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0. 10:25ㆍ여행
72. 프랑스로
스페인에서 올라오는 길에 저녁 8시경 배가 고파, 휴게소에 들려 된장국을 끓이고 밥을 해서 먹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여행객들로 바글바글한데, 특히 흑인이 많았다. 그들은 늦은 시간이라 운전이 곤란하자 차를 대고 모포자락 하나 가지고 주차장에 벌렁 누워 잠을 청하였다. 가만히 보니 대부분 프랑스로 들어가는 차 같은데 이 차들은 아프리카의 모로코 인근의 친지에게 갔다 오는지 아니면 스페인 남부의 휴양지를 갔다오는지 정말 차는 명절을 세고 짐을 바리바리 싸서 이고 가는 귀가길의 행렬처럼, 마치 우리처럼 차는 짐으로 꽉 차있는 전형적인 아프리카의 고달픈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사람들의 깊은 애환이 베어있는 듯이 땅바닥에 깐 담요자락에서 소리없는 탄식과 체취가 베어 나온다. 이런 곳의 휴게소는 번듯하지만 화장실은 더럽기 그지 없었다. 스페인-프랑스 국경을 지나 프랑스로 접어들어 상당히 먼길 5-600마일 은 되는 듯 싶은 고속도로를 느릿느릿 체증을 겪으면서 달렸다. 지방자치단체 경계를 지날 때마다 고속도로 요금을 내는 게 번거롭고 번거로웠다. 민자인지 지방정부 소관인지 모르지만 이런 관료주의는 국가의 발전을 좀먹을게 분명했다. 반복적으로 받는 톨게이트 요금소를 지나 파리로 약 120마일의 속도로 달렸다. 파리에 일단 들어가서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우리 차만 안쪽 차선에서 고속으로 추월을 하는데 혹시 경찰이 없나 계속 두리번거리면서 달렸다. 파리 초입에서는 차가 몇 키로미터나 주차하면서 밀렸으나 파리시내의 TGV 중앙역까지는 수월하게 찾아 들어갔다. 거기서 여행정보를 받아 캠프장의 위치를 가늠하여 찾아갔는데 우린 외곽보다는 세느강변에 위치한 시내 중심에 자리한 텐트장을 찾았다. 이 캠프장은 여행객을 위해 시내까지 나가는 셔틀버스 서비스도 제공하여 매우 편리하고 좋았다. 파리에서는 아이들과 특별한 약속을 한 연고로 이틀을 디즈니랜드에서 보내기로 합의를 하고 샹제리에 거리에 나가 파리 디즈니랜드 티켓을 예약구매 하고 비로소 정신을 차려서 주위를 들러보니 “파리지엥은 역시 샹제리에 있는 사람들이 고급스럽고 품위있는 것 같다는 점을 느꼈다.”.
첫날은 시내를 보고 몽마르트 언덕, 루부르 박물관, 그리고 노틀담 사원 등 이것저것 유명지를 보았다. 루부르 박물관은 너무 커서 걷기도 힘들고 이제는 다리가 아파 가다보다 쉬다 했는데 여기는 표를 사면 아침에 보고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봐야 할 정도로 커서 중요한 것만 보자고 의논을 하였다. 모나리자를 찾아 사진을 찍었는데, 그것을 찾는데도 1시간가량 소비한 것 같았다.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뜨에 가서 시내를 내려다보고 내려오면서 우측으로 빠지는 길을 한참 따라 전철역으로 오는데 무랑루즈라는 간판이 있고 유명 펍들이 줄지어 있고 뭘 하는지 모르는 숍도 제법 많았다. 영낙 없이 한국의 유흥업소 같았다. 10년 후인 2010년 경 업무 출장차 파리를 다시 방문하여 이 때는 여유가 있어서 무랑루즈 극장의 쇼를 볼 수 있었다. 와인 한잔을 주면서 관람하게 해주는 여러 쇼는 가족과 같이 볼 수 있는 정도의 건전한 쇼였는데 무희들의 쇼, 뱀을 가지고 하는 뱀쇼 등을 연기하던 걸로 기억된다.
[무랑루즈 극장쇼의 한컷]
이틀을 파리 외곽 디즈니에서 아이들과 같이 보냈다. 이곳은 파리에서 100마일 정도 떨어진 남쪽에 있는데 TGV를 별도 예약하여 타고 1시간가량 달려가야 있는 곳이다. 그 동안 고생스럽게 따라다니고 불평없이 먹고 자고 했던 아이들에게 보상차원에서 파리디즈니랜드에서 마음껏 놀도록 했다. 여기 시설은 미국판이다. 미국의 서부 개척부터 한국에 있는 에버랜드 같은 시설이 있는데 스릴 있는 느낌을 주는 고속 회전 열차 같은 것은 한 두개에 불과하고 초등학교 어린이가 즐길 만한 비교적 안전한 시설이 많았다. 이틀간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아이들이 좋다는 레이더스라는 회전기차를 10번도 더 탔다. 타고 또 타고...
[디즈니랜드, 파리]
다음날은 에펠탑과 오르세 미술관에 들렀는데 우리가 어릴 때부터 본 유명한 미술품이 다 몰려 있는 것 같았다. 오르세 미술관의 내부는 고급스럽고 유서 깊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건물 중심에는 광활한 메인 홀(옛 철도역의 대합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높은 아치형 천장은 유리와 금속 구조로 되어 있어 자연광이 들어와 내부를 환하게 비췄다. 홀의 양쪽 벽에는 석고로 만든 조각품과 그림들이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고, 대리석 바닥은 깔끔하고 견고한 느낌을 줍니다. 내부는 네오클래식 스타일로 꾸며져 있으며, 곳곳에 정교한 장식이 보였다. 방문객들은 넓은 전시 공간을 자유롭게 거닐며,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중앙 홀 외에도 갤러리들이 층별로 배치되어 있고, 회전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어 있었다.
베르사이유 궁전에서는 입장하여 한나절을 보냈다. 다른 나라에서 궁전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압권이라는 베르사이유 궁은 그냥 무덤덤했다. 이제 여행은 완전 중반을 지났는데 세느 강변에서 쏜살같이 5일을 보내고 여정을 다시 독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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