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3. 09:53ㆍ여행
51. 영국의 교육과 자유방임주의
북요크(North York)에 사는 60대 초로의 독신녀인 타이마르(Ms. Jones Timar) 집으로 2001년 크리스마스에 휴가를 가서 며칠 묵을 때 그녀와 영국 교육과정에 대하여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그녀는 1990년 초에 수 십년간 봉직하던 초등학교 교사 직을 그만 두고 다시 시골로 내려와 학교 재단을 운영하고 헐(Hull) 대학에 강의를 하면서 농장을 관리하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현재의 중앙집중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정부를 관료적이고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그녀의 경험으로 영국의 교육과정은 전통적으로 교사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라고 하였다. 정부에서 대략적으로 규정한 교육과정 개요를 가지고 교사들이 자신의 방법에 의하여 창의적으로 교범을 만들고 이를 자율적으로 운영하여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처리즘이 불면서 교육과정은 매우 가혹하게도 상세한 매뉴얼을 교사에게 보내주면서 거기에 따라 가르치도록 정부는 요구하여왔다. 1990년도의 문헌을 보면 이 교육과정에 대하여 교사들은 심한 반발을 보였고 급기야는 이를 보이콧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당황한 정책 부서는 다시 완화된 교육과정을 보내어 전과 새로운 것 사이의 중도적 입장을 표방한 교육과정을 운영토록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나이든 교사들은 과거의 방안에 대하여 향수를 가지고 있고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에 대하여 매우 못 마땅해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과정은 어느 정도 교사가 교육과정에서 과목별로 해야 할 내용이 약간 상세하게 규정이 되어 있다. 그 대신에 학교의 개혁과 혁신에 대한 재량권이 학교에 주어지는 방향으로 정책이 흐르는데, 2001년에 의회에 상정된 중등교육법안은 학교자율의 혁신을 강조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적극 육성 지원한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표방하였다. 이는 한마디로 18-9세기의 영국의 대표적인 국가정책인 자유 방임주의적(Laissez faire) 관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그 자체는 매우 자본주의적으로 움직인다. 모든 다른 하수시설, 도로관리 등의 영국의 공기업 관리 개혁정책과 마찬가지로 학교도 가만히 뜯어놓고 보면 사회주의적 복지정책의 와중에 많은 부분이 순수 자본주의적 사고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연구논문자료 수집차 지역 교육청의 장학관(inspector)의 일종인 자문관 (advisor) 인 Bob Spedding씨와 사귀어 그로부터 자료를 얻어내고 인터뷰를 하는데 여담을 나누다가 보니, 우리와는 다름 점을 발견하였다. 그는 비서를 두고 일하는 상당한 직책의 전문가였는데, 하루는 그와 약속을 하여 그를 만나러 사무실에 갔더니 그가 출장을 갔다가 들어오는 길이었다. 그러면서 나를 손님 접대를 하는 별실로 안내를 하더니 자기는 일정을 조정해주는 비서는 있지만 책상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학교를 위한 교육과정 자문관이라 사무실에 붙어 있을 이유가 없고 일정에 따라 학교를 방문하고 자문을 해주는 것이 일이라고 한다. 때문에 책상이 따로 필요 없고 서류를 보관할 캐비넷만 하나 있다고 말한다. 장학관이 서류작성을 위해 사무실에 붙어 있는게 아니라 종일 이 학교 저 학교를 예약된 일정에 따라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학교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장학관이고 장학관이 한번 온다면 학교는 청소야 뭐야 난리법석이 아닌데, 여기서는 장학관은 전문적으로 학교의 교육과정운영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도 대부분의 장학관은 같은 일을 한다. 그러나 조직적으로 사무실에서 많은 관료적 페퍼웍(paper work)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영국교육의 아주 자본주의적인 모습이 여기서 드러났다. 그럼 어느 학교나 다 그런 서비스를 자유롭게 받느냐고 물었더니, 그는(Bob) 주로 공립학교를 위주로 다니는데 예약을 한 학교에 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약을 한 학교는 자문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교육청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장학관의 자문이 필요한 학교는 이를 교육청에 신청하고 거기에 따른 서비스의 대가를 교육청에 돈으로 납부하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에 대한 몇 가지 사례가 더 발견된다. 즉 교사연수가 필요한 경우 학교는 교사를 연수 보내면서 연수비를 교육청에 지불하고, 대체교사를 임시로 고용하는 것, 그런데 대체교사 임시고용은 매우 유연한 것 같다. 만약 학교에서 수업 후 교사를 붙들어 놓고 1시간 학교내 연수을 시킨다면 학교는 교사에게 두당 20 파운드 정도(한화 40,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자본주의적 사고는 학교운영의 투명성에서 드러나는데, 매년 3월이면 영국의 공식정부회계나 기업의 회계는 결산을 하고 새로운 회계연도(Fiscal Year)로 들어간다. 학교의 경우 지난 1년간 운영한 학교의 실적 그리고 거기에 따른 비용을 공개한다. 공공지원을 받는 기관이지만 모든 수입과 지출을 회계항목별로 결산하여 한마디로 결산서를 모든 학부모에게 보낸다.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학교자체 기금의 수익 등이 망라되며, 가장 큰 지출항목인 교사의 봉급을 비롯하여, 대체교사 임금, 학교 관리원 보수, 제반 공과금, 식당운영비 및 인건비 학교시설관리비 등이 기록된다. 투명하므로 예산이 잘못 쓰여지는 일 (변칙회계) 가 있을 수 없다. 그걸 보니 판공비도 없는 것 같았다. 학교예산 운영에서 부족한 부분은 공개적으로 하는 폐품수집 및 판매행사, 머피데이 수익, 학생 연극발표회 티켓판매수익 등으로 자체 조달한다. 이런 행사도 주로 학부모가 같이 참여하는 행사를 통하여 수익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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