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53] 도버로
2024. 10. 25. 11:51ㆍ여행
728x90
반응형
53. 도버로
엑시터에서 도버를 가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자동차로 대략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였다. 배를 타는 시간이 오전 7시 정도이니, 밤 12시 정도에 출발해서 가면 적당할 것 같았으나 미리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오후 일찍 출발하였다. 대개의 한국 사람들이 나들이 할 때 그렇듯이 김치가 든 김밥을 잔뜩 싸가지고 도버가는 도로를 탔는데 지도상의 도로를 보니 남쪽해안으로부터 도버로 연결된 길이 가장 단거리로 보였다. 그런데 남쪽 해안으로 난 국도를 밤새 달려보니 그게 아니었다. 남해안의 길은 단거리로 보이는데 그길은 B도로였으며 매우 열악한 도로였다. 속도가 나지않아 7시간에서 더 걸렸는데 식구들이 남쪽으로 가면서 사우셈프턴이나 본머스 그리고 포츠머스같은 도시를 지나면서 구경도 하자고 제안하여 그렇게 했는데 도버에 도착하니 쉬는 시간 포함하여 13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물론 지나오면서 작은 도시들을 지나고 본머스에서는 생스베리 수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음료수를 사서 김밥을 조근조근 먹으면서 조금 쉬었다. 도로는 목적지가 정해진 경우 가급적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목적지까지 시간을 절약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다. 고속도로는 통상적으로 약 500미터마다 긴급전화가 있고 운전 중 문제가 있으면 순찰차가 수시로 돌아다녀 도움을 받기가 쉬울 것 같았다. 운전하는데 길이 넓고 多 차선이고 표지판도 커서 이정표를 찾기 쉽게 되어있었다. 1년 반 정도 영국 생활중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 낡은 차를 가지고 도버까지 거의 700마일 이 넘는 거리를 갈 수 있느냐 의 문제도 있었고 또 차를 배에 온전히 싣고 내릴 때까지 고장이 없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는 운전이었다. 그런데 내가 택한 길이 작은 길이라 무려 10시간이 넘게 운전을 하여 새벽 4시경에 도버를 찾아 배를 실을 후버 스피드라는 페리 회사의 넓은 선착장에서 차를 대고 잠시 휴식을 하게 되었다.
도착해보니 벌써 먼저 온 차들이 줄을 서있었다. 7시가 지나서 승차장 입구가 문을 열기 때문에 줄지은 대열에 합류하여 잠을 청하다가 일어나서 바람을 쐬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도버에 들어서면서 보인 하얀 절벽의 해안이 눈에 아른거리며 여기가 도버라는 생각을 곱씹었다. 도버에는 수많은 선박회사가 포진하고 있었고 고속도로에서 도버시내로 들어서면 도크로 벋은 선착가에 연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팻말로 각 회사가 표시되어 있어 차를 배에 싣는 장소를 발견하기는 매우 쉬웠다. 차를 배에 싣고 잉글리시 채널을 건너거나 또는 남부해안에서 스페인이나 폴투갈을 가는 상품은 매우 많았다. 그리고 비수기에는 대폭 할인을 하므로 바다를 건너는 페리 여행은 수시로 할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플리머스에서 차를 배에 싣고 왕복하는 비용이 연말에는 40파운드 정도에 세일을 하는데 이럴 때는 스페인이나 프랑스의 항구에 상륙하여 노르망디나 스페인의 아름다운 해변에서 하루 바람을 쐬고 점심을 먹고 되돌아오는데 배를 타는 시간이 10시간 정도 걸리므로 배에서 노는 시간이 일종의 메이져 레져다. 큰 배는 보통 가족실 형태의 캐빈 (욕실과 침실이 딸린 방)을 제공하므로 여기서 자고, 식당에서 맛있는 뷔페를 사먹고 혹은 선실에 마련된 펍이나 무도회에서 여흥을 즐기는 식이다. 페리로 여행하는 상품은 천차만별인데 영국에서 출발하여 북유럽을 지나 피요르드를 보고 스위스의 호수까지 연결되는 배도 있으며 1달이나 두 달간 장기간 유람하는 상품도 있다. 장기간 페리를 이용하여 여행하는 코스는 거의 호텔같은 케빈에 묵으면서 객실의 손님들과 친구를 만들고 유명 관광지에 하차하여 관광하고 혹은 지정된 호텔을 이용하는 등 다양하다. 하여튼 이런 페리 여행의 요금은 캐빈의 시설을 특실로 하느냐 보통실로 하느냐에 따라 요금이 다 달라진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여권과 티켓을 제시하고 줄을 따라 운전하여 나가니 10열 이상 차들이 줄을 서있는데 그 중의 한 열에 합류하였다. 멀리 보니 엄청나게 크면서도 날렵하게 디자인된 배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항구에서 앞배가 출발하고 있었다. 마치 버스가 도착하여 승객을 싣고 출발하고 또 다음 버스가 들어와서 손님을 기다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여기서 시간이 남아 고객서비스를 하는 사무실에 가니 면세물품을 팔고 차를 배에 싣기 전에 준비해야 할 물품 앞서 말한 안전운전 필수품을 팔고 있었다. 이미 다 준비한 터라 차 한잔 마시고 차로 와서 남들처럼 헤드라이트 가리개를 꺼내 붙였다. 이것은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고 헤드라이트의 중앙에 표시된 볼록 라인을 따라 붙이면 그만 이었다. 김밥을 많이 싸와서 다행히 아침까지 김밥으로 때울 수 있어서 좋았다. 새로 들어온 배는 짐을 부리는데 먼저 버스가 배로 가서 일반 승객을 실어 나르고 그 다음 자전거 여행자가 나오고 그다음 차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는데 저 차들이 왼편 운전을 하다가 다시 방향이 바뀌는 운전을 하겠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 나도 내리면 헷갈리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싸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운전은 운전자의 방향이 반대로 되거나 혹은 반대 차선을 이용한다하더라도 영국에 처음 와서 운전을 시작한 경험에 의하여 10분 정도이면 족하다는 과거의 경험을 되살리며 마음을 가라 앉혔다. 무엇을 이 여행의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가? 가족들은 특히 아내는 산교육을 위하여 많이 보고 부대껴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아이들은 연신 파리 디즈니랜드를 꼭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는 무엇을 이 여행에서 목적으로 하고 무엇을 남겨야 할 것인가를 곰곰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워낙 경제적인 자금의 한계, 차를 운전해야 한다는 부담감, 예약된 숙소 없이 하는 여행, 낮선 도시와 도로들, 서로 다른 국내의 교통법규들 등등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하나의 주제가 떠올랐다. 영국이 현대 문명에서 매우 큰 족적을 남겼는데, 유럽에서 영국의 위상을 어떻게 비교하여 볼 것인가? 유럽 국가는 영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국과 기타 유럽국가는 어떻게 다른가를 중점적으로 관찰해보기로 하였다.
반응형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55] 네덜란드 (6) | 2024.10.29 |
---|---|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54] 벨기에 (10) | 2024.10.25 |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51] 영국의 교육과 자유방임주의 (3) | 2024.10.23 |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50] 시민 정보화 (6) | 2024.10.23 |
사랑이 숨쉬는 나라, 영국 [49] 영국의 왕립우편제도 (4) | 2024.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