가 보여주면서 그 여학생이 베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그 방에 걸린 여러 장의 베컴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영국의 축구영웅 베컴]

 

그런데 한국은 2000당시 그런 청소년이 없었는지 방영이 안 되었다. 베컴이 누구인지 모르는 학생이 태반이었다. 자연히 영국의 TV는 일본위주로 아시아권 중계를 하고 개최국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였다. 사실 베컴은 전 세계 선수 중 커브로 볼을 차서 정확히 장거리 슛을 하는 2-3 명의 선수 중 하나이므로 대단히 실력도 있고 영웅이다. 그는 발이 매우 큰 것 같았다. 영국 청소년 중 베컴이 입는 멘체스터 유니폼이 없는 아이들이 없다. 말이 나온 김에 한국의 월드컵은 유럽 축구 마니아에게 분명히 자성의 기회를 준 것 같다. 그리고 진정한 스포츠의 세계를 보여준 것 같다. 월드컵 전에 그렇게 처절히 피를 흘리면서 싸우던 훌리건들이 최근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국축구의 예절과 질서가 유럽 종주국에 축구 응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뭔가를 확실히 보여 주었다. 실제로 2002월드컵이후 내가 사는 지역의 경찰이 영국의 훌리건을 충동질하는 웹사이트를 불법화하여 수사하고 이를 폐쇄하도록 하는 모습을 신문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기간동안 공부고 일이고 뭐고 올 스톱의 상황인데, 지도교수와 토론모임을 위해 면담 신청을 하기도 어렵게 느껴지고, 공부도 별로 손에 잡히지도 않았는데, 나는 학업 일정이 급하여 월드컵이후 겨우 지도교수와 토론 시간을 약속을 받아내고 만났더니 두 지도교수가 공부에 대한 토론은 안하고 월드컵에 대하여 비평과 토론으로 한 시간을 다 채우는 바람에 월드컵 이후까지도 한 달 간은 공부이야기는 포기해야 했다. 물론 월드컵기간 중의 TV 해설자들에게 모두 한국의 응원이 화제가 되었고 설명하고 중계하는 아나운서들의 얼굴은 신바람에 차있고 한국에 대하여 그 기백과 매너 등에 대하여 칭찬이 자자하고 미래 지향적인 멘트를 하였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이유는 축구종주국인 영국의 축구를 한국이 그처럼 멋있게 승화해주는데 이를 싫어할 영국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때 비로소 TV에 한국의 광화문이 나오고 장엄한 응원단이 비추어질 때 영국 사람들은 한국이 어떤 나라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영국의 자연스러움의 극치는 시골의 빌리지 주거문화이다. 황야에 굴러다니는 돌로 집의 터를 세우고 벽을 쌓아 만든 영국의 전통가옥은 자연스러움의 극치로 보여 진다. 그런 집안에 들어가면 부엌, 거실, 침실 등 아주 단순하고 투박하고 작고 그런 모습을 한 집들이 많다. 단적으로 매우 원시적이다. 물론 요즘 지은 집은 붉은 벽돌로 하수도와 전기배선, 그리고 우아한 로라애쉴리제 고급벽지와 고급 주방기기, 카펫 등으로 장식을 하였지만. 옛날 집은 어떻게 보면 원시시대에 그저 비와 바람을 가리기 위해 투박하게 돌을 한 장 한 장 쌓은 그런 집이다. 그런 집이 많이 모인 곳은 castle combe 라는 곳이 있는데(combe는 영국에서 작은 마을의 의미로 사용된다) 이 곳의 집들은 영국의 전통적인 가옥으로 손꼽히는 곳이며 모두 집을 돌로 쌓아 지었다.

많은 공공건물들도 아직 그런 형태가 많다. 대부분의 성(castle)과 오래된 가옥들은 돌로 쌓았다. 윈저성 같은 왕이 사는 성은 돌을 좀 매끄럽게 잘 다름없고 개인 집은 그저 돌을 그냥 쌓거나 아니면 하나하나 시멘트를 이겨가며 쌓았다. 대부분 집들의 층의 구분은 나무를 사용하고 거기에 카펫을 깔아 촉감이 매우 소프트하다. 아이들이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 집의 특징은 어느 집이나 벽난로가 다 있다. 옛날의 화로를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집들이 벽난로에 가스가 들어오게 하여 가스를 쓰지만 옛날 집들은 아직 나무를 때거나 심지어는 석탄을 때기도 한다. 모든 영국인 집의 지붕에 솟아있는 굴뚝은 이 벽난로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영국의 중세 부자의 척도는 지붕에 솟아있는 굴뚝의 수와 크기, 그리고 집안의 난로를 손질하는 부지깽이의 고급스러움과 불씨나 불길을 막는 난로 앞의 불 방패로서 부의 척도를 삼았다고 한다. 아주 최근의 집들은 이 굴뚝이 없이 전기난방이나 보일러를 가동하여 스팀을 돌리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아파트단지의 대규모 중앙 집중식 난방은 큰 학교건물이나 관공서에나 가야 볼 수 있다. 2001년 겨울에 존 타이마르(Timar) 라는 혼자 사는 레이디의 초대를 받아 북 요크(North York) 지역에 가서 이틀을 자고 온 적이 있었다. 그 집은 역시 큰 돌 벽돌로 지은 집인데, 1,500년경에 주춧돌을 쌓았다고 했다. 오래된 집들을 가만히 보면 큰 벽돌을 그냥 쌓지는 않는다. 돌에다 구멍을 뚫어서 굵은 쇠를 박아 다른 돌과 연결을 하기도 하는데, 큰 성을 보면 그런 공법을 써서 건물 전체를 튼튼하게 유지를 하고 있다. 여하튼 머리를 한 번 더 쓰고, 안 될 것 같은 일도 실천하여 관철하는 그 실천력에 머리가 수그러진다. 하나하나 쌓은 많은 돌집들, 구멍을 뚫어 쇠를 박아 연결한 건물, 그래서 몇 백 년을 거쳐 대를 물려 살아도 전혀 변하지 않는 건물 등...

요크에 있는 존 타이마르 (Jone Timar)의 집은 영국의 서부해안을 바라보는 농장 한 가운데 있는 집인데, 혼자 살기에는 너무 컸다. 그 레이디는 60이 넘었는데, 50여 마리의 양, 닭 몇 마리 10 여 마리의 오리, 개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는 눈을 다쳐 매우 힘들게 살고 있었다. 석탄을 때서 보일러를 가동시켜 난방을 하고 복싱데이 (Boxing day 는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다음날 불우 이웃 돕기 모금함을 터는 날을 이렇게 부른다) 이후에는 관습이라며 부엌에 있는 벽난로 엄청나게 굵은 통나무를 하나 덜렁 넣어놓고 불을 붙였는데 그 나무는 하루 종일 타고 있으면서 엄청난 화력을 내고 있었다. 큰 통나무에 불을 붙이기는 그리 쉽지가 않은데, 나무아래 쏘시개를 넣고 불을 붙어 가죽으로 된 풀무를 이용하여 바람을 불어넣으니 불이 활활 타올랐다. 그 가죽 풀무는 50년은 족히 넘은 것 같았다. 여기서 벽난로의 위력을 실감했다. 그 집은 호주를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이 활동하던 무대인 로빈후드(Robinhood)만 해안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집 이층에서 창문으로 내려다본 경치는 평생 여기에 눌러 살고 싶다고 느낄 만큼 아름답고 조용하고 정겨웠다.

 

[로빈후드 만]

 

타이마르는 자기 집에서 50 미터쯤 떨어진 숲 속에 있는 파일링 홀(fyling Hall) 이라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규모의 학교의 사립학교 재단이사였는데 마음에 있으면 딸을 여기에 놓아두고 가라고 권했다. 그 학교는 해안을 바라보는 숲속에 자리 잡고 전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을 해야 하고 학생들의 승마훈련을 위하여 말을 별도로 주변 농장에서 기르고 있는 등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연간 일인당 2,000만 원 이상 드는 사립학교 학비를 댈 수 없어 사양했다.

 

나는 한국에서 여름이면 양팔에 강렬한 햇빛으로 인하여 땀띠가 나고 뜨거운 햇볕 때문에 피부가 타는 등 고생을 했는데 여기의 날씨는 그것을 말끔히 덜어주었다. 여름 날씨도 그늘 밑은 춥고 햇볕은 제법 따갑지만 선선한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차에는 에어콘 장치가 있어도 별로 틀 일이 없었다. 4계절이 중부 이남은 비교적 온화하고 지내기 편한 날씨다. 남쪽은 한겨울에도 다포딜이 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노랗고 하얀 꽃이 아름답게 핀다. 비는 9월 말부터 내리기 시작하여 4월초나 되어야 멈추는데 4월부터 9월초까지는 연일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여기도 비가 내리는 철에는 홍수가 찾아오는데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홍수 같다. 홍수는 주로 겨울에 많이 난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일은 없고 가랑비가 줄줄 내리는데, 산사태가 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왜냐하면 산이 없으므로, 또한 잔디가 많아 비를 흡수하지만, 비가 많이 내리는 경우는 물이 쌓이고 넘쳐 강이 넘치고 고인 물이 낮은 지대를 강처럼 흐른다. 여기도 예전에는 없던 홍수가 잦아 이상기온 때문이라고 걱정을 한다. 시내를 가로 지르는 강의 수위 관리를 하지만 그를 조절하는 범위를 넘어 비가 오므로 잦은 홍수로 집이 잠겨 고생하는 경우를 종종 연례적으로 본다. 그러나 여기도 전통적으로 관리해온 치수정책을 넘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비가 많이 오고 강풍을 동반하는 경우는 도로 옆의 나무 가지가 부러져서 자동차 사고가 나는 일이 잦다. 인명사고가 나면 신문에 크게 보도된다.

대부분의 가정은 목이 긴 장화를 식구 수만큼 가지고 있는데 가족들과 교외에 산책이라도 갈 양이면 잔디를 밟더라도 밑에 물이 고여 있거나 진흙을 밟기 십상이므로 장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은 비가 오는 날 장화를 신거나 혹은 교외학습을 하는 경우 장화를 가져오도록 학교에서 요청한다. 영국 영화를 보면 영국인들이 가끔 모자가 달린 검은 망토 같은 옷을 자주 입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비가 자주 오므로 우산 없이 머리에 비를 맞지 않도록 모자 달린 윗옷은 필수적이다.

소프트 터치는 부드럽고 딱딱하지 않고 각이 지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우선 말의 사용에 있어서 이들은 조용하고 부드럽고 음율이 섞인 것 같은 사용을 한다. 그리고 물론 상대방을 배려한다. Sorry란 말이 하루를 통 털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상대의 말을 되물을 때, 전화에서 상대방의 말이 잘 안 들릴 때도 사용하고 I beg you pardon 대신 sorry를 쓰고, 길거리에서 옷깃만 스쳐도 sorry, 남에게 약간의 불편을 준 것 같아도 sorry를 쓰고 이것은 늘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불편을 끼치지 않고 심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배려인데, 그러므로 인간관계가 매우 부드러워진다. 물 흐르듯, 편안함을 주는 배려가 있으므로 사람들은 어떤 자리에서도 매우 편안하다. 사람과 차가 다니는 공간을 제외한 공간은 모두 다 푹신한 양탄자 같은 잔디로 덮여있다. 아이들이 몸을 날려서 넘어져도 다치기보다는 재미있어서 함박웃음이 나오는 모습이다. 교외로 나가면 더 장관으로 펼쳐진 잔디바다를 볼 수 있다. 물론 집으로 들어가도 대부분의 집들이 양탄자를 사용하므로 이런 느낌은 집안으로 이어진다. 처음에 집을 세를 내어 사는 데 불편한 점은 화장실까지 양털 같은 부드러운 양탄자가 깔려 있었는데, 생각해 보라,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아파트의 화장실은 물을 튀기면서 샤워를 하고 오줌도 한 두 방울 바닥에 흘리는데, 영국에서는 양변기 바로 밑바닥까지 깔린 카페트를 조심조심하며 흘리지 않도록 화장실을 이용하고 목욕과 샤워를 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물론 물 한 두 방울이 샤워 커텐 뒤로 튀지만, 한번 상상을 해 보라.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런데 이런 생활에 익숙해 지다보니 매사에 조심하는 버릇이 몸에 배게 된다. 발걸음 하나하나 손놀림 하나 하나가 정교하게 조심을 하는데, 이거 우아한 걸음이나 동작이 그냥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생활환경과 구조에서 오랫동안 적응하다보니 일어나는 것 같다. 그런데, 영국의 아이들 중 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이 친구 중 한명 중에 로리라는 10살 된 아이가 있었다. 그 애 아버지는 소방서에서 어머니는 사회복지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어 방과 후 아이를 픽업하고 돌보아 줄 사람이 없었는데 마침 우리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무렵 첫 6개월간은 로리를 어느 한국인 가정에서 데려다가 부모의 퇴근 시간이 되면 데려다 주는 등 돌보아 주었다. 물론 그 부모는 대환영이었다. 그 한국인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영어소통 문제를 이 아이를 통하여 증진시키고자 함은 물론이었다. 그 한국인 가정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우리가 물론 그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그 아이를 몇 번 집으로 초대하여 아이들과 놀도록 하여 주었다. 그런데 로리는 엄청난 장난꾸러기였다. 집에 남아나는 게 없었다. 소파란 소파는 다 뒤집어 던지고 웬만한 집의 물건은 남아나는 게 없었다. 심지어는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난간도 다 부수는데 세 들어 사는 주제에 이대로 두면 집에 남아나는 게 없고 물어주어야 할 돈이 어마어마할 것 같아 몇 번 초대 이후로는 미안하지만 그 아이를 초대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질서 의식은 잘 되어있는데, 물건을 사기 위하거나 차를 타기 위하여 줄서는 것 이외에 것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예컨대 주차질서 같은 것은 별도로 감시하는 요원들이 시내 어디에나 있고 도시 중심부의 펍이나 주요 상가지역에는 경찰에서 설치한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불법주차나 사고를 감시한다. 한국의 주차 무질서는 사실은 관리하는 부서에서 관리의 부재에서 온다. 한국의 주요도로 뒤편에 가보면 도로변 주차안내도 없고 주정차 금지선에 차는 버젓이 서있고 심지어는 도로 턱을 타고 올라와 인도에까지 서 있는데 이것은 관리의 부재 때문에 넓은 도로를 안전하고 자유로이 쓰지 못하고 온 통 뒤 엉켜 있는 것이다. 영국의 주요 시내와 인근 주택가까지 주차를 위한 도로 관리는 한 뼘의 땅도 그냥 방치를 하지 않는다. 주택가 인근의 도로의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곳은 인근 주택에 사는 사람이 이용하도록 전용 주차장을 마련해주고 거주자만이 주차를 하도록 스티커 등을 발급하여 주어서 이용하도록 해준다. 시간을 많이 소요하지 않는 주요 상가 앞에는 쇼핑객이 30분 정도의 시간 내에 쇼핑을 하도록 무료주차표시를 해주고 도로 감시원은 이런 차들이 30분 넘게 주차를 하는 지를 감시하고 위반 시는 딱지를 뗀다. 그리고 번화가에서는 주차권을 사서 차에 붙이고 차를 돈을 낸 만큼 주차를 하도록 조치한다. 시내의 모든 도로가 이런 표시를 하고 있고 어지간한 도로 옆 주차는 돈을 내도록 하므로 골목길이나 길옆에 차가 엉켜서 무질서한 주차는 하지 않는다. 꼭 차가 필요한 쇼핑은 넓은 공공주차장을 이용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가까운 쇼핑 길은 걸어서 다니고 사람들은 불필요하게 시내에서 운전을 하지는 않는다. 질서는 물론 자율적으로도 유지되지만 복잡한 사회구조가 진행되면서 그에 걸 맞는 철저한 관리아래 나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