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9. 12:10ㆍ여행
56. 북유럽으로
네덜란드 시골에서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하여 잃어버린 길을 빠져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들이 지적해준 길을 찾았다고 생각해도 와보니 정작 고속도로는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신호등에서 우회전이라는 그들의 말을 따랐으나 찾을 수가 없어 다시 지나는 차를 세워 물어물어 겨우 고속도로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차는 네덜란드와 독일의 국경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지나 독일의 함부르크로 향하였다.
독일의 고속도로는 말 그대로 아우토반이었다. 독일 이우토반으로 들어서자마자 이 아우토반을 어떻게 달려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통상 편도 2차선으로 된 아우토반은 잘 닦여 있었는데, 나중에 독일을 4번이나 드나들면서 보니 서독 쪽의 고속도로는 아주 상태가 좋았다. 그런데 동독 쪽의 고속도로는 형편이 없었고 용량이 모자라 대대적으로 공사 중이었다. 이것이 아우토반에 많은 체증을 유발하였다. 특히 동독내부나 동서독 경계선부근은 예외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사 중이었다.
[아우토반을 달리는 BMW]
네덜란드를 빠져 나오자마자 아우토반에 들어서서 연신 백밀러를 보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국경근처라 차는 많지 않았다. 앞에 대형트럭이 가므로 안쪽 차선으로 추월을 하기 위하여 들어섰는데 앞뒤에 차가 하나도 없어 그대로 100마일 정도를 고속으로 질주하였다. 그런데 날이 어둑어둑한 상황에서 벡밀러를 보니 뒤에서 헤드라이트가 하나 번쩍 하는 게 보였다 싶더니 BMW 한 대가 어느 새 우리 뒤차에 바짝 다가왔다. 아차 싶어 얼른 우측 깜박이를 넣고 차를 바깥 차선으로 빼자마자 그 차는 엄청난 속력으로 우리 차를 저만치 두고 훌쩍 가버렸다. 여기서 기절초풍을 한 것은 우리 차가 차선을 바꿈과 동시에 그 차가 바람처럼 날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약간의 오차도 주지 않고. 여기서 교훈은 우리차가 짐도 많이 싣고 고속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므로 가급적 추월차선은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을 명심하였는데 가끔 화물차를 추월한 직후에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고속 주행하는 승용차가 다가오면 손발이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이런 아우토반의 고속주행 모습은 사실 시골에서 차가 없는 곳에서 느껴 볼 수 있지 도시에 가까워지고 차가 많아지면 우리나라 도로나 다를 바가 없이 속도가 느려지고 혼잡해졌다. 독일인도 사람이니 만큼, 차가 물결처럼 다니는 곳에서 필요 이상의 속도를 내어서 사고를 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잠시 휴게소에서 쉬면서 시속 200Km 이상을 내며 지나가는 승용차를 보니 가관이었다. 시속 100Km만 달려도 차는 굉음을 내는데, 200Km는 그야말로 귀를 찢는 굉음이었다.
[아우토반을 고속으로 달리는 승용차]
휴게소의 잔디밭에 누워서 아우토반을 쳐다보면 한 두대씩 지나는 BMW나 벤츠의 모습은 로케트가 날아가는 것 같은 착각을 가져온다. 하여튼 운전의 귀재들이다. 북으로 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달려 어느 한 도시를 지나서 보니 우리는 고속도로에서 갈라져서 북쪽으로 가야하는데 그걸 지나쳐버린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휴게소로 가서 차를 돌려 반대로 30분 이상을 달려서 우리가 원하는 길을 찾아 새 고속도로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길은 사실 우리가 원하는 길이 아니었다. 우리는 여전히 잘못 들었는데 밤이 늦고 밤 운전하는 중에 앞차의 빛의 반사가 너무 심하여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10시경 휴게소에 들어가서 새벽까지 쉬기로 하였다. 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휴게소를 보니 아주 시설이 좋았다, 큰 빌딩 아래층을 전부 식당이 차지하고 여행자 숙소가 있고 화장실에는 뜨거운 물이 콸콸나오는 샤워장까지 구비되어 있어서 환상적이었다. 샤워를 하고 식당에 들어가 감자 칩과 독일의 큰 소시지를 일인당 두 개씩 주문하였는데 여기서도 그 뚱뚱한 독일 아줌마가 전혀 영어가 통하지 않아 손짓발짓을 하여 겨우 식사를 시켜 먹고 잠은 차에서 청하였다.
우리 차가 마침 크기가 좀 커서 다리를 펴고 잘 만큼은 되어 차를 이용하여 잠을 잤는데, 밤늦게 비싼 숙소에 들어가서 새벽에 일어나서 가야 하는 불편을 감안하면 온수에 샤워를 하고 차에서 그냥 잠깐 눈 붙이는 것이 조금 불편하지만 훨씬 경제적이다. 아이들은 뒷좌석을 아예 침대처럼 꾸며 둘이 누워 자도 충분할 만큼 넓게 차를 이용하였다. 가끔 차에 자야하는데 내가 너무 피곤할 경우는 작은 아이를 데리고 뒷자리에 누워보면 영낙없는 침대이다. 다음날 새벽 4시경 잠이 깨어 출발을 하는데 아무래도 찜찜하여 지도를 들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차에 창밖을 보니 마침 옆차 에도 한 부부가 차안에서 앞자리에서 이제 막 잠이 깨어서 눈을 비비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고속도로 주차장에서 장거리 여행객이 밤을 차안에서 지새는 것이 우리 뿐이 아니었다 운전석에 앉은 남편 같은 사람에게 아침인사를 하면서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마침 덴마크를 간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도 지금 덴마크로 향하는 데 (지도를 갖다 들이 대면서) 우리는 육로를 택하여 가려고 하는데 지금 우리는 그 육로의 중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하면서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한마디로 고개를 흔들면서 그 육로는 너무 멀고 힘들다고 하면서 여기서는 지금 가고 있는 방향으로 죽 가면 홀스타인주의 퀼 근처에 있는 작은 항구에서 배를 타고 가면 덴마크의 남쪽 끝 항구도시에(이름이 기억안남) 도착하여 거기서 바로 코펜하겐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우리가 도로상에서 우리의 위치를 오판하고 있음을 알았고 거기서 육로를 이용하여 가는 길을 보니 거의 하루 종일 작은 도로를 달려야 할 거리임을 알게 되었고 그 거리를 달리면서 기름 소모와 운전에서 오는 피로 등을 전부 감안하면 그 길을 피하라는 그 사람 말이 맞는 것처럼 들렸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기도 거기를 가므로 따라 오면 된다고 하였다. 난 벌써 운전에는 너무 피로를 느꼈다. 그래서 그들의 충고를 듣기로 했다. 그런데 그들을 만난 것이 요행이었다. 확실한 루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행은 거의 전부가 이런 식이었다 정해진 목적과 루트가 없는 만큼 즉흥적으로 만난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그들에게서 얻는 정보가 매우 중요하였다. 그들의 충고로 목적지를 향하여 고속도로를 달려 고속도로가 끊어지는 곳에서 다시 작은 도로를 타고 다리를 건너 그 작은 섬처럼 생긴 항구를 찾으니 여긴 그야말로 버스 정류장 같은 선착장이었다.
차는 오는 대로 줄을 서서 표를 끊었고 우리는 여기서 왕복표를 끊었는데, 나는 이 배가 핀란드에서도 돌아오는 것으로 간주하면서 배편을 끊으면서 가는 길은 덴마크의 남쪽 끝 작은 항구, 오는 편은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출발하여 이곳으로 돌아오는 배편을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사실은 이 회사의 배는 핀란드의 헬싱키에서는 탈 수 없고 노르웨이의 헬싱보르그라는 중부지역의 서해안에서 독일로 돌아오는 경우 타도록 된 표였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는데 왜냐하면 언어가 너무 달라 여기서는 헬싱키를 헬싱보르그라는 말로 표현을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중에 스웨덴에서 핀란드 가는 배편이 전부 만원이 되고 핀란드를 갈 수 없어 헬싱키에서 배표를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오는 길에 배표를 환불받고 다시 끊으려고 확인해보니 노르웨이에 헬싱보르그라는 지명이 있어서 이 표가 잘못 끊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표를 끊는 것이나 환불 받는 것이나 매우 편리하게 진행되어 큰 불편은 없었다. 독일 국적의 스칸디나비아로 반도로 가는 스카니아라는 회사명의 이 배는 도버를 건너던 후버스피드 회사의 배보다 엄청나게 더 컸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해역은 발틱 해에 연해 있어서 그런지 물살이 더 거칠었고 험했다. 도버를 건너는 것보다 1시간 정도 더 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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