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8. 12:19ㆍ여행
5. 기술문명과 정신문명
기술(Technology)은 인간의 문명과 역사를 주도하고 이끌어간다고 믿는 일단의 학자들이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다른 그룹의 학자들은 기술은 인간의 사회적 필요에 의하여 인간의 의도에 의하여 발전되는 것이므로 역사는 인간의 손에 의하여 이룩되는 것이다. 라고 주장하며 기술결정론자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엘빈 토플러 같은 미래학자는 두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인류의 역사는 두 가지 전부에 의하여 발전된다고 중도론적 입장을 표현하였다. (Hoare 1977).
[기계문명]
비록 서구인의 두뇌의 논리구조는 과학적이라는 사물의 인식 방법을 따르므로 그에 의거 기술적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나 그들은 절대로 기술을 숭배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그들은 여유작작한 명상이나 한가로운 자연 속의 삶을 동경한다. 30대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히말라야의 고산에서 명상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면 오히려 아주 동양적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기술문명을 발전시켰지만 그의 노예가 되거나 종속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2003년 초 한국에 귀국을 하여 직장에 나가니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나 하나였다. 휴대폰이 왜 필요하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부동산이나 은행이나 어디서든지 내 연락처가 필요한 곳에서 휴대폰이 없다고 말하면 간첩 보듯 하였다.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하나사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긴 끈을 준비하여 목에 걸고 웃옷 주머니에 담고 다녔는데 영낙없이 강아지 목걸이 같았다. 이것이 인간이 기술의 노예가 된 것 아니고 무엇인가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계문명의 총아 배비지 컴퓨터 : Charles Babbage (1791-1871)]
휴대폰이 필요한 것은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이 상시 연락이 필요한 경우에 하는 것인데, 무엇이 그리 바빠 모든 사람들이 상시 연락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 휴대폰은 한국 사람의 ‘빨리빨리’ 성격의 문화에 가장 잘 맞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인들은 기계문명을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여 기계가 복잡한 일은 다하고 사람은 보다 본연의 인간적 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모든 취업자의 정보는 국내의 세무전산망에 입력되어 모든 소득과 세금이 파악되고 여기에 국민연금보험체계에 연계가 되어 어디에서 근무하면서 소위 봉급생활자로 돈을 벌게 되는 경우 탈세는 어렵게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지역의 국세청에서 개인의 소득 자료가 다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유학 중 아르바이트를 하고 귀국할 때 세금을 환급 받기 위하여 세무서를 들려 이 문제를 상담하고 나중에 한국에서 받은 편지를 보니 국세청에서 파악한 정확한 소득과 환불될 세금내역이 통보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득과 세금 같은 것을 중앙집권적으로 이처럼 정확히 파악하려면 국세청은 전체의 기업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소득과 급여 그리고 세금내역을 보고 받고 이 자료를 전산화하여 관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서구문명은 기계문명에 밝고 동양은 정신문명이다. 라는 말을 들어왔는데 과연 그럴까? 나는 대영 박물관에 가면 한쪽에 진열된 인도에서 가져온 부처의 유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에 잠겼다.
거기엔 부처가 밟고 지나간 발자국을 새겼다는 큰 화강암이 있는데 그것은 이 세계의 어떤 유물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귀중한 물건인데 이런 것을 왜 영국인들이 가져왔을까를 생각하였다. 만약 동양의 부처가 형편없는 非靈的 존재이며 그들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다면...무엇 때문에 그것을 가져왔을까? 만약 이들이 기계적인 문명에 밝다면 로봇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매우 감성이 풍부하고 감각적이며 삶의 질적인 센스가 여러 국면에 심화되어 있는 심미적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든 건축이나 예술품을 보면 걸출한 공간의 입체적 활용과 우아한 곡선미와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숨소리가 들릴 것 같은 섬세하고도 정교한 공예 등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학문에 있어서도 그들은 통상적으로 주제를 설정하고 자료 수집을 위해 통계를 구축하고 해석을 하는 식의 단순한 것이 아닌 매우 심사숙고하는 고심의 단계를 거쳐 하나하나 합리적인 사고아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질적인 사유방법을 중시한다. 이 과정에는 어떠한 상상이나 아이디어도 아무도 함부로 경시하지 않고 검토하는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 자 특히 그들이 젠틀맨 십(gentlemanship)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을 두고 보면, 이는 단순히 몸에 밴 기계적인 에티켓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상대방의 분위기를 잘 간파하고 이를 어느 장소의 분위기에도 맞도록 이끌어주고 남을 편안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여왕이 왜 중국의 서기장이 방문하였을 때 손 씻는 접시의 물을 마셨을까? 라는 일화는 그들의 사려 깊은 에티켓이 기계적으로 정해져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감성의 판단에 의하여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좀체로 거짓말을 안 한다. 물론 거기에도 사기꾼이 있고 도둑이 있다고 들었으나 영국에 3년 살면서 거짓을 하거나 사기를 치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다. 이러한 예는 교회를 다니면서 본 것에 기초한다. 우리가 살던 동네는 남쪽의 따뜻한 곳으로 거의 일자리가 없고 은퇴한 자들이 돈을 들고 와서 따뜻한 곳에 넓은 집을 사고 대서양을 바라보는 언덕에 자리 잡아 여생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공장도 없고 일자리가 거의 없어 흑인들이 거의 없는데, 우리교회에 짐바브웨에 선교사로 파송 나간 사람이 어느 주일 짐바브웨의 선교실태에 대하여 강연을 하면서 자기 부인을 소개하였는데 금발의 중년 선교사에게 어울리지 않게 그의 부인은 짐바브웨인의 뚱뚱하고 입술이 두터운 흑인으로 어떻게 저렇게 결혼 할 수 있을 까라고 생각하였는데 그는 매우 행복하게 짐바브웨에서 선교사 역을 하고 있다고 자기 부인을 자랑을 하였다. 영혼을 사랑한다면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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