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47] 두 가지 질문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47] 두 가지 질문

2024. 10. 20. 18:47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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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두 가지 질문

 

내 아내는 나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영국에서 사는 게 좋아요 한국에서 사는 게 좋아요? 이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질문에 대하여 선뜻 대답하기는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영국은 너무나 살기에 편했다.

첫째, 너무 시끄럽지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신문과 방송은 국내문제나 외국문제를 떠들지만 너무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특히 나의 직업관련 매일 신문을 대 여섯 개 갖다놓고 세밀히 읽어야 시작하는 하는 하루생활의 패턴이 없기에 너무 편했다.

사람들은 늘 미소를 짓고 학업이나 모든 일상사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수월하고 남의 눈치 안보고, 경쟁하지 않고... 아이들 교육문제도 그리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돈만 적당히 있다면 즐길 수 있는 여가 시설과 스포츠시설은 풍부하고..

음식도 사실 많은 영국 경험자들이 맛이 없다고 비판을 하지만 영국의 음식을 이해하면서부터 이 음식도 제대로 하면 국제적인데라는 생각을 한다. 피시앤칩 뿐만 아니라 고급호텔에서 하는 표준요리들이 이들의 일상음식이라고 보면 되는데, 호텔식으로 따라가면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잘 찾아보면 저렴한 비용에 질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이들의 음식은 우선 눈을 즐겁게 하는 아름다운 접시를 만드는 데도 신경을 쓴다. 일전에 신문을 보니 장수촌의 사람들의 식단은 매일 포도주 한 두잔, 토마토, 올리브유 등 이 필수적이라고 보도를 하였는데, 이들의 식단의 기본은 그것이다. 이들은 토마토나 그 소스를 우리 고추장 먹듯 매일 사용한다. 토마토는 알칼리 식품이고 항산성화 식품이라 몸에 좋다고 하는데, 하여튼 매우 부드럽다. 그래서 위에 부담이 가질 않는다. 늘 모든 음식이 그런 식으로 위에 부드럽고 이주 온화한 느낌을 주는 식단이다. 그래서 속 쓰림도 별로 없다. 이들은 강한 소스를 쓰지 않는데 인도음식이나 혹은 중국식을 먹을 경우는 약간 강한 향이 나는 것을 먹는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아침은 바쁜 경우 토스트를 구워 버터를 바르고 여기에 마모레이드라는 오렌지로 만든 잼(이는 특히 나이든 노인들이 즐긴다) 혹은 젊은이는 꿀을 바르거나 혹은 딸기나 체리젬을 홍차와 같이 먹는다. 좀 더 먹어야 하는 경우 베이컨을 토마토와 같이 구어 충분히 익힌 다음 빵과 같이 먹고, 경우에 따라 우리나라 계란 찜 같은 달걀 오믈렛을 만들어 먹는다. 모든 음식에는 버터와 우유가 기본적으로 충분히 들어간다. 고기를 구워도 고기속에 있는 토핑을 만들어 굽고 이런 등등의 것은 자세히 익혀보면 거기에도 맛이 있다. 처음에는 재료가 무엇인지, 어디서 사야하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헤메지만, 물어보고 요리책을 보고 자세히 보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갈비찜을 해먹고 불고기를 해먹는다. 그런데 그 이름이 다르고 들어가는 소스와 양념이 다른데 대체로 부드럽다. 마치 날씨같이 마일드 하고 맵지가 않다. 종합적으로 가만히 생각하면 이들의 음식은 지나치게 가공하지 않고 자연주의적이며 매우 부드럽고 색이 곱고 아름다우며 냄새는 죽인다. 그런데 그에 비하여 한국 음식처럼 감칠맛은 나지는 않는데, 금방 질리지는 않는다. 은근히 끌리는 맛은 있다.

[피시앤드칩]

 

그런데 영국생활이 학생신분이나 여행객으로 살기에는 비싸기 그지 없으므로 돈이 제일 문제가 된다. 가족 생활을 위하여는 품위를 유지하지 못할지언정 먹고 살기에 기본적으로 4인 가족이 한화 250만원에서 300만원은 지출해야 하므로.

내가 아내의 말을 달리 해석하면 매일 한국에서 죽도록 일하고 좀 더 벌어서 잘 살래요, 아니면 영국에서 마음 편하게 놀 듯이 일하고 조금 가난하게 살래요 하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한번은 내가 아내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한지 일년이 좀 지나 연말 정산을 하는데, 타가지 않은 휴가비가 있다면서 1,000 파운드(200만원)를 수표로 받았다. 나는 직장 생활하면서 난생처음 휴가비를 받아 보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보수체계에 없는 휴가비를 받은데 대해 놀랐다. 그것도 파트타임 고용자인데... 휴가나 레저에 대한 복지는 철저히 챙겨주는 나라다.

아내의 질문에 대하여 그래도 나는 아이들과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그러면서도 나는 이것 하나만은 우리도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보았다, 사람들이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 돈은 좀 없어도 서로 기분 좋고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나라. 그런데 우리 딸애가 하루는 학교에서 오더니 나에게 말을 했다(딸은 영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이다), 엄마 나는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 우리나라 사람이나 영국 사람들이 무표정하게 있을 때 서로 다른 것을 발견했어. 우리나라 사람은 무표정하게 있어도 화난 것 처럼 보이는데, 영국 사람은 무표정하게 있어도 약간 웃는 것처럼 보여. 그래서 자세히 보면 그들은 윗 입술이 얇고 입술 끝이 약간 위로 올라가서 늘 웃는 것 처럼 보여. 실제로는 웃는 게 아닌데도. 근데 영국인은 미소를 짓기가 쉬워 왜냐하면 입의 구조나 눈이 늘 웃는 것 처럼 생겨서 약간만 노력을 하면 바로 스마일이야. 그런데 우리 나라 사람은 웃는 동작이 커서 힘들어 보이고 약간 억지로 웃는 것 같애.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그들은 그런 이점도 있나보다. 스마일의 세상을 만드는데. 그런데 교양에 관한 전통은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영국의 삶과 교양은 그냥 우리 일상사에서 아주 상식적인 것이다. 꾸밈없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간섭하지 않고, 조용하고, 아름답게 사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문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우리나라 언론에서 보도되는 영국이 한국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영국을 이해하지 못하고 영국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2003년에 개봉된 007영화는 북한을 주제로 한 영화인데, 왜 복장이 그렇고 장면이 그러냐 등등 볼멘 한국의 비판가들이 말을 하지만 영화는 단기간에 단장한 한국의 태평로(대도시 대로변)를 절대 보여주지 않는데, 그것이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울의 태평로나 고속도로, 고속 철도 등을 보여주고 싶고 우리나라의 현대화된 모습이 보여지기를 원하는데 영국의 TV나 보도는 절대 그렇지 않다. 주제중심이고 오랜 역사를 바탕한 일상사나 자연의 미를 심도있게 추구하는 그들에게 우리가 비쳐지기를 원하는 것은 역사가 없는 단순한 큰, 과시를 위한 것임을 잘 안다. 그것이 그들에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가 밭을 갈고 워낭소리를 댕댕거리며 소가 농사일을 돕고 농부가 모를 심는 시골 농촌 같은 오래된 문화에 더 흥미가 있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아름다운 휴양지를 잘 관리하고 이것이 세계적이라면 이들이 그것을 광고하지 않을 리가 없다. 수많은 시내의 여행사에 전 세계의 여행정보를 가지고 여행객을 모집하는데 그 안내문 중에 한국관광은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가 없다. 파리부터 스페인, 이집트, 아프리카 케냐 등등 제 국가, 일본, 티벳, 중국, 말레이지아, 태국, 그런데 한국은 없다.(2000년도의 이야기다) 이것은 아직 우리가 유럽이나 영국의 관광객을 유혹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런던에 가면 밀물과 같은 한국사람이 있는데 왜 영국에는 한국의 관광정보가 없는가? 우리도 이런 것 좀 만들 수 없나, 수출로 번 돈 관광으로 다 쓰고 그렇다고 그들이 그중 50%정도를 우리나라에 쓰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관광산업을 위해 체계적으로 뭔가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국제규격에 맞는 그 무엇으로. 2002년 여름에 폴튜갈에 갔을 때 생각난다. 이 나라의 수도 살림살이는 한국의 80년대를 쫒아 오는 것처럼 시 외곽의 부동산 투기붐을 보는 듯 한데, 이 나라의 수도 중앙 역 맞은 편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중요한 건물을 수리하고 있었다. 온 시가지가 거기서 나는 소음과 먼지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는데, 그 건물의 중앙을 옛 고풍스런 조각과 무늬로 장식하고 있었다. 한눈에 아하 관광객을 위한 눈요기 거리구나 라고 느꼈다. 관광을 위한 투자였다. 그리고 좀 불편해도 모두 감수하고 있는 것같았다. 관광산업은 유럽 제국의 중요한 국가적 사업의 하나다. 큰 돈 안들이고 국가의 세금이나 일반 국민의 수입을 늘리는 정말 편리한 산업인데, 유럽국가간에는 왕래가 서로 잦아 수지가 그래도 그들끼리는 맞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나라는 비싼 유럽여행을 혼자 짝사랑하듯 우리만 하고 있는데, 만약 우리나라가 여행을 하지 않는다면 세계 항공사, 주요 도시(런던 파리 들)의 수입이 많이 줄겠구나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것은 국제적 규격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많은 여행객은 경비를 줄이는 여행을 선호하므로 국제규모의 캠프장, 자전거 도로, 여행안내 시스템 등등. 그런데 우리나라도 잘 개발하고 홍보만 된다면 얼마든지 관광자원을 개발할 수 있다 . 예를들어 여름에 얼음이 얼어있고 찬 바람이 난다는 무주구천동의 모 계곡을 예로 들면 만약 유럽에 이런 곳이 있다면 당장 개발하여 홍보를 하였을 것이다. 유럽의 각국의 관광자원은 사실 가보면 별것 아닌 것이 무수히 많다.

아직도 이태리의 로마가 생각난다. 빌 디딜 틈이 없는 중앙역부근, 아, 이 나라는 가만히 앉아서 돈을 갈퀴로 긁고 있구나. 돈을 가만히 앉아서 긁고 있어. 조상 잘 둔덕에..... 하여튼 부러운 점도 있지만 나는 그래도 우리나라가 낫다고 생각한다. 좀 미비한 점이 있으면 사회운동을 해서라도 고치면서 살아야지.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발전의 역사를 이대로 실수 없이 진행한다면 세상은 우리편이나 다름없으므로. 그런데 나도 일을 좀 줄이고 여유를 가지고 유럽 사람들처럼 쉬고 싶고 놀고 싶고, 잠 좀 많이 자고 싶다. 과로는 국민건강에 좋지 않다. 우리나라도 OECD 국가이므로 그 기준에 맞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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