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2. 16:44ㆍ여행
48 학교 카운슬(school Council)
우리가족이 살았던 엑시터 지역에만 있는 지 아니면 영국 전역의 다른 학교도 같은 제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느 날 딸애가 5학년으로 진급을 하여 1달 정도 지났을 때 (2002년도 하반기 쯤 기억된다)학교를 갔다 오더니 ‘나 학교에서 카운슬(Council)됬어. 하는 것이다. 카운슬이 뭐지 하며 찾아보니 학급반장이다. 나는 처음에 농담인줄 알았는데 그러면서 딸애가 가슴에 찬 금빛으로 도금된 Council 이란 단어가 박힌 큼지막한 빳지를 보여주면서 내가 이제 카운슬이 됬어 하는거다.
[학급반장 메달 : 지금은 메달을 찾을 수 없어 유사메달을 차용제시]
나는 도저히 불가능한 거라고 생각했다. 학급 학생수가 약 25명 정도인데, 한국인은 우리 애(July)혼자, 그리고 인도애가 2명, 나머지는 전부 영국 본토 애들인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생각했다. 영국에서의 당시 쥬니어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반장 제도는 한번 선출이 되면 1년을 하는 거다. 한국에서는 반장선거 때문에 너무 잡음이 많아 1주일씩 돌아가면서 하는 제도로 많이 바뀌어 누구나 한 번씩 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영국은 아직 그렇지가 못했다. 그럼 너 반장되서 뭐하니? 하고 물으니;
'응 매일 노트에 학급에서 일어나는 일을 적어서 아이들이 불편한 사항이 있거나 문제가 있는 사항에 대하여 잘 알아놓았다가 매주 금요일 전체 카운실 회의(총학생회의)에 가서 발표하고 거기서 주는 안건을 받아다가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다시 카운슬 총회에 보고하는 거야'.
나는 비로서 이 아이가 나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일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 같으면 학교에서 PhD 대표 선거에 출마하라고 편지가 왔을 때 언어 등의 문제로 바로 포기하고 피해 버리지 않았는가? 물론 영국애들과 자유자재로 의견교환하고 다룰 만큼 익숙치 못한 영어에 나이문제로 이젠 이런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야 라는 식의.. 내일 아니라는 의식 등등을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앞섰다.
나는 나도 모르게 딸 아이에 대하여 그 자신감에 대한 부러움과 존경이 갔다.
'그래 어떻게 Council 에 선출 되었니' 하고 물으니,
'응 우리 반에서 선거했어. 먼저 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 출마하고 그 다음 아이들이 그 출마자 중에서 골라 투표했는데, 내가 손을들어 출마했고 반 아이 들이 나를 뽑아 주었어' 하는 거다.
그런데 딸 아이는 친구 사귀는데 있어서 매우 적극적이고 그들에게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끝까지 놀아주고 하는 등 친구관리에 매우 헌신적이었다. 그래서 반에서 근 3년간 친구의 생일 초대에 거의 초대를 못 받은 적이 없었다. 대개 한국처럼 영국아이들은 생일날 친구를 초대하는데 반 전체를 초대하지는 않고 마음에 드는 아이 3-4명을 초대하여 수영장을 가거나, 볼링을 하거나, 아니면 놀이공원에 가서 하루를 보내거나 아니면 생일을 맞이한 친구 집으로 가서 놀고 먹다가 자고 오는 정도다.
딸의 베스트 프렌드는 조지아(Gorgia)이다. 그 반에서 제일 아름답게 생긴 작고 늘 패션너블한 차림으로 다니는 아이인데, 주영이와 학교에서는 늘 붙어 다니고 금요일 저녁에 있는 교회의 아동클럽에 같이 출석하여 한 주는 딸 애가 조지아네 집에 가서 자고 오고 다음주는 조지아가 주영이에게 와서 자고 가는 정말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이 붙어 다니는 악동들이다. 그 조지아가 주영이에게 나는 너에게 표를 찍어주겠다고 귓속말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영이에게 우호적인 여러 친구들 에스달(그의 어머니는 다른 사립중학교 선생님이고 아버지는 프랑스인으로 파리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매우 공부를 잘하는 영특한 아이), 레이첼A, 레이첼B, 로라, 스테파니, 샬랏츠, 등등의 아이들이 주영이를 찍은 것 같았다.
주영이는 선거하루 전날 많은 아이들이 자기를 찍어주겠다고 제의를 해서 고맙다고 의사표시를 했으며 자기가 많은 표를 받을 줄 알고 있었다. 주영이와 친한 친구 중에는 로라라는 아이가 또 있었다. 로라는 조이(JOE)라는 미혼모의 딸인데, 우리가 영국에 처음 정착하면서 제일 먼저 친한 아이들 친구의 가족으로 조이가 처음이었다. 조이는 젊어서 호주에서 광케이블 제작 회사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일을 하다가 아마도 남자친구가 흑인인 듯 한데 깊이 관계를 하여 로라를 가지게 되었으나 남자친구가 영국에 오기 싫다고 하여 그냥 조이만 영국으로 와서 부모와 같이 사는 말하자면 마혼모였다. 그녀는 시내의 병원에서 리셉션 일을 하면서 로라만을 바라보고 사는 전형적인 미혼모인데, 로라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아이였다. 다만 하나의 흠이라면 로라는 나이가 들수록 아빠의 피를 닮아서인지 흑인의 외모를 갖기 시작했다. 머리는 점점 곱슬이 되고 피부는 검어지고 엉덩이는 위로 치겨 올라가고 몸놀림은 흑인들이 랩을 하거나 댄스를 할 때 흔히 보이는 잘 흔드는 몸짓 등, 점점 흑인 처럼 되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었으나 완전 흑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Council 선거에서 로라도 출마를 했으나 주영이에게 표가 더 많이 왔다. 로라는 모든 분야에 걸쳐 학업이 우수하고 친구관계가 원만했으나 주영이가 처음 로라와 베스트 프렌드를 하면서 불만은 로라는 베스트 프렌드의 룰을 잘 지키지 않고 심심하면 다른 친구를 찾아 가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로라자신은 늘 주영이도 베스트프렌드로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반장 선거를 한다면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로라가 해야 할 것이다 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주영이가 반장이 되어왔으니 할 말이 없었다. 더구나 반장이 된지 한달이 지나서야 딸애가 이야기를 해서 알게되었고 그제야 부랴부랴 학교에 찾아가서 담임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들어 알게되고 학교에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담임과 학부모 미팅 때 담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담임도 주영이가 반장일을 수행하는데 손색이 없으며 반 친구들의 관심사나 이슈를 잘 다루고 공부도 잘한다는 것, 특히 다른 한국 아이들처럼 수학에 귀재라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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