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4] 영국의 교통

2024. 10. 7. 12:23여행

4. 영국의 교통

 

비행기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우선 교통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기서 몇 달 살면서 놀란 것은 한국에서도 영국에 오기 전에 간간히 뉴스를 보고 안 사실인데 철도사고가 많다는 점이다. 많게는 일주일에 한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반드시 대형 철도사고가 났다. 초기에는 철도를 이용하여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영국에서는 절대로 철도를 이용하지 않았다. 사고가 너무 많이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예고도 없이 철도는 막혀버리고 사고조사, 복구가 끝날 때가지 그 노선은 불통되기 마련이다. 물론 통근수단으로 철도를 이용하는 고정 승객은 속수무책이다. 정착을 시작한 이래 잊을 만하면 철도사고가 났다. 거의 1달에 한번 꼴인 것 같았는데, 철도사고는 한번 났다하면 대형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이 철도사고는 한마디로 대처리즘의 부작용 같았다. 민영화를 통하여 거대자본과 투자가 소요되는 철도조직을 분할하고 사유화하는 과정에서 철도운영 및 영업회사, 노선관리회사가 따로 운영되어 종합적 연계가 부족한데서 오는 문제와 효율화에 따라 인원감축을 하다보니 인력부족으로 철길관리를 세밀하게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문제 같았다. 철도사고가 너무 빈번하게 나므로 누군가 비난받을 자가 필요했는지 나중에는 ‘반달리즘(Vandalism)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실제로 반달리즘(Vandalism :유적이나 시설파괴행위)도 하나의 원인 같았다. 아이들이 철길 위에 쇠 덩어리나 돌을 올려놓아 열차를 탈선하게 만드는 것 등. 그러나 근본적 문제는 영국은 최초로 증기 기관차를 만든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철도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전반적으로 철도를 근대화하기 위한 투자부족에서 기안하는 것 같았다. 물론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노선을 가지고 있지만 프랑스나 일본 및 독일처럼 고속철도는 없고 우리나라 새마을호 정도에 버금가는 급행열차가 고작이다. 여기에서도 10년을 내다보는 철도의 초 현대화가 공론화 되어 있으나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국가의 과감한 개입 없이는 어려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국의 철도]

 

 

 철도가 민영화된 마당에 이러한 미래프로젝트를 작동화 (作動化) 하기 위하여 민간과 정부의 협력투자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아직 많은 지선(支線)에서는 관광 등의 목적을 위하여 스팀열차가 아직 운영되고 있다. 때때로 기술자들은 1800년도나 1900년 초에 만든 고물 기관차를 끌어내서 수리하여 그 당시의 기술수준을 품평하고 수리하여 움직여보는 기회를 만들어 과거의 향수를 되살리는 일들이 종종 있다. 이것은 마치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향수를 달래고 현재의 고통을 잊는 즐거움을 주나 그냥 놀이에 불과하다. 그런데 종종 기술자들은 고철에 불과한 1800년도의 기관차를 박물관에서 끌어내어 수리한 다음 시험운전을 해 보이는데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기관차를 보면서 신기해하고 향수를 달랜다. 열차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보면 이미 1800년대 말에 시속 100킬로를 넘는 급행 증기열차가 있었는데, 영국인들은 이미 우리보다 200년 전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시속 100키로 대의 급행열차를 일상화하고 있었으니... 당시에는 우리가 걸어 다닐 때 얼마나 진보된 문명이었겠는가? 그리고 그로 인하여 다른 산업의 파급효과는 어떠하였으며, 그러니 영국 사람들이 빅토리아의 번영기를 향수 속에서 회고하는 것이 아닐까?

 

런던의 튜브(지하철) 은 우리나라보다 규모는 작은 것 같다. 우리나라 지하철에 익숙해 있으면 런던의 튜브를 이용하는데 거의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영국인은 체구가 보통 우리보다 더 큰 편인데 전동차의 크기는 아주 작다.

[런던의 지하철]

 

 

그런데 이런 작은 공공시설은 건물, 버스, 공공도로 등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이것은 여행객들이 느끼겠지만 사람이 신체를 움직여 걷고 이용하는데 있어 덜 걷고 덜 움직이게 만들어 인체의 몸에 편리하고 친근감을 가지도록 해주고 모든 건설이나 제작비용의 저렴화에도 기여를 한다고 보인다. 곡선의 사용과 축소 지향적인 구조물은 때때로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비용이 만약 인간 삶의 심리적인 안정감과 사랑스러운 삶의 분위기 조성에 기여한다면 그 가치는 높이 쳐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은 예를 들어 전동차의 서있는 사람을 위한 푹신한 천을 씌운 등받이나 카펫이 깔린 차 통로바닥, 차를 타거나 갈아타는 통로를 찾기 쉽고 걷는 동선이 짧으며, 작고 둥근 천정(天頂)의 지하철 역 통로, 전기 공급 장치가 철길사이에 있어 공중전철선을 사용하는 방식보다 훨씬 안전하게 보이는 점(실제 안전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이 천정에 있는 전기공급 장치는 불꽃이 보이거나 매달려 있으므로 불안정감을 준다), 어떤 구간은 전철과 승강장 사이에 자동문을 설치하여 승객을 보호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시스템은 또 그 나름대로 필연성을 가지는 것 같다. 만약 우리나라가 런던과 같은 지하철 시스템을 가진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을 수송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인하여 큰 불편을 가져올 것이다. 눈에 띄는 지하철 이용객의 습관은 에스칼레이터에서는 철저히 오른쪽으로 붙어 서서 한쪽 길을 터주고 일일 전철 패스를 사면 땅위에서 빨간색 2층 버스를 마음대로 탈 수 있는 점이다.

 

[런던의 2층 버스]

 

 

지하철은 런던의 외곽으로 광역화된 철도노선과 연계되어 일정한 역에서 갈아타면 외곽의 상당히 먼 거리까지 여행 할 수 있다. 런던에서 중부와 대륙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워털루역(Waterloo Station)에서 북부지방은 킹스크로스역(Kings Cross Station), 그리고 남서부는 페이튼역(Paighton Station)을 이용한다.

도로 이야기로 넘어가자. 우선 자동차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대중교통으로 버스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런던같이 큰 도시는 요금체계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잘 모르겠다. 거기서는 종일 권을 사고 다녀서, 그런데 지방도시에서 버스 타기도 처음에는 만만치 않다.

학교에 가기 위하여 아침에 버스를 타는데 처음 4일간은 매일 아침 버스 요금이 달랐다. 학교 가는 길을 알려주기 위하여 첫날은 ‘닉’ 이라는 웨일즈 돼지(기숙사 옆방에 사는 친구를 그렇게 부른다)를 따라 나갔다. 그와 같이 버스를 타는 데 나는 아직 학생증이 없어서 그 친구가 운전수에게 나를 가리키며 같은 학생이라고 알려주니 버스비가 왕복 1.20 파운드였다. 다음날 나 혼자 버스를 타러가서 요금을 물으니 1,50 파운드를 내라고 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학생요금이 아니고 일반인 요금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제는 1.20을 냈는데 왜 오늘은 1.50을 내라고 하느냐 물었더니 네가 학생이라고 증명할 만한 증명서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 나는 학생증이 없었고, 다만 어학연구소를 출입할 수 있는 임시학생증만 가지고 있었으므로 운전사 말이 맞았다. 그 다음날은 다시 혼자 버스를 타러가서 1.50 파운드을 냈더니 20펜스를 더 내라고 했다. 의아해서 어제는 1.50을 냈는데 뭔 소리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오전 8시가 넘어서 복잡한 시간대라서 그렇단다. 버스를 한번 타는데 너무 복잡했고 머리가 아팠다. 신분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이 다 달라 일일이 물어보아야 했다. 엑시터의 시내버스는 우리나라 마을버스 만한데 다니는 거리도 우리나라의 마을버스가 다니는 정도인데 요금은 3-4배정도 비싸고, 운전사 혼자 운전과 요금계산을 하는데, 한 사람 한 사람 돈을 받고 영수증을 다 발행하는데 시간이 무척 걸린다. 잉글랜드 지역의 영수증은 그래도 한 장이 기차표정도의 폭에 길이가 20 cm 정도에 불과한데, 2002년 여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시에서 가서 버스를 타는데 영수증 한 장이 약 50센티미터는 되는데 우리가족 4명분 영수증을 받으니 2 미터 가량 되었다. 너무 길어서 이리저리 말아서 챙겨들었더니, 운전사도 멋 적은지 쳐다보고 웃었다. 아마도 에딘버러에서 버스표 영수증은 관광객을 위하여 일부러 길게 만든 것 같았다. 그런데 너무 길어서 잘못하다 버스가 정차할 때 들고 서 있으면 사람이 걸려서 넘어질 정도이니... 여기는 세계의 온갖 승용차의 전시장이다. 가장 흔한 게 미국의 포드, 영국의 복솔, 프랑스의 르노, 시트론, 여기서도 비싼 차인 독일의 BMW, 폭스바겐, 한국의 대우, 현대, 일본의 미스비시, 혼다 등 국적도 이름도 모르는 차부터 영국의 오래된 고전적인 차, 스포츠카가 혼재되어 있었다. 여기 온지 몇 달 만에 엑스마우스라는 남부 해변에서 본 현대 포니를 보고 감동을 했다. 아마도 1960-70년대에 만든 차 같았는데 아직도 잘 굴러가고 있었다. 저 현대 포니는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차인데..

사람들이 영국에서 중고차를 살려면 4-5,000파운드를 주고 사야 고장없이 잘 타고 올 때 제 값 받고 팔아서 올 수 있다고 조언을 했다. 막상 와 보니 천만원 이나 주고 차를 살 돈이 나에게 부담이 되었다. 주위의 교포에게 물어보니 차는 신문광고를 보고 사는 게 좋다고 하고 차 파는 중고가게에서도 살 수 있다고도 한다. 걸어 다니면서 수소문하여야 했으므로 중고가게를 많이 다녀볼 수 는 없었으나 두어군데 둘러보니 최하 3,000 파운드 아니면 사기가 힘들었다. 특히 신문광고를 보니 자동기어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집사람이 차를 같이 써야 하므로 자동기어로 구입을 해야 하는데. 영국에는 처음에 나 혼자 왔다. 집사람은 집 정리 문제로 한 달 정도 늦게 왔다. 식구가 오기 전에 집과 차를 구입해야 했다. 자동차는 우연하게 구입할 계기가 되었다. 엑시터에 온지 일주일 만에 기숙사에 눌러있기 답답하여 여기서 남쪽으로 6마일 정도 떨어진 엑스마우스(Exmouth) 라는 해변으로 바람을 쐬러가기 위하여 버스를 탔다. 엑스마우스는 대서양을 바라보는 해변에 면한 작은 도시이다. 그런데 영국에는 무슨 마우스(Mouth)라는 이름이 붙은 도시가 많다. 이는 주로 해변에 면한 도시에 많은데 mouth라는 뒤에 붙은 단어가 그렇게 해변에 면하여 육로의 입구(포구) 를 지칭하는 것인 것 같다. 그리고 Moor라는 단어도 많이 쓰이는데 이는 황야나 황무지를 지칭하나 보통 국립공원 같은 지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쓰인다. 이쪽의 엑스무어 (Exmoor)나 다트무어 (Darthmoor)가 그것이다. 아무튼 엑스마우스 중앙통에서 버스를 내려 해변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저만치 요트 수리소에서 요트의 마스트가 보였고 배가 몇 척 보여 그리 걸어갔다. 거기서 운명의 차를 만났다. 포드 그라나다 스콜피오(2.9). For sale 1,450 파운드라고 유리창에 써 붙인 광고를 보고 흥미롭게 다가갔다. 한국에서 르망 1.5 를 운전하던 나로서 이차는 매우 크고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이 차는 물론 영국 사람에게도 고급스런 기종이다. 10년 된 차라는 점을 빼고는. 그런데 이차는 엔진의 용량이 매우 컸다. 보통 영국인들은 1.1-2.0이 고작인데 이 차는 2.9인 것을 보면 기름을 많이 사용하고 이는 곧 비용을 소요하는 차였다. 그런데 나는 이차에 관심이 있었다.

[ 나의 애마 포드 스콜피오 2.9]

 

왜냐하면 가족이 곧 도착할 것이고 교통수단이 시급히 필요했으며 적당한 차를 발견하지 못한 나로서는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관심을 끄는 것이 당연했다. 조금 불만족스러운 거래임에도 불구하고(차 값은 깎아서 1,000파운드에 계약했다), 이차는 향후 2년간 나를 위하여 봉사를 하게 된다. 위의 사진은 노르웨이 송내 피요르드를 갔다 오다가 찍은 사진의 차가 바로 그 차이다.

이차가 크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차임에도 불구하고 이차를 우여곡절 끝에 선택하게 된 것은 급했기 때문이었는데 이 차는 2년간 약 3만 마일(48,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아무런 문제없이 잘 달려서 우리 가족에게 칭찬을 많이 받은 차였다. 특히 유럽으로 자동차 여행 시 많은 장비와 식량을 싣고 도버를 건너, 북유럽을 일주하고 동구권을 거쳐 스위스의 고산지대는 물론 이태리의 피렌체 산맥을 거쳐 스페인의 중부 뜨거운 사막지대를 질주하고 폴투갈의 리스본까지 갔다가 스페인에서 프랑스 파리를 향하여 시속 160여 Km로 고속도로를 질주하여 하루 만에 파리의 센 강변까지 우리를 실어다주고 다시 거기서 룩셈부르크와 벨기에를 거쳐 영국으로 아무 사고 없이 고장 없이 너무 고마운 차였다.

차와 관련된 교통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자동차와 관련된 제도문제는 우리나라에도 도입을 하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우선 개인 간 차를 사고파는 것은 자동차 등록증에 서로 싸인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개인 간의 거래에는 세금이 없다. 자동차 등록증에는 자동차의 제원과 등록 번호 및 전 소유주 정보가 있고 아래쪽에 점선으로 자르게 되어 있는 곳에는 현 소유주와 새로운 소유주가 사인을 하게 되어있고 새로운 소유주 란에는 주소를 적게 되어있다. 개인 간 매매에는 이 양식을 서로 작성하여 전 소유주가 점선을 잘라 DVLA(Driving Vehicle License Agency : 자동차 등록소)라는 곳에 우편으로 보내게 되어있다. DVLA에는 우편물을 받아 새 소유주를 등록하고 새로운 같은 폼의 등록증 양식을 새 소유주에게 보내준다. 그걸로 끝이다. 자동차 번호판은 바꾸지 않는다. 한번 받은 번호는 차가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대로 달고 다닌다. 자동차세는 도로세(Road Tax)라고 불리는데 우체국에 가서 산다. 동그란 용지에 언제까지 유효하다는 날짜가 찍혀있는데 1년, 6개월, 혹은 3개월 단위로 구입해도 된다. 1년 치가 약 190파운드 정도 하는 걸로 기억된다. 보험은 차종과 서비스 정도에 따라 다양한데 가장 싼 걸로 구입하니, 5년 무사고를 포함하여 240파운드 정도 하였다. 이것은 전화로만 가입하는 Norwich 그룹의 상품인데, 종합보험치고는 영국의 다른 보험회사가 보통 400-700파운드 정도 하는 것에 비하여 매우 쌌다. 여기서 AA서비스(응급구조서비스)가 있는데 연간 70여 파운드 정도 하는데 이는 가입하지 않았다. 영국의 자동차 운전자 위치는 오른쪽인데 처음에는 몹시 혼동되었으나 10분 정도 운전하니 금방 익숙해 질 수 있었다. 그런데 영국의 특이한 도로구조를 익히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것은 동그랗게 생긴 교차로인데 여기서 라운드어바웃(round about)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일반적인 원형 교차로 : 라운드어바웃]

 

이 도로 시스템은 굉장히 효과적인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아무리 교차로가 많아도 차들이 질서정연하게 순차적으로 분산되어 교통이 소통이 되고 라운드 어바웃 앞에서는 모든 차가 속도를 현저하게 줄여야 하므로 과속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중에 보니 운전자가 왼쪽에서 운전을 하는 유럽국가들에서도 모두 이 라운드어바웃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차는 모두 라운드 어바웃 앞에서 멈추어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돌면서 본인이 가기를 원하는 차선으로 빠져나가는데, 오른편에서 차가 오고 있으면 운전자는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오는 차가 없으면 오른편에서 기다리는 운전자가 우선 나간다.

(왼쪽은 스윈돈이라는 곳의 요술 라운드 어바웃이라는 곳의 표지인데 여기에는 다섯 개의 라운드어바웃이 합쳐져 있다.)

1972년까지 이곳은 일반적인 라운드어바웃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으나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하여 카운슬에서 아래 사진과 같은 다섯 개의 작은 라운드 어바웃을 가진 큰 라운드 어바웃으로 바꾸도록 결정을 하였다. 매우 복잡하게 보여 혼동되었지만 나중에 이 시설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보통 라운드 어바웃은 진입 시 시계방향으로 도는데 이 매직 라운드어바웃은 밖에서 진입 시는 시계방향으로 돌지만, 일단 그 안에서 돌 때는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야 한다나.

 

[5개 출구를 가진 라운드 어바웃]

 

[스윈돈 (Swindon)의 매직 교차로(Magic Roundabout) 전경]

 

사람을 위한 건널목은 세 가지가 있었다. 보다 엄격한 통제를 요하는 교통이 복잡한 곳은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 이곳은 한국처럼 신호에 의하여 차와 사람이 통행한다. 조금 한가한 곳은 신호등이 없고 도로 양옆에 노란 불이 반짝거리고 있는 곳이다. 이 곳에 만약 사람이 건널목을 건너려고 하면 차는 멈추어야 한다. 보행자 우선 건널목이다. 다른 하나는 신호등도 반짝거리는 불빛도 없는 곳인데 여기 있는 건널목은 자동차 우선이며 사람들은 기다리다가 차가 없으면 건넌다. 사람의 도로통행 규칙은 아주 엄격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빨간 신호가 있어도 차가 없으면 사람들은 건너고 경찰도 그리 엄하게 제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차를 구입하고 약 2파운드 정도 하는 도로교통 법규집을 사서 읽어보고 운전을 시작하였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실무운전경험이 우선인 것은 물론이다. 1년이 되도 어떤 때는 라운드 어바웃을 반대로 도는 일이 있어 아주 혼났다. 운전 시 어려운 점은 자전거 운전자가 앞에 있을 때이다.

 

[바이크 족]

 

 

여기서는 도로의 한쪽 켠에 녹색 칠을 하여 자전거 통행자 도로로 이용하고 있는데 도로가 좁아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경우는 자전거도 한 대의 차로 간주하므로 앞지르기는 깜박이를 켜고 천천히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만약 좁은 도로에서 자전거를 앞지르기 하다가 그 사람에 부딪히면 운전자 책임이므로 조심하여야 했다.

 

[HORSE RIDING]

 

 

말(Horse)도 하나의 차로 간주되므로 말을 앞지르기 할 때는 반드시 깜박이를 키고 추월 신호를 하고 앞지르는데, 자동차가 과속을 하면 말이 놀라서 말을 탄 사람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말이 다니는 근처에서는 말이 놀라지 않도록 30마일 이내의 속도로 천천히 운전하도록 도로교통법은 규정하고 있다.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 등 어떤 나라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매우 중시하여 그곳을 사람이 걸어가는 것이 금지되어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그곳을 사람이 통행하는 것은 차선을 통행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자전거는 일종의 차로 보므로 인도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경찰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3년 간 운전을 하다보니 라운드어바웃이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십자형 교차로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지금은 한국과 영국 간 양해각서를 통하여 자국 운전면허를 상대국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내가 있을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국제 운전면허가 1년이 유효기간이므로 영국 운전면허를 응시하여 이를 취득했다. 면허응시절차는 1차 필기에서 합격하면 2차 실기시험을 치른다. 응시원서접수는 전부 전화를 통하여 접수 하게 된다. 시중에 학원도 있어서 시험응시를 지도하는데 학원비가 비싸서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약 2000문제에 해당하는 책을 읽고 응시하여 34 문제 중 1문제를 틀리고 다 맞추어 합격을 하였다. 전화로 필기시험 응시를 한 후 집으로 편지가 와서 지정한 날짜에 지정한 시간에 시험을 보라고 연락이 온다. 단체로 시험장에 들어가지는 않고 한번에 2-3명이 시험을 보았던 기억이 안다.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므로 합불 여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컴퓨터로부터 출력되어 합격증을 건네받았다. 또한 2차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습 운전자 면허증을 교부 받아야 한다. 이 면허증은 사진 1매와 1차시험 합격증을 가지고 DVLA 지역사무소에 가서 신청을 해야 한다. 등록에 하자가 없으면 우편으로 임시운전면허증이 나오는데 이 면허증을 가지면 법이 정한 운전경력을 가진 사람이 탑승한 경우에만 운전을 할 수 있다. 이는 2차 시험은 물론 운전실기연습생을 위하여 합법적으로 운전을 하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이다. 2차 시험을 치르기 위하여 역시 전화로 등록을 하고 시험장에 나갔다. 2차 준비는 그냥 내가 아는 상식을 가지고 내 차를 끌고 그냥 갔다. 시험관이 시간이 되자 나타나서 내 차의 왼쪽에 앉아서 첵크리스트를 들고 시험을 시작했다. 실기는 시험관이 지시하는 대로 운전을 하면 되는 것이다. 책으로만 통해서 실기요령을 습득한지라 몇 가지 실수를 범했는데 나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예컨데 골목에서 주 도로로 나갈 때 스톱 싸인이 있으면 완전히 정지를 해야 하는데 느슨하게 정지 한 것이라든지, 신호등 앞에서는 감속을 해야 하는데 파란신호 등 앞에서 감속하지 않고 지나친 것 등.. 나도 잘 모르는 것이었다. 불합격 통지서를 들고 와서 화가 났지만 꾹 참았다. 예전부터 영국의 운전면허 시험관이 엄격하기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나 나름대로는 제대로 영국의 시스템에 대하여 교육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또한 이번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려고 시험 삼아 친 것으로 치부하려해도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개인 교습자 정보를 찾아 전화로 계약을 하고 그를 통하여 1시간씩 3번 연습을 했다. 이 비용이 꽤 비쌌다. 한시간에 우리 돈으로 8만원 정도. 거기서 나의 문제점을 잘 알 수 있었다. 3초 단위로 백미러를 보라는 것, 전방이 잘 안 보이는 굽어있고 차가 한 대밖에 다닐 수 없는 다리를 건널 시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클락숀을 울리는 것, 좌우 백미러를 볼 때는 동작을 크게 하여 고개를 90도로 돌려서 보고, 회전 시는 백미러 뿐 아니라 옆에 차가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는 것, 라운드어바웃에서 기다릴 때 신호를 넣는 방법 등 내가 몰랐던 것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일주일간 연습 후 다시 응시를 하여 데이비드(David) 라는 중년의 남자 시험관을 통하여 시험을 치르고 무사히 합격을 하였다. 나를 교육시킨 트레이너는 나를 보고 ‘너는 굉장한 행운아다. 자금 훈련시키는 내 고객 중 5번이나 떨어진 사람이 있다’고 나를 치켜세웠다.

 

[영국의 고속도로 ]

 

 

그 바람에 아끼고 있던 진로 팩 소주를 두 병이나 그에게 선물로 하면서 ‘이걸 마실 때는 구운 돼지고기가 아주 좋다’고 알려 주었는데 차마 삼겹살을 구어 같이 먹으면 맛이 좋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삼겹살처럼 고기를 잘라 구어 먹는 습관이 없었고 더구나 된장과 마늘 그리고 고추를 곁들여 먹는 요리를 이 사람들이 좋아 할리 없다. 종종 정육점에서 고기를 잘라 주는데, 한국의 삼겹살처럼 얇게 잘라 달라고 주문하면 너무 얇게 잘라주어 삼겹살이 되지 못한다.

영국의 도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M자로 시작하는 고속도로(Motor Way), A자로 시작하는 지방고속도로, 이 지방 고속도로는 지역에 따라 고속도로처럼 잘 닦아 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형편없이 좁고 도로가 울퉁불퉁한 곳도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B자로 시작되는 지방도로로 이 도로는 M 도로와 A도로로부터 갈라져서 지방의 기초촌락단위까지 연결해주는 도로이다. M자의 고속도로는 진출과 진입이 아주 알기 쉽게 그리고 넓게 잘 닦여져 있다. 유럽전역을 통 털어 보니 영국과 독일이 가장 좋은 고속도로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데, 독일은 통독이후 너무 많은 고속도로 공사를 하고 있었고 특히 동독구역의 고속도로는 너무 형편없어 대체로 영국의 고속도로가 가장 좋은 것 같았다. 동독지역의 어느 형편없는 고속도로는 중세의 돌 판을 박은 마차길인데 명색이 고속도로라고 하여 시속 100킬로를 내도록 되어있는데 운전 중에는 마치 말발굽소리처럼 ‘타타타타’ 하는 소리가 나서 처음 운전하는 사람은 타이어에 손상이 가지 않을 까 걱정이 될 것 같았다. 나도 처음 운전 중 타이어가 터지는 소리가 나서 운전 내내 걱정이 되었다.

유럽전역의 도로는 유럽통일 도로 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 시 지도만 잘 들고 다니면 못 찾을 곳이 없다. 다만 주의할 점은 고속도로가 가장 편하다는 점이다. 국도로 연결된 지역들이 아주 가깝게 보여도 잘 못 들어가면 아주 고산지대를 통과하므로 위험하고 더 멀고 시간이 더 걸린다. 여 행시 안전도 고속도로가 최고이다. 또 한 가지는 영국과 대륙 간 차 왕래가 빈번한데 도로규칙이 다르므로 유의하여야 하는데, 영국은 운전자가 오른편에서 운전을 하고 대륙은 왼편에서 운전을 하므로 야간에 헤드라이트가 운전자에게 주는 영향을 줄이기 위하여 도버를 건너가는 운전자는 헤드라이트 불빛감소 장치(불빛차단 스티커)를 헤드라이트에 붙이고 도버를 건너야 한다. 그리고 영국에서 도버를 건너는 경우에는 다른 나라의 교통법규를 보면, 독일은 소화기를 차에 구비하여야 하고, 스페인은 고장 표지판(삼각대)을 두 개 가지고 다녀야 하고, 라이트의 전구가 소모되는 경우를 가정하여 비상 라이트세트 등을 구비하여야 한다. 영국에서는 운전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1년에 한 번씩 자동차 검사(MOT :Motor Test)를 하도록 되어 있다. MOT는 우리나라처럼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차량검사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소정의 라이센스(License)를 가진 정비소에 가면 MOT를 하고 그 증명서를 바로 받을 수 있다. MOT는 약 50 가지의 체크리스트를 통하여 검사를 하고 불합격 시는 정비소에서 문제부분을 다 고친 다음에 MOT 증서를 교부받는다. 검사비용은 보통 검사비만 34파운드인데 불합격 받은 부분의 수리가 필요시에는 비용이 추가된다. 정비소의 시간당 정비비용은 약 17파운드 정도이고 부속 값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았다. 여기 사람들은 어지간한 자동차수리는 자기 집에서 다 하는데 차고에 여러 가지 공구가 다 들어있다. 정비소에서 수리하면 세금 이 너무 높아 몰래 고쳐주는 사람을 통하여 싸게 수리하기도 한다. 나도 제네레타(generator)를 교체하기 위하여 이용해 보았는데 굉장히 쌌다. 예를 들어 170파운드의 제네레터 교체 비용이 몰래 정비소에서 약 65파운드 정도이다. 그런데 이 몰래 정비를 혼자서는 찾을 수 없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급한 일로 운전하여 이동 중 차가 고장이 나서 시내에서 발이 묶였는데 내가 소속한 회사의 보스(Boss)가 직접 달려와서 안내해 준 덕분에 한번 이용할 기회를 가졌다. 이처럼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법대로만 사는 데가 아니라 인간냄새가 나는 옆길도 있다. 나도 3년째는 내 손으로 사소한 고장은 다 고쳐서 사용하였는데, 라이트교체라든지, 새는 파이프를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것 등이었다.

 

영국의 MOT는 유럽 여행 시 반드시 지참하고 다녀야 국경 통과 시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나도 몇 개 나라에서 특히 동구권 권역에서 국경 통과 시 이를 요구받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이 MOT는 자율적으로 지참하지만 사고가 있어 경찰이 요구 시에는 보여줘야 하므로 매우 중요하다.

 

[견습 운전자용 붉은 L자 스티커]

 

운전면허시험을 보면서 면허관리시스템에 대하여 몇 가지 시사점이 있었다. 운전면허의 1차 시험응모기관, 1차 시험장, 2차 시험 응시기관, 2차 시험장소, 그리고 면허증을 발급 받기 위한 기관 등이 다 다른 것 같았고 가 면허증 제도가 특징이었다. 즉 1차 필기시험 합격자에 한하여 면허가 없어도 2년 이상의 운전경험자를 동승하고 차에 빨간색 L자 (배우는 운전사) 표시를 붙이면 운전을 할 수 있는 제도이다. 면허취득을 위하여 훈련교관을 구하여 연습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으며 안전하고 이점이 있었다. 그 이점은 차가 매우 작고, 시험을 보기에 적합한 차이며, 시험 볼 때 이 차를 이용할 수 있으며 시험관이 보기에 그 차를 이용 하면, 이 응시자는 제대로 훈련을 받았구나 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 좋은 것 같았다. 하여튼 2차 시험에서 무사히 합격을 하여 더 자신 있는 운전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관공서 출입 시 신분증을 요구하면 면허증을 자신 있게 내밀었는데 면허증은 영국 뿐 아니라 유럽전역에서 잘 통하는 여권을 대신 할 만한 신분증명서였다. 그런데 영국인들의 차를 보니 런던 같은 대도시는 소득이 높고 해서 좀 나은지 모르지만, 통상 10년 정도 되는 차는 보통 이었다. 극단적인 예로 내가 살던 집 앞 도로에 세워둔 옆집 차는 시동이 안 걸리는 차인데 아마도 스타터모터가 고장 난 것 같았다. 아마도 고칠 시기를 못 찾아서 그런지 몇 주일을 그 차를 가지고 출근하는 모양인데, 운전석 차 문을 열고 한 손은 핸들을 잡고 한 손은 차 문을 잡고 내리막길로 밀어서 차가 굴러가면 얼른 올라타서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넣어 시동이 걸리면 그냥 간다. 한길에서 그 모양으로 가도 누구하나 쳐다보고 웃지 않는다. 차의 외모는 비를 맞고 오래되어 페인트가 벗겨지고 군데군데 녹이 슬어 구멍이 나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대개 10년 정도 된 차는 다 그 모양이다. 한번은 중심가를 달리는데 앞차가 이상하게 차 뒤 아래에 무엇인가를 달고 가길래 이상하여 자세히 보니, 마후라를 지지하는 지지대가 헐렁하여 배기통이 거의 도로에 닿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가고 있었다. 젊은 아가씨가 운전하고 있었는데 라이트를 깜박여 신호를 주었더니 쳐다 보길래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냈더니, 웃으면서 알고 있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차는 뒤쪽 한 바퀴가 펑크가 났는지 바퀴가 찌그러져 거의 바퀴 프레임으로 가고 있었다. 하여튼 나도 3년 말기에는 차에 조금 손상이 가면 반창고를 붙여 그냥 다닐 정도로 그런 일에는 만성이 되어 버렸다. 밤새 자고 일어나니 백미러가 부서져 있었다, 정비소에 가서 견적을 받아보니 못 들어도 50 파운드는 들 거라고 말을 한다. 또 동형 차종의 대리점에 가서 부속을 사려고 값을 물어보니 75파운드나 내라고 한다. 백미러 하나 사는데 15만원? 기가 막혀서 이거 밤새 누가 부순 건데 좀 싸게 하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더니 한 주소를 가르쳐 주면서 거기가면 중고부품을 구할 수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산업지구 한 구석에 있는 상점인데, 들어가니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은 다음, 당신이 운전하는 차종이 있으니 이리 들어와서 골라가라(help your self) 하라고 한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마당에 폐차를 야적해 놓고 거기서 필요한 부속을 떼어 오라면서 드라이버와 플라이어를 손에 주어준다. 물론 내가 부속을 찾아 떼어서 나와 값을 물으니 2파운드란다. 그 부속을 가지고 정비소로 가서 10 파운드 미만의 가격에서 차를 고칠 수 있었다. 거기서 보니, 사람들이 문짝, 범퍼, 의자 등 거의 20분의 1가격에 폐차에서 부속을 떼어 사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놀랄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정착한지 몇 달 후 주위의 소개로 매주 일요일 열리는 카부츠 세일 (중고시장)에 가보니 여긴 더한 곳이었다. 쓰던 재떨이부터 오래된 이불, 입던 낡은 여자 팬티와 브래지어까지 팔리고 있었다. 없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는 수류탄, 권총, 총알, 수십 년 된 골프채, 녹슨 못, 책, 장난감, 컴퓨터, 의자, 책상, 의류, ... 문고리, 문손잡이..처음에는 무슨 쓰레기장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가 매우 중요한 장소가 되는 것임을 알았다. 꼭 필요한 데 새로 사기는 그런 비싼 물건은 여기서 구입을 하여 썼다.

통상적으로 작은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는 B자로 시작하는 데 이도로는 정말 차폭을 자로 잰 듯이 좁은 도로다. 그런데 영국 운전자들은 노인을 제외하면 이런 도로를 고속 질주하는데 귀재다. 나도 처음엔 30마일이 고작이었는데 이 친구들은 60마일 이상으로 질주한다. 거기서 또 추월도 한다. 2차선 중 한 차선의 폭은 옛날 우리나라의 새마을 사업으로 넓힌 시골 도로만 한데 정말 차가 서로 스치듯 지나간다.

 

[지방고속 국도 : A42 도로]

 

고속도로나 A 도로를 제외한 기타도로는 차선 표시 선이 한국보다는 폭이 좁고 가늘다. 버스나 큰 화물차라도 반대편에서 오면 기겁을 하며 서행을 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 갔다. 전국의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도로표지판은 선명하고 알기 쉽게 되어 있었으며, 그런데 어려웠던 점은 아주 큰 라운드 어바웃에서 5-6개의 출구가 있는 경우 이를 읽을 시간이 모자랐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1초 이내에 라운드 어바웃을 다 읽을 수 있는 능력도 생겼지만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아내에게 몇째 차선으로 빠져야 하는지를 일일이 읽도록 시켜서 나는 그냥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하는 식으로 통로 수만 헤아려 운전을 하곤 했다.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보면 영국인들도 부부간 운전 시 남편은 운전을 하고 부인은 도로지도를 보고 안내를 하는 것을 본적이 많았는데 그들에게도 도로를 찾아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운전의 예절은 정말 존경할 만한 정도의 수준에 와 있는 나라가 영국이다. 나는 가장 부러운 점이 그들의 운전문화다. 예외 없이 양보하는 문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먼저 양보를 하려하는 자세 그리고 서로 손으로 혹은 라이트로 감사의 표시를 하거나 먼저 가라고 신호를 한다. 이는 운전자나 보행자간, 운전자 상호간 할 것 없이 고도로 정착된 문화다. 양보운전은 좁은 도로상에서 우선 이루어진다. 우선 보통 시내 도로는 2차선이 고작이다. 그러니 여기서는 보통 운전하기가 매우 쉽다. 앞지르기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앞차만 따라가면 되는 식이므로. 도로 요소요소는 주차장으로 이용되므로 유달리 좁은 곳에서 양보가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운전을 하면서 한국처럼 속상할 일이 별로 없었고 오히려 중간 중간 먼저 양보를 하면 기분이 좋은 날이 더 많았다. 여기도 작은 지방 수도지만 출퇴근시간은 상당히 밀린다. 그러나 고작 20-30분 정도면 아주 혼잡한 지대는 지나간다. 런던은 자주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밀린다고 하는 것이 고작 그 정도이고 차가 엉켜서 못 빠져나갈 정도로 밀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차량문화와 아울러 하나 짚고 넘어 갈 것은 도시의 규모나 시골 촌락의 형성 등이 한국처럼 대규모 도시집중화가 아니라 알맞게 분산되어 있어서 교통도 덜 혼잡한 것 같다. 자전거나 말을 탄 사람은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팔로 수신호를 해야 하는데 그에 따라 자동차는 양보를 하게 된다. 승마하는 사람이나 자전거 운전자는 철두철미하게 수신호를 하는데 정말 법을 법같이 지킨다고 보여 진다. 특히 자전거는 야간통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자전거에도 붉은 점멸등을 부착해야 하는데 이는 어두워서 자전거를 탄 사람이 잘 보이지 않으므로 그들을 차량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그런 것인데 붉은 점멸 등을 미 부착하고 다니는 자전거 통행자는 물론 경찰로부터 딱지를 떼인다. 처음에 운전을 하게 되면서 이상한 점은 운전사들이 낮에도 헤드라이트를 키고 다니는 차들이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가 자주 내리고 날이 일찍 어두워지는 경우 상대편이 알아보기 쉽도록 헤드라이트를 키고 다니는데, 매년 9월이 지나면 종일 비가 내리므로 이것이 필수적인 일이었다. 속도제한은 시내에서는 보통 30마일, 우회도로나 통과도로는 40-50마일 정도, 그리고 국도에서 속도제한은 60마일이었다. 차선이 많은 고속도로에서는 70마일까지 가능한데 실제는 100마일 이상 달리는 차가 태반이다. 스피드카메라는 고속도로부터 B자로 시작하는 지방도로에 까지 요소요소에 있는데 미리 카메라가 있다는 싸인이 있고 노란 박스로 된 카메라와 카메라가 찍히는 도로에 빗금을 친 부분이 나타나는데 실제 카메라가 작동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가끔 카메라가 찍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숱한 여행길에서 나도 위반을 제법 했을 법한데 한 번도 속도위반 딱지를 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번 딱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것도 북유럽인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를 진입하는 과정에서 바리케이트가 없어서 그냥 통과했는데 알고 보니 통행료가 자동으로 체크되는 한국으로 말하면 하이패스 구간 이었다. 하이패스 구간으로 진입했다가 그냥 통과 후 한 달 후에 거기서 찍힌 사진이 벌금 영수증과 함께 영국 집으로까지 배달되었다. 유럽은 한 나라였다. 귀신같이 찾아내어 어김없이 벌금을 통지하였다. 국가 간의 교통위반 처리를 거의 동네에서 교통신호 위반하고 딱지 떼는 수준으로 처리를 하고 있었다.

 

[런던을 싸고 도는 M25 고속도로 ]

 

영국은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라 그런지 고속도로 통행료는 없었다. 다만 딱 한군데 돈을 받는 곳을 보기는 보았다. 런던을 빙 돌아 우회하면서 전국각지로 갈라지는 M25라는 무지하게 긴 고속도로가 있는데 이걸 거의 한 바퀴 돌고 나니 긴 다리가 나오면서 10펜스(200원)를 던지고 가라는 표지가 보여 10 펜스를 낸 적은 있는데 그 이상 돈을 내는 곳은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2003년도 초부터 런던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리빙스턴 런던 시장은 런던 시내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하여 혼잡통행료를 물리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미국 대사관과 유럽 국가들의 영사업무를 보는 대사관 직원들은 하루 5 파운드씩 지불해야 하는 혼잡 통행료를 두고 불만이 비등하였다. 그들은 ‘치외법권 혜택을 받는 외교관들이 왜 세금을 물어야 하는가?’ 라고. 기왕에 말난 김에 유럽 각국의 도로사정과 그 통행관리 형태를 보기로 하자.

 

우선 고속도로 통행료를 보면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같이 잘 사는 나라는 통행료가 없다. 다만 덴마크와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바다로 갈라져 있는데 바다 밑으로 굴을 뚫어 이를 지나가는데 통행료를 좀 낸다. 가격은 약 5만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이 된다. 그 다음 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위하여 티켓을 사는 나라가 있다. 이걸 한 장 사면 1주일 혹은 한 달간 통행을 할 수 있는데 보통 평균적으로 1만 5천원 정도 하였다. 이런 나라가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등의 나라였다. 차를 가지고 이런 나라를 여행 시 고속도로를 진입 시는 잘 안 잡지만 나갈 때 걸리면, 특히 국경지역에서 벌금이 약 30만원에서 50만원이 되니 주의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잘 검사는 안 하는데 동구권 국가는 주의를 하여야 한다. 국경지역에서 통행권을 미 부착한 차(통행권을 보통 차 앞 유리에 스티커처럼 붙인다) 만 골라 벌금을 물려서 국경수비대의 수입을 잡는 국가가 있다. 유럽대륙을 자동차로 여행 시 처음에는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북유럽 등등 전부 무료통행인 국가만 다니다가 체코도 그러려니 하면서 들어갔다. 체코는 동독지역을 거쳐 국도를 통하여 입국을 하였는데 체코 국내 여행을 마치고 고속도로로 달려 슬로바키아 국경에 이르렀을 때 경찰이 차를 세웠다. 동구권은 아직 과거의 공산치하의 여러 관행이 남아있었다. 그들의 복장은 챙이 있고 끝이 높은 모자에 진한 녹색과 붉은 줄이 쳐진 것으로 꼭 구 소련군 비밀경찰 같았다. 그는 내 차를 세워서 우선 짐칸을 열고 검사를 한 다음, 나에게 차창을 가리키며 차 유리에 티켓이 안 붙어 있다고 말했다. 그들 말은 독일어 비슷해서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를 내리라고 하더니 사무실로 가지고 하였다. 따라 갔더니 영어로 된 책을 내밀며 거기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안 붙이면 벌금이 몇 백 파운드라는 문구를 보여줬다. 이를 보니 지금까지 무료로 잘 왔는데 너무 억울하였다. 나는 이 티켓에 대한 정보를 못 받았다고 항의하였다. 그런데 이들은 끄덕도 하지 않고 벌금을 내기 전에는 통과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차를 돌려서 다시 사 가지고 오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안 된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지금 체코 돈이 없으니 신용카드로 돈을 내겠다고 하였더니 그들은 신용카드로는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돈이 없고 가진 것은 신용카드와 토마스 쿡 여행자 수표밖에 없다고 버텼다. 그들은 한동안 나를 쳐다보더니 마르크가 없냐고 물었다. 나는 독일에서 조금 쓰다 남은 돈이 50마르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50마르크 중 30 마르크는 비상금으로 제외하고 가진 것은 20마르크밖에 없다고 했더니 그는 그럼 이 돈을 놓고 영수증 없이 가겠느냐고 해서 그러마고 했다. 그리자 그는 돈을 책갈피 사이에 집어넣고 나를 인도하여 밖으로 나갔다. 사실 그 돈은 티켓을 사는 돈에 비하여 아주 작은 돈이었지만 돈이 없었던 연고로 벌금을 물지 않고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 국경수비대는 통행료 없이 지나가는 운전자를 잡아서 부수입을 버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사야하는 지를 유심히 살펴보고 즉시 구입하였는데, 오스트리아를 지나 스페인으로 들어서서 보니 이 나라는 우리나라처럼 돈으로 통행료를 지불하는 나라였다. 고속도로 진입구간마다 돈을 내는데 스페인과 폴투갈은 한번만 구입하면 장거리 노선을 추가 지불 없이 달릴 수 있었는데, 프랑스의 고속도로 요금체계는 다녀본 중에 최악이었다. 고속도로 관리가 지방자치단체별로 노선별로 되어 있는지 그래서 모르겠는데, 도로가 연계되는 구간마다 톨게이트가 있어서 돈을 지불하였는데 스페인에서 프랑스 국경으로 들어서서 파리까지 가는 동안 돈을 비록 잔돈푼이었지만 몇 번이나 냈는지 얼마나 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정차하고 돈을 내고 하였다. 얼마나 불편하고 짜증이 나는지 참기 힘들 지경이었다. 얼마나 먹고살기 힘들기에 이렇게 고속도로 통행료를 가지고 사람을 못살게 구는가 프랑스여....

 

유럽은 한 나라다. 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국경통과에는 큰 장애가 없었다. 물론 동구권국가에서 입국과 출국 시는 여권 검사 등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운데, 여타국가, 예를 들어 벨기에에서 독일, 독일에서 덴마크, 북유럽,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폴투갈 등등은 국경표시만 있고 국경초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냥 쌩 달리면 되는 것이었다. 설혹 누가 서 있더라도 잠시 세워서 국경수비대원이 운전자를 한번 힐 끗보고 그냥 보내는 식이었다. 나는 여권의 도장을 찍어야 하나 하고 여권 준비까지 철저히 하지만, 이마저 찍어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기념으로 여권에 도장하나 찍어달라고 사정해야 찍어주는 식이다. 도로를 다녀보니 도로는 그 나라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서부 독일의 아우토반은 거울처럼 반들반들하게 그리고 시골로 빠지는 도로도 정말 밥풀을 주워 먹을 정도로 잘 닦여 있었고, 휴게소는 고급 호텔 수준으로 관리를 하고 있었으며, 물론 동독 쪽은 형편없는 그야말로 중세시대의 돌 판을 깐 도로가 고속도로로 매우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도 있지만, 헝가리는 요즘 인프라를 새로 개편하여 고속도로가 괜찮았으나 부다페스트의 시내도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체코는 비교적 고속도로가 양호한 편인데, 겨울에 도로결빙방지를 하기 위하여 쇠를 도로 한편에 박아놓은 것 같았다. 아마도 전기를 통하여 눈과 얼음을 녹이는 장치인 것 같은데, 그 쇠가 유달리 도로에서 튀어나와 있어서 운전 시 도로와 타이어의 마찰로 말발굽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영국도 물론 런던 근교의 고속도로에 그런 시설을 한 것을 눈으로 관찰을 하였지만 바퀴에서 전혀 소리가 안 났던 기억이 있는데 인프라의 질은 그 나라의 경제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좁은 시내 교통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그리고 입체적으로 도로를 이용하는 방식은 유럽인의 지혜를 말해준다. 지하철, 버스, 승용차 그리고 그 도로 위를 트램(Tram) 이라는 경전철이 다니면서 도로의 이용효율과 교통 분산 정책을 펴는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했다. 운전자에게는 조금은 복잡하고 운전하기가 힘들지만, 조금만 익숙하여지면 교통운반수단의 분산정책을 통 하여 교통량을 분산시키는 노력을 알만하다.

[바르셀로나의 트램]

 

트램은 하나의 관광자원 인 것 같기도 하다. 유럽 각국의 고속도로에서 갓길 관리가 우리와 다른 점은 그곳은 고장차량만 설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은 우리나라도 그런데 우리나라는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동차로 영국에서 유럽으로 이동시 보험관계는 별도로 가입을 하여야 하지만 서비스는 국내처럼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이하다. 유럽 종합보험, 응급구조서비스를 따로 들어야 하고 사고 날 경우를 대비하여 항상 사고 보고서를 지참하고 다녀야 한다. 나는 여행 중 사소한 접촉사고도 없었지만, 주위에서 보니 여행 시 차가 고장이 나거나 접촉사고를 당하여 보험회사에서 내주는 차로 여행을 계속한 가족도 보았다. 내가 다니던 대학에 1년 간 교환교수로 오셨던 건국대학교의 지리학과 박 교수님도 자동차로 가족을 데리고 유럽을 여행하다가 차가 사고가 나서 보험회사로부터 차를 서비스 받았는데, 신형 오토매틱 벤츠를 대여하여 주어서 여행 동안 내내 쾌적하게 여행을 즐겼다고 즐거워 하셨다.

자동차의 주차 문제는 어느 나라나 골치인 것 같다. 영국도 주차위반은 가차 없이 딱지를 떼고 한번 위반 시 약 40파운드 정도를 지정한 날짜까지 물어야 한다. 보통 가정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도로인근에 세운다. 우리나라처럼, 도로 양 끝에 노란 칠을 한 주정차 금지 구역은 차를 못 세우는 구간이다. 주차관리는 지방자치단체별로 다 다르겠지만 내가 살던 지역은 차를 아무데나 세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도시전체를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ABCD로 구간 표시를 한 주차허가증을 1년에 약 10파운드 정도에 판다. 이것을 차에 부착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있으면 자기가 속한 구역 어디에도 차를 지정한 곳에 세울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 때는 어김없이 이 주차료 징수조례를 폐지하겠다는 야당의 선거공약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주차관리는 엄격하다.

구역별로 시청소속 주차 관리원(Traffic Warden)이 주차를 단속하는데, 이들은 시내 번잡한 곳의 상습적 불법주차지역은 물론 주택가 내부의 법을 위반한 주차를 단속하기 위하여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상시 골목 구석구석까지 주차위반 단속을 한다. 덕분에 상가나 주거지의 골목에도 불법적으로 주차를 하거나 내 주차장이 아닌 남의 주차지역에 주차를 하는 사례를 막고 있다.

이런 주차관리는 많은 직원을 동원하여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므로 아무리 구석지고 후미진 곳이라도 사람들이 불법 주차를 하는 것을 막는다. 나중에 우리나라에 돌아와 보니 후미진 곳이나 심지어는 시내 중심가 곳곳에도 불법 주차가 판을 치고 있어 적이 놀랐다. 이것은 단속을 하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주차관리원과 장비]

 

색다른 주차장 관리를 하는 곳을 보니 스위스의 어느 호반 도시는 차를 세우고 시계처럼 생긴 액정화면이 달린 기계에 돈을 넣으면 지금부터 몇 분이 남았다는 시간이 표시된다. 시간이 초과된 경우 액정화면에 표시가 나오므로 주차관리인은 이것을 보고 딱지를 주거나 벌금을 매긴다.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중앙 역 앞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니 차 뒤에서 굵은 쇠기둥 2개가 땅속에서 솟아 올라와 돈을 내지 않으면 차를 빼 갈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처음엔 황당했으나 지역에 따라 방법은 다르지만 다 비슷한 주차장 관리를 하고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지혜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아주 무질서한 주차관리의 실제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목격하였는데, 휴가철에 유럽 각 국에서 차가 정신없이 밀려들어오는데 도로는 좁고 시내 가운데는 세울 데라고는 지하주차장을 이용한 전문유료주차관리소 밖에 없는데 길옆에 아무렇게나 주차한 차는 시청직원이 무작위로 견인해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사람은 구름처럼 흐르고 시 직원들은 아무리 견인해 가도 끝없이 늘어서 있는 불법 주차차량을 치우느라 비지땀을 흘리는데 도시 중심가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몇 개의 도시 즉 헝가리, 체코, 스페인에서 운전 시 어느 도시를 찾아 가기는 쉬운데 시내운전이 정말 어렵다. 그 이유는 도로가 양방향 차선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차선 구조를 가지고 있어 회전할 골목을 놓치면 멀리까지 가서 회전을 하고 다시 반대로 오는 일 방향 차선을 타고 다시 와야 하므로 눈에 번히 보이는 목적지를 놓치면 그것을 다시 찾기가 매우 어렵다. 지역도로에 정통한 현지인이 아니면 그야말로 운전하기에 최악의 구조인 것 같았다. 영국이나 유럽에서 편했던 것은 지도하나만 가지면 운전을 하는데 길을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도와 도로는 유럽 통일 도로번호를 사용하여 안내를 하므로 도로를 맞게 찾았는지 어디서 빠져 나와야 하는지를 지도와 표지판을 비교해 가면서 확인하여 금방 알 수 있어 매우 편했다. 파리 시내 운전이 악명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힘든지 알아보려고 조심스럽게 중심가를 운전해 보았는데, 사실 고속도로에서 시내 진입 시 차량행렬이 아주 길게 늘어서서 진입에 조금 시간이 들었을 뿐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번잡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통근시간이 어떨지는 체험을 하지 못했다. 영국에서 보면 도로변 주차장에 차가 일렬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영국이나 파리나 이런 모습은 그리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차를 저렇게 한 줄로 바짝 붙여서 세울 수 있을 까 하고 처음에는 매우 신기했으나 나도 차를 주차해서 한 줄로 세워보니 차란 세워보면 원래 그렇게 되는 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차는 사치의 대상이 아니라 필수품이었다. 그래서 큰 차를 선호하는 것과 차에 대한 사치는 그들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될 수 있으면 작은 차, 그리고 중고차를 많이 이용한다. 처음에 보니 이 덩치 큰 사람들이 1.1짜리 작은 소형차를 타는 것을 보고 저걸 타고 과연 운전을 할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은 차를 가진 사람이 기름을 덜 쓰므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마티즈와 현대의 아토스는 여기서 싸고도 작은 인기만점 차였다.

여기서 느낀 것은 한국의 교통문제는 우선 주거 환경으로부터 오는 것 같다. 런던과 몇 개의 대도시를 빼고는 영국의 촌락구조는 그리 크지 않다. 적당히 배치된 넓은 공간의 가옥과 합리적인 도로구조 등 교통이 복잡해질 수 없는 작은 규모 때문에 도로의 운전 예절도 성립할 수 있는 것 같다. 반면 한국은 도시화가 너무 급격히 발달하고 고도로 집중적이어서 여기서 나오는 교통문제는 피할 수 가 없는 것 같다. 만약 영국도 한국과 같은 집중화된 도시구조를 가진다면 같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남쪽에서 런던행 M5를 운전하다가 웨일즈나 버밍햄으로 갈라지는 M4나 M25도로에서 분기점에 들어서면 일 방향 차선이 4-5개가량 되고 거기서 밀리는 차선을 뚫고 나가려는 운전자의 새치기, 급격한 추월 등은 우리나라의 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칠어진다. 운전자의 속성은 넓은 차선과 혼잡도가 커질수록 거칠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운전자의 운전이 거친 것도 다 광역화된 차선 때문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왜냐하면 차선이 많을수록 뚫고 나갈 길이 있기 때문이며 1차선이면 추월이나 새치기의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도 고속도로와 A도로가 포화상태에 도달하여 이를 새로 건설하려는 계획을 수립하였는데, 어느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도로가 있으면 차가 더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도로 건설을 해도 그 수요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이를 보면 한국도 너무 광역화된 도시 개발이나, 도시 집중화보다는 인구를 분산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누구나 다 교육과 개인의 발전을 위하여 서울로 대도시로 몰려드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영국은 돈 있는 사람은 외곽으로 나가 살려고 하지만 한국은 과연 그럴까 의문이다. 자꾸만 차가 많아지고 도로가 혼잡해 지면 마지막 남은 길은 자동차는 공중을 이용해야 하고 공중에 뜨는 자동차가 발명되어야 하고 그리고 도로는 공중의 보이지 않는 전파로 만들어져서 이리저리 교통이 정리 될 것임이 분명하다. 더 이상 방법이 있는가? 영국은 도시 외곽을 선호하고 한국은 그렇지 않은 점은 몇 가지 차이점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런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생활에 필수적인 슈퍼, 공공 기관 등이 지역에도 대도시처럼 골고루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정 구간을 두고 영국의 대중적인 종합슈퍼마켓인 생스베리 (Sansberry)나 테스코(Tesco) 가 자리 잡고 있으며, 부츠(Boots)라는 약국과 화장품 등 일상 용품점, 이런 것들은 런던과 비교하여 규모는 작으나 전국 어디가도 볼 수 있으므로 시골에 산다고 하여 먹고사는데 있어서 대도시와 별다른 차이 가 없는 것 같다. 다만 런던의 해로드(Harod) 백화점처럼 어마어마하게 비싼 가격의 제품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따름인데, 예를 들어 침대 하나에 15,000파운드(3,000만원)이나 한다면 그것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런던의 해로드 백화점]

 

3년 후 한국에 귀국하여 비행기에서 내린 짐을 운반하기 위하여 공항에서 벤(Ben)을 하나 불렀다. 그런데 나는 첨단 시설을 갖춘 한국의 택시(콜벤)를 보고 놀랐다. 작은 모니터에 전국의 도로와 지형이 다 나오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일일이 도로를 자세히 안내를 해주는 인공지능 안내기를 보았다. 엄청나게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한국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작고 앙증맞은 휴대전화기가 없는 사람은 이방인이었다. 영국에서 쓰던 휴대전화기가 생각났다. 묵직하고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운 큰 휴대폰, 많은 영국 사람들은 아직도 그런 휴대전화기를 쓰고 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영국의 TV에서 왜 삼성이 자신만만하게 작고 이쁜 휴대전화기를 자신만만하게 광고를 연일 때리던 이유를... 그런데 영국은 우리가 휴대전화로 원하는 상대와 매우 가까운 생활을 하지만 그들은 전 세계를 통 털어 지리적 문화적으로 매우 가까운 생활을 한다. 다시 말하면 실생활이 지구촌차원에서 무리 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영국의 지방은 외국의 도시와 직접 연계되는 경향이 강하고 외국은 마치 이웃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영국이 영연방을 중심으로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보여 진다. 내가 살던 동네의 한 블럭 건너 그레이엄(Graham)이라는 내 아들의 친구네 가족은 2002년도 봄에 뉴질랜드로 떠났다. 그레이엄의 엄마가 간호원인데, 뉴질랜드에 취직이 되어 1년간 뉴질랜드에서 지내기 위하여 떠났다. 직업의 이동이나 거주를 위하여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을 왕래하는 것은 엑시터에서 런던을 가는 것만큼이나 빈번하다. 내가 일하던 회사의 스테판이란 친구는 누이가 결혼을 한다고 캐나다를 일주일 간 갔다 온다고 하고 내 회사의 보스는 호주 북부에서 1개월 간 휴가를 하러 가고, 나의 학위과정을 지도하던 지도교수는 호주의 한 대학에서 학장직을 가지고 있다가 영국에 있는 장모님이 연로하여 돌보아 드리기 위하여 내가 다니던 대학에 몇 년간 고용계약을 맺고 일하러 와서 교육대학에 평생교육부장으로 부임하였다. 직업의 이동이나 여행, 가사 등의 문제가 국제적으로 별 불편 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영국인의 교통에 관한 심리적 반경은 전 지구적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