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44] 조명과 그 느낌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44] 조명과 그 느낌

2024. 10. 18. 17:48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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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조명과 그 느낌

 

성경의 내용을 묘사한 그림을 보면 어두운 구름을 뚫고 하늘에서 내려 비치는 성스런 빛이 하나님의 영광과 권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을 가끔 본다. 어쩌다 햇빛이 나오는 날은 그런 영광이 하늘에서 내리는 느낌.

 

[구름을 치고 나오는 햇빛]

 

 

영국에 와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공공장소나 강의실 등은 조금 덜하다 하더라도 개인의 가정이나 세든 집에서나 예외 없이 조명시설은 매우 어둡고 침침하다는 것이다. 처음에 세든 집에서 집에 있는 전등을 쓰면서 매우 불편하고 어둡다고 느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니 괜찮아 졌는데 왜 이렇게 어둡고 은은한 등을 좋아할 까? 그리고 심지어는 촛불을 켜기를 그렇게 좋아한다. 초는 필수품이고 집집마다 장식품중의 하나가 촛대다. 식탁, 거실, 침실 등에도 반드시 촛대 한 두개는 있다. 이른 저녁이나 어스름한 저녁에도 티를 마실 때 초를 켜고 포도주를 마시는 한가로운 풍경이 골목길을 지나면 듬성듬성 보인다.

[어두운 조명]

 

이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기의 일년 날씨가 대체로 매우 어두워서 그런 것 같다. 4-5월이 되면 겨울비가 그치고 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해에 굶주린 사람들처럼 벗어재낀다. 여학생들은 그 짧은 똥고 바지나 미니 스커트에 반 나시 차림으로, 스리퍼를 끌고 선글라스를 끼고 학교에 등교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어느 휴양지의 해변에 나온 것 같다. 해가 나오면 모두들 선글라스를 끼는데 이것도 서구인의 눈은 햇빛을 동양인에 비하여 잘 흡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동양인은 눈동자가 검어서 빛을 잘 훕수 할 것 같고 서구인의 눈동자는 연녹색이라 빛을 반사하므로 눈에 무리가 가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아니고 하여튼 해가 나오면 선글라스는 이들의 필수품이다.

햇빛이라야 우리 나라에서 비치는 것 이상도 아닌데, 그런데 해가 나와도 종일 그런 것은 아니다. 잠시 구름이 몰려오면 금새 어두워진다. 해가 쨍쨍 내리 쬐면 금방 덥다가도 나무그늘에 들어가면 춥다. 이것은 습도가 낮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매우 이상했다. 대체로 9월 이후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이 때는 종일 어둠침침하다. 그래서 그런지 자동차들도 대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켜고 다닌다. 이것은 앞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주 오는 차가 자기를 알아볼 수 있도록 신호를 주기 위함이다. 대낮은 우리나라의 해가 진 직후의 어스름한 저녁 같아서 검정색이나 은회색계열의 차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튼 이곳은 약간 어두운 조명을 좋아한다. 우리 나라 같은 환한 조명은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은은한 조명은 여러 가지 장점을 주는 것 같다. 특히 너무 환한 곳에 있으면 주위의 사물들 때문에 주의가 흐트러져 집중이 안되기가 십상인데, 은은한 조명 밑에서는 주위를 잊어버리고 주의를 집중하기에 좋고 자신에 대한 회귀를 하여 반성적 삶을 가져 올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잠자기 전에 불을 끄고 어두운 곳에서 잠을 이루려고 애쓰면서 자신의 삶을 돌이키거나 자신만이 아는 생각에 잠긴다. 낮은 조도의 조명은 이런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보통 쓰는 전등은 60 와트짜리 전구가 대부분이다. 한국에 아파트에 살 때 절약형 형광전구 30와트를 4개 사용하였는데 여기서는 같은 거실 공간에서 2개를 사용했다. 그것도 갓을 씌운 한 번 걸러진 조명으로. 햇빛이 나오는 날이면 모든 사람들의 얼굴엔 생기가 돌고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햇빛이라는 말로 인사를 나눈다. 너무 너무 햇빛을 기다렸다는 표정으로,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 햇볕이 나와도 같은 인사는 매일 반복된다. 그리고 좋지 않은 날씨가 되면 또 이 좋지 않은 날씨를 가지고 아침 인사가 나누어진다. 어떤 때는 비가 오고 바람이 몹시 불면 정말 영국날씨는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는 이런 날씨인사를 나눌 때마다 너희는 하늘의 복을 타고 났다고 축복을 해주었다. 왜냐하면 비가 내려도 마일드 하게 내리고 폭우는 없고 일년 내내 마일드 하니 수목이 잘 자라고, 너희는 일년 내내 꽃을 볼 수 있고, 공기중의 공해를 흡수해 버리니 너희는 깨끗하고 맑은 공기 속에서 살수 있어 또한 좋고, 물이 풍부하여 물 부족이 없으니 좋고(사실 영국은 한국처럼 논이 없고 벼를 키우지 않으니 물 부족 걱정은 없다).... 그러면 그들도 아 그런 점도 있구나 라고 감탄해 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어두운 겨울에는 2달간 휴가를 내어 플로리다나 스페인 혹은 프랑스나 이태리의 물좋고 햇볕이 좋고 경치 좋은 해변이나 작은 빌리지를 찾아 켐핑 카를 끌고 떠난다. 매년 겨울 2달간 평생 어두운 환경에서 산다면 힘들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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