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13] 난방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13] 난방

2024. 10. 10. 11:37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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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난방

 

우리처럼 난방은 영국 가정에 필수적이다. 비교적 온화한 남에서 추운 북쪽까지 그리고 늘 비가 오는 날이 많으므로 말리고 덥히기 위해서도 난방은 꼭 필요하다. 난방은 석탄을 때는 것, 나무를 때는 난로부터 가스보일러, 전기보일러 등 다양하다. 가장 많은 시스템이 가스보일러를 사용하여 물을 덥혀서 순환시키는 시스템이며 집이 클 경우 비용을 절약하기 위하여 별도의 가스용 벽난로를 둔다. 그래서 집마다 굴뚝이 있어 공기의 순환을 돕는데, 최근의 신축 주택들은 전기로 난방을 하므로 굴뚝이 없는 경우도 간혹 있다.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경우 보통 전기를 그냥 사용하면 비용이 너무 비싸므로 싼 전기를 사용하기 위하여 축열 전기를 사용한다. 즉 이 축열 전기는 전기보일러에 있는 전자장치가 인공위성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받아 낮에 남아도는 전기를 저장하여 밤에 발열을 하도록 시키는 장치이다. 이 전기는 매우 싸다.

보통의 가정은 가스보일러가 태만이다. 타이머를 맞추어 일정시간 보일러가 돌아 물을 덥혀 순환시키고 이 물이 라디에이터를 덥혀서 난방을 한다. 통상적으로 거실에는 라디에이터를 이용하는 난방이외에 나무를 때거나 석탄을 때는 벽난로가 따로 있는데, 나무의 경우 따로 사든지 아니면 한여름에 나무를 베거나, 쓰러진 나무를 치우는 곳에서 나무는 지천으로 얻을 수 있다. 영국은 들이 많고 한국처럼 산이 없어 삼림은 없지만 하나씩 들에서 자라는 나무의 크기가 엄청나게 크고 여름에 태풍이나 바람으로 가지라도 하나 부러지면 거기서 나오는 목재의 양이 많다. 이런 나무를 얻어다가 집에 있는 창고에 저장하든지 아니면 시장에서 난로에 때기 좋게 잘 가공된 나무를 사다가 땐다. 이외에 나무보다는 좀 싸고 화력이 좋은 석탄을 때기도 한다. 이 석탄은 시골의 농장지역에 인기가 좋은 것 같다. 2002년 겨울 크리스마스를 북쪽 요크(North York)지역의 휘트비 항구에서 약 10마일 남쪽으로 떨어진 바다를 바라보는 Sunnyside house 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시골 농장에서 보낸 적이 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UK HOST라고 하는 영국가정에서 며칠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였더니 이곳이 배정되어 휴가를 얻어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앞에서 언급한 Timar Jones 라는 60세 초로의 여성인데 혼자 살고 있었다. 그녀는 집에서 200미터 가량 떨어진 Fylingthope Hall 이라는 Boarding school(기숙사 딸린 사립학교)의 재단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약 30마일 떨어진 Hull 대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녀는 어려서 그 지방에서 학교교육을 받다가 런던에서 초등교사 자격을 얻어 20년 넘게 교사 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 연금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은 없고 친구가 (파트너) 있었는데 약 20년 전에 죽었다고 한다. 그녀는 다른 형제가 있지만 맏딸이 되서 그런지 은퇴 후 노부모를 모시러 이 시골에 내려와서 부모를 돌보다가 부모가 돌아가신 후 그대로 이 농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집의 규모가 상당히 컸다. 큰 벽돌로 지은 3층 건물인데 최초의 기초는 1500년경에 만들어진 집으로 조금씩 늘려서 급기야는 가축우리가 옆에 붙어있는 매우 큰 집이 되었다. 그녀 집의 난방은 석탄을 주로 쓰는데 부엌과 거실은 장작을 주로 썼다. 석탄은 화력이 아주 세서 한 통의 석탄을 넣어두고 보일러를 가동하면 그 큰 집이 아주 훈훈했다. 석탄 보일러에는 음식을 덥히기 위해 넣어두는 공간도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초대한 후 나에게 장작을 좀 패달라고 요청하여 장작을 패는데 나무가 너무 커서 아주 혼이 났다. 나중에는 왼 팔의 근육의 통증을 느낄 정도로 심했는데 시골 생활이 그렇게 낭만 적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매일 장작을 패고 석탄을 버켓()에 담아 날라야 하니.. 그 집의 2층의 침실에서 내려다보이는 북해 쪽의 바다풍경은 그저 천국의 그림과 같았다. 휘트비 항구는 호주를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의 주 활동무대였다고 한다. 호주를 발견한 항해 단이 휘트비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거기서 23일을 전통적인 영국인 식사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면서 즐겼는데, 도착 다음날 저녁 파티를 열어 동네에서 4가족이 초대되고 동반한 아이들과 우리아이들 둘을 합하여 게임을 하며 노래를 하며 즐긴 후 저녁식사를 하고 그 다음 위스키를 마시며 다시 게임을 하면서 웃고 떠들다가 밤늦게 헤어졌다. 그 다음 날은 엑시터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차가 미끄러져 출발을 하지 못했다. 그 때 Timar는 광에서 오래된 썰매를 꺼내왔는데 자기 조부 때부터 만들어서 타던 것이라고 하였는데 나무로 만든 그 썰매는 앞으로도 100년을 더 타도 끄덕 없을 만큼 튼튼했다. 마침 농장이 스키장처럼 슬로프가 되어있어 썰매를 끌고 높은 곳까지 걸어가서 아들과 타고 놀았다. 오후에 눈이 조금 녹아 아쉬운 작별을 하였는데, 그 집에서 전통적인 난로를 다 본 셈이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그 이튿날은 거실이나 부엌에 나무를 때는데 잔가지를 넣지 않고 커다란 통나무를 잘라 하나를 불을 붙여 태우는데 말 그대로 허리통만한 나무를 그것도 벽난로에 세워두고 밑에서 쏘시개를 붙여 오래된 소가죽 풀무로 바람을 불어 넣어주다가 일단 불이 붙으면 굴뚝에서 빨아들이는 흡인력으로 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그 화력이 어떤 것 보다 강력하여 벽난로의 효용에 대하여 강한 인상을 받았다. 벽에 붙은 난로 이지만 이렇게 난방을 확실하게 하는 방법이 있구나 하고.. 거실의 벽난로는 나무를 때는데 나무에서 날리는 먼지나 재를 막고 또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하여 벽난로에 유리 방패막을 만들어 문을 해 달았는데 열은 유리창을 통하여 밖으로 전달된다. 이것은 하나의 안전장치다.

 

[1930년대 풍의 일반가정의 장식 벽난로]

 

그런데 어느 성이나 가정에 가보면 규모가 약간 큰 벽난로는 정면에서 이를 가리는 방패 같은 것이 있다. 화력이 너무 세거나 불씨가 날리는 것을 막거나 아니면 불이 꺼지고 굴뚝으로부터 들어오는 바람이 재를 날리거나 불씨가 밖으로 튀는 것을 막는 것인데 대부분 청동이나 동으로 만들어 닦으면 반짝반짝 노란 윤이 나도록 만들었는데 거기에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예술적인 장식을 한다. 이것은 그 값이 싼 것이 아니므로 사람들은 골동품으로라도 200-300 파운드짜리를 사고 싶어 한다. 벽난로에 따르는 여러 가지 소품, 즉 가리개, 쏘시개, 재를 떠내는 삽, 빗자루, 바람을 불어주는 소나 양가죽으로 만든 풍로 등등도 재질과 모양에 따라 다양한 값으로 골동품으로 살 수 있고 아직도 오래된 것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고급 재질의 벽난로를 몇 개 가지고 있느냐가 이 나라에서 과거 부의 척도로 여겨졌다나!

 

{다양한 벽난로 악세사리 : 바람주머니, 재통, 부지깽이, 불삽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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