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0. 11:23ㆍ여행
12. TV
영국 도시에 처음 와서 한 동안 학교기숙사에서 지냈는데 처음 기숙사에 들어서자마자 응접실에 놓인 TV를 본 순간 너무 반가웠다. 삼성 TV와 비디오가 떡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기숙사 동의 구역마다 한 대씩 있는 TV와 VCR을 전부 삼성 것으로 입찰구입을 한 것 같다. 우리나라 물건을 어디가나 볼 수 있는데 연구실의 프린터가 삼성이라든가, 등등. 여하튼 3층집을 렌트하여 가족과 같이 거주하기 시작할 무렵 처음 온 우편물이 TV 라이센스를 관리하는 회사로부터 온 우편물이었다. TV를 보려면 이 라이센스를 사야하는데 1년간 라이센스가 2000년당시 120 파운드 가량이고 6개월 혹은 3개월 단위로 지불 할 수도 있었다. 월 10 파운드 가량인데 우리나라의 TV세로 월 20,000원을 내는 셈 이다(2011년 현재 연 30만원 이라한다). 이것은 새로 이사 온 사람에게는 부동산 정보를 통하여 회사에서 연락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새로 TV나 비디오를 사는 경우에도 파는 상점은 사는 사람의 인적 사항을 적어서 TV 라이센스 관리회사로 통보하게 되어있다. 즉 라이센스 없이 TV를 시청하거나 비디오를 녹화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다. 라이센스 없이 TV를 보다가 걸리면 벌금이 엄청나다(약 200만원). 그리고 라이센스 관리회사는 라이센스 없이 TV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하여 몰래 라이센스 없이 TV를 보는지를 관찰할 것임을 편지로 알린다.
따라서 라이센스 없이 TV를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일정연령(60세) 이상의 고령자에게는 할인을 해주는 것 같다. 영국의 TV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은 1년을 지난 다음에야 조금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유심히 TV만을 본다면 더 빨리 알아들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 갓 온 나로서 TV를 자주 볼 기회를 가지면서 영국 TV도 많은 부분을 미국의 대형 영화회사의 프로그램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는 것을 알았다. 영국식 억양이 아닌 미국식 억양과 행동양식이 많이 받아들여졌다는 느낌과 융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는 주로 미국에서 배급된 영화를 많이 보았듯이.. 몇 가지의 TV 특징을 본다면, 주로 저녁 8시 이후는 성인을 위한 TV프로가 방영되므로 미성년자는 TV로부터 격리된다. 청소년층은 그들의 방으로 잠을 자기 위하여 인도된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가장 갖고 싶은 것은 금지된 TV를 자기 방에 혼자 가지는 것이다. 물론 열린 부모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5학년정도의 아이에게 TV를 갖게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를 통하여 섹스란 단어에 대하여 친숙해지게 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8시 이후의 성인 프로 중에는 섹스에 대한 주제가 다루어진다. 오락적인 코미디 섹스에서부터 진지하게 성차별문제, 여성의 오르가즘과 섹스토이의 효능과 사용사례, 첨단 섹스동향 등 섹스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과 정보교환이 있다. 그 다음으로 특징적인 TV물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주 진행되는 퀴즈놀이, 혹은 게임이다. 대표적인 것은 iTV에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하는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가?” 라는 프로는 말 그대로 4지선다형 상식문제 15문제를 다 맞추면 백만 파운드(20억)를 그 자리에서 수표로 주는 엄청난 상금이 걸린 프로인데 아마도 영국전역에서 가장 시청 율이 높은 퀴즈놀이다. 이런 식으로 상금을 주고 문제를 맞히는 게임은 Weakest link (제일 약한 자 밀어내기)가 매일 진행하는 정규 게임이고, 이외에도 TV마다 수도 없이 개인, 가족, 등등이 출연하는 많은 프로가 있는데 오후에 하는 어린이 프로에서도 이런 게임을 한다. Britain's brightest kid (영국에서 제일 영리한 어린이)는 어린이가 하는 게임인데 여기서는 돈을 주지 않고 전자제품이나 게임기를 고르도록 한다. 이런 게임은 동네 펍(선술집)에서도 매주 하는데 내가 있던 기숙사는 수요일 저녁만 되면 그 단지의 젊은이가 전부 펍으로 향한다. 테이블마다 그룹을 지어 펍의 주인이 읽어 내리는 문제의 답을 적어 내면 -가령 내가 다니던 펍의 경우 60문제를 내고 답을 적어내면 - 채점을 하여 제일 많이 점수를 받은 팀은 그 날 술값은 무료로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North Devon Braunton의 시골 펍]
이런 게임은 사람사이의 상호작용과 지성을 유도해내므로 유익하기 그지없는데 돈이 걸려있다든지 하는 것은 상업성을 보여주므로 우리나라 사람이 보면 처음엔 거부감이 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에서 이기는 자에게 주는 보상 정도로 정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진짜 상업성은 이 프로의 운영을 하는 배후에 있는데 예를 들어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의 프로에서 백만 파운드를 받는 사람은 1년에 2-3명이 나오는데, 백만 파운드는 우리나라 돈으로 20억에 가깝다. 그리고 매주 퀴즈 참가자가 참여하여 백만 파운드는 못 받더라도 몇 문제를 맞힌 수에 비례하여 적게는 100파운드부터 50만 파운드까지 받는데 방송국에서 매주 이 많은 돈을 어떻게 조달을 하는가? 가 의문이다(물론 광고수입이겠지만). 저녁시간대에 또 많이 보는 프로는 교양으로서 자연의 연구(동물의 세계), 역사 및 고고학, 그리고 빠짐없이 계속되는 전쟁사(2차대전사)가 진행된다. 우리는 전쟁을 잊고 싶은 기억으로 돌리나 이들은 그 동안의 전쟁을 통한 많은 교훈을 이성적으로 돌이켜 비판하고 어떻게 새로운 무기를 생산하여 적을 이겼는가를 보여준다. 나는 우리나라도 이런 방송을 개발했으면 한다. 군인의 사기는 그 동안의 군 출신 통치자의 오류로 얼룩졌으나 남아있는 군인의 사기는 이런 방송을 통하여 계발해야 한다고 본다. 역사 이래로 군대는 총칼로 상징되는 무력의 해악을 보여주지만, 그것 없이는 국가의 질서나 국제질서에서도 약자가 될 수밖에 없고 또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여 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특히 축구는 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운동종목의 하나다. 주요 스포츠가 있는 날은 TV가 있는 펍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기서 국기를 흔들고 응원을 한다. 그리고 그 날은 차마다 국기를 라디오 안테나에 묶고 운전을 하며 집집마다 국기가 걸린다. 여기서 국기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위하여 엄숙하게 사용하는 의식용이 아니라 하나의 패션이요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표현의 일종이다. 영국에서도 잉글랜드는 블랙잭(영연방 국기)을 사용하기보다는 잉글랜드 국기를 사용한다. 흰 바탕에 붉은 십자가이다.
TV의 특징의 하나는 화면과 프로그램 전환이 매우 신속하다는 점이다. 비록 선전을 하는 방송의 경우에 있어서도 화면내용과 화면 내용간의 전환이 비교적 신속하다. 지루하지가 않다. 비록 광고를 하더라도. 이것은 하나의 기술적인 측면인 것 같다. 영화는 전 방송을 통 털어 매일 나오다 시피 하는데 1960년대 의 작품도 리바이벌 한다. 오래된 추리물, 오락물이 지금도 방영된다. 조금 유치하지만 50년-60년대의 작품들도 자정을 지난 한밤에 방영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국의 영화는 “데이비드 코퍼필드”라는 남자의 일생을 그린 영화였던 것 같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14] 결혼과 동거 (2) | 2024.10.10 |
---|---|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13] 난방 (3) | 2024.10.10 |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11] 거석(巨石)과 써클(circle) 문화 (3) | 2024.10.10 |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10] 똥꼬 바지와 페니트레이션 (2) | 2024.10.10 |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9] 영국의 종교 (4) | 2024.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